- '하트맨' 배우 권상우의 인생 3막[인터뷰]
- 입력 2026. 01.15. 16:16:25
- [셀럽미디어 신아람 기자] "그저 할 수 있는 배역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감사하다"는 데뷔 25년 차 배우 권상우. 영화 '하트맨'은 그런 그의 현재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웃음을 전면에 내세웠지만, 그 안에는 배우 인생 3막을 지나고 있는 권상우의 진심이 담겼다.
권상우
14일 개봉한 영화 '하트맨'은 돌아온 남자 승민(권상우)이 다시 만난 첫사랑을 놓치지 않기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그녀에게 절대 말할 수 없는 비밀이 생기며 벌어지는 코미디. 생활형 코미디에 독보적인 감각을 지닌 권상우와 '히트맨' 시리즈 최원섭 감독이 의기투합한 작품으로, 데뷔 이후 액션, 멜로, 코미디를 넘나들며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입증해 온 권상우는 이번 작품에서 보다 감정 밀착형 코믹 연기를 선보인다.
권상우가 맡은 승민은 한때는 무대 위에서 꿈을 불태우던 락밴드 앰뷸런스의 보컬이었지만, 지금은 음악을 향한 미련을 가슴 깊이 묻어둔 채 악기 판매점을 운영하며 조용한 일상을 살아가는 인물이다. 다만 승민이 딸이 있다는 사실을 숨긴 채 첫 사랑과 재회한다는 설정은 자칫 관객들에게 불편하게 비칠 수 있는 지점이다. 권상우는 최원섭 감독이 균형을 잘 지켜준 덕분에 승민을 밉지 않게 완성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승민이의 감정에서는 그런 걸 생각할 겨를이 없다. 자신이 만난 첫사랑에 대한 감정을 고백하고 싶은 마음도 있고, 동시에 딸에게 미안한 마음도 있다. 감독님이 그런 부분들을 불편하지 않게, 밉지 않게 선을 지켜주시면서 장치들을 잘 넣어주신 거 같다. 영화로 볼 때는 재밌고 우스꽝스러운 상황이 있지만, 승민 입장에선 코미디가 아니다. '하트맨'은 단순한 코미디 영화가 아니라 재밌는 멜로 영화라고 생각했다. 영화 톤에 맞춰서 코믹감을 유지한 것도 있지만 승민의 입장에선 진지하게 연기해야 관객들에게도 절박함이 전달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잇따른 코미디 장르 도전을 통해 권상우는 스스로가 이 장르를 정말 좋아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극장에서 관객과 웃음을 나누는 경험이 무엇보다 즐겁기 때문이다. 동시에 한국 영화계에서 코미디가 다소 저평가되고 있는 것에 대한 아쉬움도 내비쳤다.
"시나리오 받았을 때 재밌는 영화가 좋고 극장에 가서 내 영화를 보고 관객들이 웃는 게 즐겁다. 기본적으로 그런 영화를 좋아하는 것 같다. 앞으로도 기회가 된다면 이 장르는 놓지 않고 가고 싶다. 코미디 연기가 정말 어려운데 우리나라에서는 코미디 장르를 저평가하는 분위기가 있는 것 같다. 코미디는 배우가 해야 할 몫이 많다. 다른 장르는 음악이나 편집으로 커버되는 부분이 있다면, 코미디는 배우들의 대사 호흡과 다양한 현장성이 있기 때문에 더 어려운 장르인 것 같다"
이번 작품에서는 문채원과의 로맨스도 주요 축을 이룬다. 스킨십이 많은 설정에 대해 그는 촬영 당시 오히려 자신이 더 긴장했다며, 개봉 후 아내 손태영의 반응이 걱정된다고 웃어 보였다.
"키스신이 많긴 하지만 자극적인 장면이 아닌 우당탕한 키스신이 많다. 아내가 아직 영화를 보지는 못했는데, 보면 질타받을 것 같다(웃음). 첫 촬영 때는 문채원보다 제가 더 긴장을 했다. 남자가 적극적으로 해야 하는 장면들이 있어서 걱정을 많이 했는데, 촬영을 시작함과 동시에 재밌게 신을 만들어 갔다. 문채원이 이 영화에 빠져들어서 잘 만들어 갈 수 있었다. 문채원이 출연한 영화 중에 이렇게 예쁘게 나온 작품이 있었나 싶을 정도다. 가장 예쁜 시기에 우리 영화를 찍은 것 같다. 잘 돼서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으면 좋겠다"
권상우에게 '하트맨'은 단순한 코미디를 넘어, 중년 배우로서 다시 멜로를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한 작품이기도 하다.
"'하트맨'은 재밌는 로코라고 생각했다. 오랜만에 멜로를 할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접근했다. 코미디적인 요소도 있지만, 연기하면서 첫사랑에 대한 설렘이 있어서 새로웠다. 요즘은 새로운 작품을 만날 때 더 절박하고 감사함을 느낀다. 나이가 들면서 중심에서 멀어지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런 시기에 나를 찾아주는 작품이 있다는 게 감사하고, 더 열심히 하게 된다"
이제는 배우로서 망가짐에 대한 두려움도 없다. 오히려 그 망가짐으로 관객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다는 데서 희열을 느낀다는 권상우. 그렇다고 한 장르에 안주하지는 않는다. 그는 조급해하지 않고 꾸준한 관리 속에서 자신에게 맞는 작품을 기다리고 있다.
"예전에는 멋있는 역할을 많이 했다면, 결혼하면서 작품이 들어오는 성향도 바뀌었다. 정면 돌파한 작품이 '탐정'이었던 것 같다. 코미디 영화에 대한 매력도 느끼고 작업 자체가 좋았다. 현실적으로 제가 애 아빠이고 나이 들어가는 건 당연하다. 그렇다고 저 자신 자체가 후진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언제든 멋있는 작품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준비하고 있다. 목마름은 있지만 조급해하지 않는다. 어느덧 50살이 됐지만 예전에 비해서 체력이 떨어지진 않았다. 스스로 관리를 잘하고 있고 제 꿈을 위해 다른 작품을 또 기다리고 있다"
배우 인생의 2막을 지나 3막을 달리고 있다는 그는 여전히 연기하는 것이 가장 즐겁단다. 현재 배우로서 목표는 '하트맨'이 권상우의 대표작으로 남는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 늙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현재 정확히 3막을 달리고 있는 거 같다. 내가 어떤 드라마에서 주인공을 할 수 있을지, 어떤 배우로 남아야 할지 현실적인 고민을 많이 한다. 과도기였던 시절도 있었지만, 결국 연기할 때가 가장 즐겁다. 주연이 아니더라도 좋은 작품이면 조연도 마다하지 않고, 다양한 장르와 배역에 도전하며 다작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 멀게 생각하지 않는다. '하트맨'이 성공했으면 좋겠고, 사람들에게 재밌는 영화라고 인식됐으면 좋겠다"
[셀럽미디어 신아람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수컴퍼니,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