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사남' 박지훈의 눈에 담은 단종 [인터뷰]
입력 2026. 02.03. 17:41:00

박지훈

[셀럽미디어 임예빈 기자] 배우 박지훈이 스크린으로 활동 영역을 넓혔다. 첫 상업 영화, 첫 단종, 그에게도 도전의 연속이었지만 결국 증명해냈다. 박지훈은 슬픔과 단단함이 한 데 어우러진 눈빛으로 '연약한 어린 왕' 단종의 베일을 걷었다.

박지훈은 지난 27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셀럽미디어를 만나 만나 '왕과 사는 남자'(감독 장항준)와 관련된 이야기를 나눴다.

박지훈은 "훌륭한 감독님, 존경하는 선배님들과 함께한 것만으로도 영광인 영화"라고 표현하며, "흥행의 성과를 떠나 한 시대를 마음에 담을 수 있었던, 오래 간직할 소중한 기억"이라고 '왕과 사는 남자'를 추억했다.

'왕과 사는 남자'는 1457년 청령포, 마을의 부흥을 위해 유배지를 자처한 촌장 엄흥도(유해진)와 왕위에서 쫓겨나 유배된 어린 선왕 단종(박지훈)의 이야기를 그렸다. 단종을 주인공으로 한 우리나라 최초 영화다.

장항준 감독은 박지훈에게 "단종은 너여야만 해"라고 말할 정도로 열렬히 구애했다는데, 정작 박지훈은 삼고초려 끝에 출연을 결심했다.

"사실 단종을 스크린으로 녹여낼 수 있을까,라는 스스로 의심이 많았던 상태에요. 첫 상업 영화라 이 어린 왕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을지에 대한 의심이 많았죠. 스스로 제 연기에 대한 의심이 많은 사람이라 단종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을지. 연기는 '기브앤테이크'라는데 유해진 선배님의 에너지를 제가 돌려드릴 수 있을지 의심이 됐어요. 그 두가지가 출연 확답을 못 드린 가장 큰 이유였죠."


'왕과 사는 남자'는 박지훈의 첫 상업 영화다. 그는 "드라마와 달리 영화는 한 장면을 위해 철저히 준비돼 있고, 배우가 몰입할 수 있도록 기다려주는 시간들이 있었다"며 "이 씬을 위해 존재하는 공간이라는 느낌이 놀라웠다"라고 자신이 경험한 영화의 매력을 전했다.

박지훈은 예고편부터 단종의 굴곡진 인생을 담아내는 깊은 눈빛으로 대중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기대와 호평이 이어지는 가운데, 스스로는 스크린 연기에 대해 어떤 평가를 내렸을까.

"유지태 선배님과 에너지 스파크 튀는 씬에서 조금 더 에너지를 내봤으면 어땠을까 싶기도 해요. 더 했으면 오버 액팅이 됐을 수 있지만 저기서 조금 더 해볼걸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에너지가 잘 느껴진다고 생각한 부분은 해진 선배님과 마지막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에요. 그 장면은 그 사람으로서 표현을 잘 했다고 생각해요."

자신의 연기를 보다가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는데, 박지훈은 "유해진 선배님과 딱 마주했을 때, 이홍위가 엄홍도를 아버지 바라보는 시선으로 봤다 생각했다. 그때부터 계속 눈물이 흘러나왔다. 주체할 수 없이 눈물이 흘러나왔다"라고 설명했다.


'왕과 사는 남자' 시사회 이후 호평이 쏟아지는 '눈빛 연기'에 대한 질문도 빠지지 않았다. 그러나 박지훈은 "따로 연습하거나 준비한 것은 없다"며 "대본에 깊이 몰입한 결과"라고 말했다.

쏟아지는 칭찬 앞에서 여전히 부끄러워 하면서도 단단한 태도를 보였다. 박지훈은 "예전에는 칭찬이 부담스럽고 그랬다면 이제는 조금은 자신감을 가지려고 노력하고 있다. 제 장점은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시는 눈빛이라고 생각한다. 공허하고 아리고 슬픈 눈을 만들어 내는 것은 저만이 할 수 있는 무기이자 장점"이라고 했다.

박지훈에게서는 실존 인물인 단종을 대하는 조심스럽고 신중한 태도가 느껴졌다. 그는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은 단종이 어리지만 정통성을 지닌 왕이었다는 점이다. 관객분들이 느낄 수 있게 하고 싶었다"라고 강조했다.

"'범의 눈빛'으로 변하기 전과 후를 다른 목소리의 톤을 가져보자 해서 단전에서 끌어 올라오는 왕의 목소리를 내고 싶었어요. 연약하게 소리를 낸다 보다는 굵직한 소리로 호통을 쳐보자 생각을 했죠. 그렇게 만들어간 작품이에요."


박지훈의 연기는 관객 이전에 장항준과 유해진을 매료시켰다. 두 사람은 개인 인터뷰와 홍보를 위해 출연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박지훈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유해진 선배님이 주시는 에너지는 그 누구와도 받았던 에너지 중 제일 기억에 남을 것 같은 에너지에요. 감사하게도 매 씬마다 저한테 에너지를 주시려고 해주신 게 감사했어요. 제가 에너지를 잘 돌려 드렸을지는 모르겠네요. 좋아해 주시는 모습을 보면 '다행이다'라는 생각이 들어요."

장항준 감독은 1:1 리딩을 선호하는 편으로 알려졌는데, 박지훈은 "저도 리딩이 필요했다. 단종에 대해 감독님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궁금했고, 어떻게 캐릭터를 어떻게 그릴 지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다"라고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제가 나서서 말을 하는 편은 아니에요. 제 캐릭터가 이랬으면 좋겠다 말을 잘 하는 편이 아니고, 생각도 못했죠. 그래서 감독님과 의견이 부딪힌 적이 없었어요. 그런데 아마 제가 말씀을 드렸어도 감독님은 워낙 열려 있으신 분이라 '너 편한대로 해라. 그게 맞다'고 해주셨을 것 같아요. 그런 기대도 있었죠."

이러한 과정으로 만들어진 단종에게서는 '왕'의 단단함과 '소시민'의 꿈이 동시에 느껴졌다. 박지훈은 "감정적으로 어린 왕이지만 마을 사람들을 보면서 그런 삶을 끔꾸지 않았을까, 생각해봤다"라며 "촬영하면서도 궁 안에서도 서로 의지하며 살 수 있었다면 역사가 바뀌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촬영장에서 저 혼자 있고 마을 사람들이 뭉쳐 있는 모습을 보면 부럽더라"라고 전했다.


그렇다면 배우로서 박지훈은 어떨까. 인터뷰에서 만난 박지훈은 자연스러움이 묻어나는 배우였다. 그 역시 "계획을 세우기보다는 감독님의 의도를 바로 흡수하고 에너지를 돌려드리는 편"이라고 자신의 연기 스타일에 대해 설명했다.

끝으로 올해 목표에 대해서 묻자 "목표를 삼고 가진 않는 것 같다"라면서 "내가 하는 일이 즐거우면 됐다고 생각한다. 감사한 삶을 살고 있다"라고 이야기했다.

" 뚜렷한 목표가 없는 게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목표를 이루었을 때 '다음 목표는 뭐지?'라는 생각이 있기 때문에 구체적인 목표 없이 아무거나 다 도전해보고 싶어요. 정말 나쁜 사람도 연기해보고 싶어요. 저도 제가 나쁜 역할을 했을 때 어떻게 할지 궁금하거든요. 연속극보면 과몰입을 유발하는 분들이 계시잖아요. 그런 이미지도 만들어보고 싶어요."

영화 '왕과 사는 남자'는 2월 4일 전국 극장에서 개봉한다.

[셀럽미디어 임예빈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쇼박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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