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쁘게 보이고 싶지 않았다” 서은수가 통과한 ‘메이드 인 코리아’ [인터뷰]
- 입력 2026. 01.20. 15:36:49
-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영화와 드라마를 통과한 배우 서은수의 얼굴에는 언제나 ‘단정함’이라는 인상이 먼저 붙어왔다. 그러나 ‘메이드 인 코리아’는 그 이미지를 조심스럽게 밀어내며 한 배우가 한 인물을 끝까지 밀고 나갈 수 있을 때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를 보여준 작품이다. 서은수가 연기한 오예진은 단순히 극에 활력을 불어넣는 조력자가 아니라, 시대와 구조 속에서 뒤늦게 자신의 욕망을 발견하는 인물이었다.
'메이드 인 코리아' 서은수 인터뷰
서은수는 최근 서울 종로구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메이드 인 코리아’ 종영 인터뷰를 진행했다. 1970년대 격동기를 배경으로 한 이 작품은 거대한 권력과 범죄를 좇는 수사극이지만 서은수는 그 중심에서 오예진을 ‘성장 서사’로 해석했다. 사회초년생으로 세상을 아름답게 보던 인물이 장건영(정우성) 검사를 만나 힘과 권력을 체감하고, 그 과정에서 점차 냉철해지는 변화에 주목했다.
“예진이는 처음엔 세상을 굉장히 아름답게 보는 사람이에요. 그런데 장건영 검사를 만나면서 힘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알게 되죠. 저는 이 인물을 사건의 일부라기보다 예진이만의 성장 드라마라고 생각하고 촬영했어요.”
서은수가 이 작품에 강하게 끌린 이유 역시 인물의 결에 있었다. 우민호 감독의 연출작이라는 점도 컸지만 결정적으로 자신이 아직 보여주지 않았던 얼굴이 선명하게 떠올랐기 때문이다.
“처음 이 작품은 기사를 통해 알았어요. 우민호 감독님 시리즈라는 걸 보고 궁금해졌고, 대본을 받았을 땐 캐릭터 자체가 부산 사투리를 쓰는 인물이라 도전해보고 싶었어요. 이 캘기터로 선배님들과 호흡하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졌어요.”
첫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의 인상은 강렬했다고. 서은수는 대본을 덮는 순간 이미 현장에 들어가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 회상했다.
“처음 다 읽고 나니까 너무 뜨거웠어요. 시나리오만으로도 완성도가 높았고, 장건영과 백기태(현빈) 같은 인물들이 그림처럼 그려졌어요. 리딩을 하면서 제가 상상한 것보다 몇 십 배는 더 좋다는 생각이 들었고, 빨리 현장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오예진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서은수가 가장 공을 들인 부분은 언어였다. 부산 출신인 그에게 사투리 연기는 단순히 흉내 내는 것이 아니라, 시대의 공기를 품은 말투를 만드는 일이 중요했다. 대본 속 사투리를 그대로 따르기보다 더 날것의 표현을 찾는데 집중한 것.
“현대의 사투리는 일상에서 쓰니까 어려움이 없었어요. 대본을 받았는데 ‘~하모예’로 되어 있더라고요. 이런 말투는 써보지 않았으니까 일상에서 어떻게 입에 붙일 수 있을까 싶어 70년대 뉴스를 많이 찾아봤어요. ‘~예’를 많이 쓰더라고요. 할머니랑 대화를 하면서 많이 배우기도 하고, 대본 한 번만 읽어봐 달라고 하면서 녹음해 듣기도 했어요.”
흥미로운 점은 그렇게 준비한 언어가 오히려 연기를 자유롭게 만들었다는 점이다. 억양에 대한 강박을 내려놓자 감정에 더 집중할 수 있었다.
“감정이 격해질수록 억양도 격해지잖아요. 억양을 생각하지 않고 연기할 수 있었던 게 강점이었어요. 감정만 생각할 수 있어서 되게 편했죠.”
이 과정에서 중심을 잡아준 존재는 우민호 감독이었다. 서은수는 이번 작품을 통해 처음으로 ‘캐릭터를 함께 만들어가는 경험’을 했다고 말했다.
“감독님은 대본에 있던 오예진에서 몇 십 배로 재밌고, 기억에 남는 캐릭터로 만들어주셨어요. 계속 전화 주시면서 ‘은수야 내가 생각했을 때 이 캐릭터는 이렇게 하면 좋을 것 같애’라고 하면서 끊임없이 공유하고, 소통했죠. 없던 신을 추가해주시니까 그 마음도 너무 감사했어요. 현장에서 더 잘하고 싶고, 감독님에게 기분 좋게 ‘오케이’ 소리를 듣고 싶더라고요. 현장에서 날 것 그대로 애드리브도 추가해주셨어요. 이 작품을 사랑할 수밖에 없게 만들어주셨죠.”
장건영 검사를 연기한 정우성과의 호흡 역시 자연스럽게 캐릭터를 확장시켰다. 서은수는 두 인물의 관계를 ‘존경과 신뢰’로 정의했다.
“‘오수사관’이라는 직함을 주고, 같이 큰 사건을 따라다니게 해준 것에 대한 감사함이 컸어요. 이성적인 감정보다는 선생님을 따르는 존경심에 가까웠던 것 같아요.”
정우성의 연기에 대한 호불호가 엇갈렸던 반응에 대해 서은수는 조심스럽게 말을 이어갔다. 그는 이 질문을 받자 “상당히 조심스러운데…”라고 운을 뗐지만 현장에서 느꼈던 감각만큼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저는 오예진이라는 인물에 너무 꽂혀있어서 어떻게 준비하고 느끼지 못했어요. 선배님이 연기하는 걸 믿고 갔죠. ‘왜 저렇게 해석하셨지?’라고 생각하지 못했어요. 선배님이 생각하신 캐릭터, 저는 오예진으로서 호흡했기에 ‘왜 저 장면을 저렇게 연기하지?’라고 생각하진 않았어요.”
촬영 내내 서은수에게 장건영은 해석의 대상이 아니라, 존재 자체였다. 혹평이 나온 이후에도 그 인식은 달라지지 않았다. 이런 신뢰는 실제 현장 분위기에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서은수는 정우성과의 관계가 극중 관계와 닮아있었다고 돌아봤다.
“선배님은 장건영 그 자체였어요. 촬영할 때도 지금도요. 저는 그거에 대해 항상 믿어 의심치 않았어요. 선배님은 전혀 모르던 후배를 믿어주시고, 점점 의지해주시더라고요. 예진을 믿어주는 것과 저를 믿어주는 게 비슷하게 흘러갔던 것 같아요. 오예진이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도록 만들어주셨어요.”
‘메이드 인 코리아’는 서은수에게 명확한 전환점으로 남았다. 그는 이번 작품을 통해 처음으로 현장에서 “한 번만 다시 갈게요”라는 말을 꺼냈다고 털어놨다.
“배운 게 너무 많아요. 현장에서 어떤 자세로 임해야하는지 배웠죠. 이번에 많이 했던 게 ‘한 번만 다시 갈게요’였어요. 이 직전 작품만 해도 그 말을 못했거든요. 집에 오는 길에 후회하기도 했어요. 선배님도 몰입해 있고, 감독님도 저를 믿어주시는데 집 가는 길에 후회하지 말자는 생각에 매신 ‘한 번만 다시 갈게요’라고 하게 되더라고요. 그만큼 이 작품에 푹 빠져있었던 것 같아요. 이 현장에서 놀고 싶고, 선배님들과 호흡하고 싶고, 스태프들과 잘 지내고 싶고 그런 게 저에게 배움이었어요. 이만큼 애정과 캐릭터를 사랑하고, 현장을 사랑해야 스며들 수 있구나를 배웠어요.”
외적으로도, 내적으로도 ‘예쁘게 보이고 싶지 않았다’는 선택은 배우 서은수의 방향을 분명히 보여준다. 그는 이번 작품을 통해 연기가 더 재미있어졌다고 말했다.
“이번 작품 목표는 예뻐 보이고 싶지 않았어요. ‘못 생겨 보이고 싶다’는 표현보다, 외적으로 어떻게 나올지 신경을 안 쓰고 싶었죠. 제 목소리가 평소에 차분하지만 캐릭터의 옷을 입어야 하고, 인물로 연기했어야 했기에 70년대 억척스러운 목소리를 내려면 지금의 저와 아예 달라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사람들이 저인 줄 몰랐으면 하더라고요. 그 시대 사람처럼 보이고 싶었어요. 그래서 저에게 터닝 포인트가 될 것 같아요. 어떻게 현장에서 해야 하고, 만들어 가는 것도 누군가 찍어주고 대본대로 하는 게 아니라 내 캐릭터는 내가 만들어가는 거구나. 연기가 더 재밌어진 계기가 됐죠.”
‘메이드 인 코리아’ 시즌2는 현재 촬영 중이다. 그는 액션보다 ‘구강 액션’이 더 많아질 것 같다는 말로 웃음을 보이면서도 여전히 새로운 얼굴에 대한 갈증을 숨기지 않았다.
“새로운 걸 도전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한 캐릭터 색깔을 가지는 게 아닌, ‘이런 얼굴이 있었어?’라고 생각이 들도록 계속 도전해 가는 다양한 색을 가진 사람으로 살면 좋겠다는 바람이 들어요.”
‘메이드 인 코리아’는 한편의 수사극이었지만 서은수에게는 배우로서의 태도를 다시 배우게 한 현장이었다. 그는 이 작품을 통해 연기란 결국 얼마나 깊이 사랑할 수 있는가의 문제라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메이드 인 코리아2’는 찍고 있는 중인데 잘 마무리하고 싶어요. 매 촬영하면서 ‘찬란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선배님들이 제 옆에 있으니까 너무 신기하더라고요. 찬란하고, 좋아하는 감독님과 함께 하는 것처럼 올해 또 다른 환경에서 좋은 선배님, 감독님과 작품을 하고 싶어요. 너무 좋은 현장이라 찬란한 현장을 또 한 번 맞이하고 싶어요.”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