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범택시'로 증명한 이제훈의 시간 [인터뷰]
입력 2026. 01.23. 15:58:41

이제훈

[셀럽미디어 정원희 기자] '모범택시'는 이제훈의 대표작이 됐고, 이제훈은 '모범택시'의 얼굴이 됐다. 세 시즌에 걸쳐 김도기라는 캐릭터를 완성해낸 그는 이제 한 작품을 오래 끌고 가는 배우의 책임과 무게를 스스로 증명해냈다.

지난 10일 종영한 SBS 금토드라마 '모범택시3'는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시리즈물로, 베일에 가려진 택시회사 무지개 운수와 택시기사 김도기(이제훈)가 억울한 피해자를 대신해 복수를 완성하는 사적 복수 대행극이다.

지난 2021년 방영됐던 '모범택시' 시즌1은 최고 시청률 16%를 기록하는 등 큰 인기를 끌었고, 이후 시즌2, 시즌3까지 꾸준한 사랑을 받으며 한국형 시즌제 드라마의 성공신화를 썼다.

또한 이제훈은 세 시즌 연속으로 김도기 역을 맡으며 '모범택시2', '모범택시3'로 두 차례 연기대상을 수상했다. 이제훈은 "제가 대상을 받고서 긴장이 풀렸었나 보다. 잘 아픈 타입이 아닌데 상당히 심한 감기 몸살에 걸려서 시름시름 앓으면서도 본방사수는 놓치지 않고 했다"며 "매주 금요일, 토요일마다 방송됐는데, 이제 방송이 없으니 허전한 마음이 크더라. 이 허전한 마음을 앞으로 잘 달래야 할 것 같다. 그래도 너무 감사하게도 이 시리즈가 시즌3까지 오면서 나름 괄목할 만한 성적으로 잘 마무리할 수 있어서 감사할 따름"이라고 종영 소감을 밝혔다.



'모범택시'에서 빼놓을 수 없는 관전 포인트는 바로 이제훈의 부캐 연기에 있다. 다양한 사건을 다루는 에피소드 만큼 이제훈은 매번 새로운 부캐를 준비해야 했다.

"제가 시즌3를 할 수 있는 배우가 됐다는 것에 대한 감개무량함이 있었는데, 대본 받자마자 그 마음이 사라졌다. 무지개 운수가 해외에서 다양한 사건을 해결해야 하는데, 김도기가 해야 하는 능력치에 있어서 너무 저와는 다른 능력이 많았다. 일어, 영어도 잘하고, 거기서 로맨스도 보여주고, 액션도 해야 했고, 너무 해내야 할게 많았다. 저는 언어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모국어를 쓰는 분들이 어색해하지 않고 편하게 보길 바랐다. 그래서 부족하지만 끝까지 물고 늘어지면서 최선을 다했고, 스스로를 괴롭히는 순간도 많았다."

특히 이번 시즌에서 가장 큰 화제를 모은 건 '호구 도기'와 '매니저 도기'였다. K팝 아이돌 매니저를 연기할 때에는 고난도의 걸그룹 댄스를 완벽하게 소화하기도 했다.

"그때 일본 로케이션을 마치고 나서 다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중고차 사건이 있었다. 또 새로운 캐릭터를 플레이하는 데에 있어서 고민과 생각이 많았다. 처음에 '호구 도기' 캐릭터를 잡고 스스로 준비하고 연습했는데, 처음에 현장에서 대사를 내뱉을 때까지도 고민이 많았다. 혹시라도 캐릭터가 너무 과잉돼서 괜히 에피소드에 무리가 되는 건 아닐까 싶은 걱정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범택시' 팬분들은 제가 해왔던 부캐들을 많이 애정해 주셨으니 용기내서 해보자는 마음으로 시도했다. 물론 할 때마다 현타도 오고, 스태프들은 계속 웃으니 가볍거나 우스꽝스럽다는 느낌은 있었다. 그래도 제게는 너무 사랑스럽고 귀여운 캐릭터였다. 또 이후에 걸그룹 에피소드 캐릭터에서도, 무대에 서야 한다는 상황까지 있어서 작가님을 원망하면서 나는 못한다고 얘기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웃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K팝 산업이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는 반면 이면에는 어려운 부분도 많지 않냐. 그런 부분을 우리가 흡입력 있게 조명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재밌게 환기시켜줄 수 있는 캐릭터의 플레이를 보여주고 싶었고, 안되는 걸그룹 춤을 울면서 열심히 연습했다. 한 달 정도 연습했다. 남자 아이돌 춤을 하는게 아니라 걸그룹을 해야 하니까 만만찮았다. 멤버들과의 호흡도 있다 보니 한편으로는 부끄럽고, 민폐가 되는 건 아닐까 생각도 했지만 내 인생의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며 뛰어들었다."



이제훈은 '모범택시'가 오래 달릴 수 있게 해준 드라마 팬들, 그리고 제작진, 무지개 운수 식구들, 오상호 작가에 감사한 마음을 드러냈다. 그는 "시리즈를 처음부터 지지해 주고 응원해 준 팬분들이 계신다. 또 시즌이 지나면서도 계속 함께 하는 제작진들의 변치 않는 마음이 있고, 무지개 운수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그 자리에 그대로 변함없이 있다"면서 "저희에게 있어서 가장 큰 존재는 오상호 작가님인 것 같다. 시즌1을 잘 마치고 다음 이야기를 쓰자고 했을 때에도 저는 그 사이 시간의 텀이 길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강력하게 얘기했었다. 저희는 글이 있어야 각자 맡은 파트에서 할 수 있는 사람들인데, 작가님께서 감사하게도 시즌3까지 잘 써주셔서 너무 그 힘으로 여기까지 오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작품마다 갖고 있는 색이 다 다른데. '모범택시'에서 가장 중요한 출발점은 작가님에 있다. 작가님이 써주는 이야기와 캐릭터 플레이, 그리고 거기서 나오는 장점이 '모범택시'를 보여주는 부분에 있어서 제일 중요한 시작점인 것 같다"며 "지나서 생각해 보면 함께 해온 무지개 운수 식구들이 있었기에 이 시리즈가 더 많은 응원과 지지를 받고 오래 올 수 있었다. 어찌 됐건 이 시리즈가 왜 탄생할 수밖에 없는지에 대한 명제를 계속 잊지 말자고 생각한다.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 이런 일을 겪은 사람들에게 위로가 됐으면 하는 마음이 이어갈 수 있는 힘이 됐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매 시즌마다 큰 사랑을 받았던 만큼 시즌3 역시 끝나자마자 시즌4 요청이 이어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이제훈은 "아직 도가니는 쓸만한 것 같다. 확실히 액션에 대해서 해왔던 가닥이 있으니 더 잘할 수 있다는 느낌의 발전이 보이더라. 그런 제 모습을 보면서 '김도기가 어느 정도의 액션 퍼포먼스를 더 보여줄 수 있을까', '얼마나 더 화려하고 묵직하게 보여줄 수 있을까'라는 기대감이 나오는 것 같다"며 작은 바람을 드러냈다.



이제훈은 오는 2월 데뷔 20주년을 기념하는 '2026 이제훈 팬미팅 [Our 20th Moment]'를 개최한다. 팬미팅을 앞두고 그는 "단편 영화 '진실 리트머스'를 시작했을 때부터 지금까지를 20년으로 봤다. 작품과 작품의 캐릭터를 진솔하게 얘기하며 20년 동안 어떻게 살아왔는지 소통하는 시간을 갖는 콘셉트"라고 설명했다.

이어 "제가 살아온 인생을 다시금 돌아보고, '나는 그때 저런 생각으로 살아왔구나'하고 그때의 나를 바라보는 모습을 이야기해 줄 수 있을 것 같다"며 "팬분들 중에서는 20년 동안 저를 봐오신 분들도 있을 건데, 그분들은 어떻게 계속 나를 보고 와주셨을지도 궁금하다. 이번 팬미팅을 통해 많은 소통이 이뤄질 것 같다"고 전했다.

데뷔 20주년을 맞은 이제훈에게 '모범택시'는 단순히 성공한 시리즈 이상의 의미를 지닌 작품이다. 그는 김도기를 연기하며 자신의 변화를 스스로 체감했고, 그 시간은 자연스럽게 다음을 향한 고민으로 이어졌다.

"'배우 이제훈'이라는 사람을 누군가에게 설명했을 때 '모범택시'가 저를 대표하는 작품이라는 건 저명한 사실이다. 그래서 저는 그 부분이 솔직히 가장 자랑스럽고, 기쁘게 생각한다. 지금까지 필모그래피를 돌아보면 저를 대표하는 작품이 몇 있을 건데, 앞으로는 그 작품들과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을 하고 싶다. 저는 걸어왔던 시간보다 앞으로 걸어야 할 시간이 더 많다. 아직 반도 걷지 않았다. 그래서 앞으로 더 많은 분들께 사랑받는 작품을 하길 원하고, 저도 발전된 모습으로 연기하길 바란다. 확실히 예전보다 더 유연해지고 능청스러워졌다. 처음 인터뷰했을 때의 저를 돌아보면, 로봇 같았다. 웃으면서 제가 가진 생각을 꾸밈없이 얘기할 수 있는 현재를 보면 좋은 것 같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솔직할 수 있는, 거짓 없이 얘기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셀럽미디어 정원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컴퍼니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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