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코’ 현빈이 말한 ‘백기태’라는 줄타기 [인터뷰]
입력 2026. 02.04. 09:00:00

'메이드 인 코리아' 현빈 인터뷰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영화와 드라마를 거쳐 온 배우 현빈의 얼굴은 오랫동안 ‘신뢰’와 ‘안정감’이라는 이미지로 설명돼 왔다. 그러나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메이드 인 코리아’는 그 익숙한 인상 위에 거칠고 불편한 결을 덧입히며 한 배우가 어디까지 나아갈 수 있는지를 다시 묻는 작품이 됐다. 현빈이 연기한 백기태는 단순한 악역이 아니라, 욕망과 명분 사이에서 끝없이 직진하는 인물이었다.

현빈은 최근 서울 종로구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메이드 인 코리아’(‘메인코’) 시즌1 종영 인터뷰를 진행했다. 1970년대 대한민국이라는 격동의 시대를 배경으로 한 이 작품은 OTT 콘텐츠 시청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패트롤 기준으로 디즈니+ TOP10 TV쇼 부문 1위를 기록했으며 대만에서는 1위, 홍콩·일본·싱가포르에서도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이에 대해 그는 “처음 겪는 OTT 작업”이었다고 운을 뗐다. 공중파나 종편 드라마, 영화와는 전혀 다른 방식의 반응이 체감됐다는 설명이다.

“저도 OTT는 처음이라 정확히 수치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잘 모르겠어요. 공중파나 종편, 시리즈물, 드라마 했을 때 받는 피드백이랑은 완전히 다른 것 같더라고요. 그래도 주변에서 많이 보셨다는 얘기, 좋게 봐주신다는 얘기를 들으면 그 자체로 감사한 마음이 커요.”



‘메이드 인 코리아’는 공개 이후 국내외에서 빠르게 반응을 얻었다. 그러나 현빈이 가장 오래 고민한 지점은 성과가 아니라, ‘백기태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였다. 그는 이 인물을 단순히 선과 악의 구도로 규정하는 것 자체가 작품의 결을 놓치는 일이라고 봤다.

“기태를 단순한 악인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계속 생각했어요. 분명 옳지 않은 행동을 하는 인물이지만 그럼에도 이해하고 공감되는 부분이 존재하거든요. 불편하고 반대 감정이 생기는데도 응원하게 되는 지점, 그게 우리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라고 느꼈어요.”

현빈은 백기태를 ‘줄타기하는 인물’로 설명했다. 시청자의 시선에 따라 전혀 다른 평가가 가능하다는 점에서다. 어떤 이는 냉혹한 권력자라고 말하고, 또 다른 이는 시대와 구조 속에서 밀려난 생존자라고 해석할 수 있다.

“누군가는 그냥 나쁜 놈이라고 볼 수 있고, 어떤 분들은 가족에게 하는 행동을 보고 공감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나라도 그랬을 것 같다고 느낄 수도 있고요. 저는 그걸 줄타기라고 봤어요. 그 줄타기를 대리만족하면서 보시는 분들이 있는 것 같더라고요.”



이런 인물 해석은 연기 방식에서도 분명히 드러난다. 현빈은 백기태를 “지금까지 맡았던 캐릭터 중 가장 크게 직진하는 인물”이라고 표현했다. 감정을 숨기기보다 선택의 순간마다 앞으로 밀어붙이는 인물이라는 의미다.

“연기하면서 재미가 컸어요. 이렇게까지 직진하는 인물은 처음이었던 것 같아요. 계산도 하지만 결국엔 멈추지 않고 가는 사람이잖아요. 그래서 감정을 눌러두기보다는 분출되는 지점들을 숨기지 않으려고 했어요.”

시즌1의 마지막을 장식한 시가 장면은 그런 백기태의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권력의 상징이던 자리를 차지한 순간, 현빈은 그 장면을 인물의 종착지가 아닌 또 다른 질문으로 받아들였다.

“원래 그 자리에 앉아서 시가를 피울 수 있었던 건 천석준(정성일)이었어요. 그걸 기태가 손에 쥐면서 시즌1이 끝나요. 그런데 그게 과연 성공일까, 그 자리에 올랐을 때 백기태라는 인물이 남아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시즌2에 대한 이야기도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아직 촬영 중이나, 현빈은 분명한 변화를 예고했다. 권력을 손에 쥔 이후 인물이 감당해야 할 또 다른 국면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다.

“시즌2가 남아 있잖아요. 나라 시스템 안에서 처한 상황에서 이게 과연 옳은 선택이었을까 하는 질문을 계속 던지게 될 것 같아요. 시즌1보다 상황도 감정도 훨씬 넓어지고 깊어질 거예요.”



외형적인 변화 역시 백기태를 완성하는데 중요한 요소였다. 현빈은 “대사를 하지 않아도 위압감이 느껴지는 인물”을 목표로 삼았고, 이를 위해 과감한 선택을 했다.

“저는 개인적으로 캐릭터 작품을 하게 되며 캐릭터가 대사를 안 하고 카메라에 잡혔을 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에요. 백기태라는 인물이 속한 중앙정보국 보다는 백기태라는 인물을 봤을 때 위압감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벌크업을 했죠. ‘하얼빈’ 기준으로 13~14kg 정도 벌크업된 상태로 기태 캐릭터를 만들었어요. 한 치의 흐트러짐 없는 외형이 보였으면 했죠. 가르마가 칼같이 갈라진 포마드 머리와 딱 떨어진 슈트 넥라인이 도드라지는 와이셔츠 등을 설정했죠.”

‘메이드 인 코리아’는 현빈에게 첫 OTT 시리즈이자, 연속된 시대극 작업의 연장이었다. 그는 이번 작품을 두고 “영화를 여러 편 길게 찍는 느낌”이라고 표현했다. 특히 우민호 감독과의 작업은 배우로서 또 다른 얼굴을 발견하게 된 계기였다.

“감독님이 계속 끄집어내 주셨어요. 제가 몰랐던 모습도 찾아내시고요. 배우가 많은 얼굴을 가지고 있어도 써주지 않으면 의미가 없잖아요. 감독님은 끝까지 고민하고, 당일까지도 바꾸세요. 그러나 바뀐 결과를 보면 늘 맞더라고요.”

‘메이드 인 코리아’는 한 인물의 욕망이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지를 집요하게 밀어붙인 작품이다. 그 중심에서 현빈은 익숙한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불편함을 감수한 선택으로 또 하나의 전환점을 만들어냈다. 시즌2에서 백기태가 마주할 세계와 선택 역시, 그 연장선 위에 놓여있다.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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