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테랑’ 이후 또 한 번 변주…‘휴민트’로 판 넓힌 류승완 감독 [종합]
- 입력 2026. 02.04. 18:05:13
-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류승완 감독이 신작 ‘휴민트’를 통해 다시 한 번 리얼리티에 천착한다. 자신만의 영화적 세계를 구축해 온 그는 이번 작품에서 무대를 해외로 확장하며 새로운 변주를 시도한다. 배경은 북한과 러시아의 접경지인 블라디보스토크. 사건의 실마리를 쫓아 이곳에 모인 네 인물의 이야기를 따라가는 ‘휴민트’는 낯선 공간 속에서 인물과 상황을 밀도 있게 쌓아 올리며 류 감독 특유의 연출 세계를 한 단계 넓힌 작품이다.
'휴민트'
4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는 영화 ‘휴민트’(감독 류승완) 언론배급시사회 및 기자간담회가 개최됐다. 이날 기자간담회에는 류승완 감독, 배우 조인성, 박정민, 박해준, 신세경 등이 참석했다.
‘휴민트’는 비밀도, 진실도 차가운 얼음 바다에 수장되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진 이들이 격돌하는 이야기다.
류승완 감독은 “초고는 굉장히 오래됐다. ‘베를린’ 개봉을 마치고, 취재를 했던 자료를 기반으로 했지만 초안은 달랐다. 박건(박정민)과 채선화(신세경)는 외삼촌과 조카 설정이라 멜로가 없었다. 오히려 조과장과 채선화가 미묘한 관계를 가지면서 톤 앤 매너가 밝고 경쾌했다. 조인성과 박정민을 전면에 내세우면 작업하는 걸 고민하며 ‘휴민트’를 끄집어냈을 때 톤 앤 매너에 흥미를 잃었다. 두 배우의 진중함을 가지고 밀어붙여보자고 했다. 왜냐면 작업을 하는 내내 두 배우가 가지고 있는 힘을 엿봤으니까 이 배우들을 믿고 밀어붙여보자고 했다. 그래서 지금의 이야기로 구성할 수 있었다”라고 작품을 설명했다.
이어 “오히려 조인성이 있었기 때문에 박정민의 멜로드라마를 더 과감하게 밀어붙일 수 있었다. 통상적이라면 반대 캐스팅으로 기획했을 법 한데. 초창기에 ‘키다리 아저씨’라는 표현을 했는데 마지막에 뒷모습이 더 무겁게 느껴졌다. 실제로 이정도 수위의 멜로 감성을 가져간 적이 없다. 그래서 조인성에게 부탁한 것”이라며 “현장에 나와 같이 보면서 얘기했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흔쾌히 나와서 좋은 의견을 주면서 만들어진 장면이다. 결과적으로 이 영화에 나오는 배우들의 관계 표현은 온전히 배우들이 자기 몫 이상을 해줬기 때문이다. 제가 연출한 사람으로서 도움을 많이 받았다”라고 말했다.
‘베를린’, ‘모가디슈’ 등을 통해 리얼한 액션 영화를 연출해 온 류승완 감독이 ‘휴민트’의 배경으로 선택한 곳은 블라디보스토크다. 조인성은 “작년 이맘때 라트비아에 있었다. 개봉을 앞두고 시사회를 하지만 당시에는 추운 겨울날 서로 많이 의지하면서 촬영했던 기억이 있다. 아마 영화를 보셨으니까 마지막 시퀀스 정도 구간을 찍고 있는 2월 달이었다. 하루 빨리 관객들과 영화를 선보일 수 있는 날을 학수고대했는데 그 날이 다가온 것 같아 떨린다”라고 개봉을 앞둔 소감을 밝혔다.
박정민은 “지금까지 촬영한 모든 작품들이 기억이 나는데 그중에 유독 감정적으로 이입되고 그립고 특별히 소중했다. 추웠던 그해 겨울을 생각하면 참 그립다”면서 “오랜만에 모인 자리도 더 소중해진다. 그만큼 똘똘 뭉쳐서 서로 격려하며 촬영했다”라고 전했다.
박해준은 “이날을 많이 기다렸던 것 같다. 같이 촬영했던 배우들, 동료들 정말 많이 보고 싶었다. 빠른 시간에 개봉하게 됐다. 너무 기대되고, 많이 떨린다. 잘 보셨을 거라 믿는다”라고 했으며 신세경은 “짧지 않은 기간 해외에 함께 머물면서 동고동락하며 추억을 많이 만들었다. 차곡차곡 열심히 만든 작품 여러분에게 선보일 수 있게 되어 굉장히 많이 설레고 기대된다. 한편으론 긴장도 되는데 예쁘게 봐주셨으면 한다”라고 당부했다.
류승완 감독은 “영화 만드는 일을 꽤 적지 않은 시간동안 했는데 오늘 만큼은 떨린다. 우리 영화를 만드는 내내 현장에서 느낌들이 각별했고, 모두에게 특별한 영화라 그런 것 같다. 소중하게, 끈끈하게 작업했다”면서 “여기 있는 배우들 중심으로 똘똘 잘 뭉쳐준 현장으로 연출을 하는 사람으로서 좋았던 기억 보다 감사함이 큰 현장이었다. 라트비아 현지 크루들도 열심히 노력해줬다”라고 덧붙였다.
조인성이 연기한 국정원 요원 조 과장은 매 임무 냉철하고 이성적인 판단을 내리지만 정보원을 잃는 사건 이후로 트라우마를 겪는 캐릭터다. 북한 국가보위성 조장 박건 역의 박정민은 냉정한 판단력을 가졌지만 우연히 마주친 채선화 앞에서는 감정적인 혼란을 겪는 캐릭터다.
특히 두 사람은 류승완 감독의 ‘모가디슈’ 이후 ‘휴민트’로 재회해 액션 호흡을 맞췄다. 조인성은 “정민이와의 브로맨스는 어렸을 때 ‘더킹’에서 호흡을 맞췄다. 오랫동안 지켜본 사람으로서 정민이를 응원하고 있던 한 사람이다. 정민이가 연기할 때 내적 친밀감이 있었다. 거리낌 없이 편하게, 어색함 없이 연기할 수 있었다. 마지막에 정민 씨와 감정을 남자로서 주고받는 마음도 여러 가지 캐릭터로서 바라봤지만 선배로서 충분히 마음을 공감할 수 있었다. 그래서 조금 더 감정이 와닿았다”라고 말했다.
박정민은 “평소에 아껴주셨다. 제가 현장에서 ‘밀수’ 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굉장히 많이 의지했다. 받아 적을 게 많은, 배울 게 많은 선배님이다. 형이 말씀하신 것처럼 유대관계를 가져온 시간들 때문에 자연스럽게 현장에서 분위기가 발현된 것 같다. 덕분에 편하게 잘 했다. 형과 세 번째 작품인데 늘 두드려 맞거나, 뒤에서 공격하거나 그랬는데 이젠 앞에서 ‘강 대 강’으로 붙게 됐다”라면서도 “참 옳게 된 일이라고 생각한다”라고 해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액션 호흡에 대해 박정민은 “액션이 굉장히 위험하다. 형이 일가견 있기에 보호받으면서 하는 느낌이었다. 촬영하면서 인성이 형은 팔다리도 길고, 바라만 봐도 좋지 않나. 존경하는 선배의 아우라를 맞춰주고 따라 가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다”라고 했다.
박정민과 신세경의 멜로 연기도 또 다른 재미를 더한다. 북한 식당 종업원 채선화 역의 신세경은 박정민과 호흡에 대해 “사실 제가 그간 해온 멜로 작품들과 굉장히 다른 결이라 기대됐다. 같이 촬영을 하게 될 배우가 박정민이라 더더욱 설레고, 즐거웠다. 저와 박건의 감정선도 중요하지만 영화 전체에 잘 어우러지고, 조화를 이루는 호흡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더 많이 해서 저로서는 굉장히 감사하다”라고 이야기했다.
또 “박건의 모습이 너무 멋있더라. 빈말이 섞인 게 아니었다. 여심을 휘어잡을 수 있겠다는 생각도 했다. 여성 관객으로 보면서 굉장히 설렌다는 감정을 느꼈다”라며 “이 작품이 액션도 그렇지만 여러 이야기가 균형 있게 섞여있다 보니까 정서적으로 관객을 설득할 수 있는 게 많지 않다. 그런데 신마다 정서를 설득할 수 있도록 최대한 집중했다. 어렵거나 해결 안 되는 부분은 감독님과 다른 배우들에게 여쭤보고 도움을 받았다”라고 설명했다.
‘휴민트’를 통해 멜로 연기를 선보이게 된 박정민은 “인간 박정민으로 할 수 없는 선택과 결정을 박건으로 할 수 있지 않나. 어디까지 갈 수 있는가에 대해 살펴볼 수 있는 장면들이었다. 박건이라는 인물을 박정민이라는 개인이 연기하고 있는 화면이 어색하지 않아 좋았다”라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조인성은 류승완 감독과 세 번째 작업이다. ‘모가디슈’, ‘밀수’에 이어 ‘휴민트’로 만난 조인성은 “감독님과 세 번째 작품인데 ‘밀수’ 빼놓고 이번에도 시나리오 받지 않은 상태에서 이야기만 듣고 했으면 좋겠다고 하시더라. 시나리오가 중요한 게 아니고, 서로 너무 신뢰하기 때문에 이 작품을 어떻게 같이 만들어 낼까였다”라며 “시나리오를 안 보고 결정한 후 시나리오가 나왔다. 같이 수정 작업을 하면서 아이디어를 주고받았다. 현장에서 많은 대화와 수정하면서 작업했다. 감독님과의 작업은 시나리오보다 이 작품을 어떻게 같이 만들어갈 것인가가 출발이다. 단단한 신뢰에서 출발했다”라고 류승완 감독을 향한 깊은 신뢰와 믿음을 전했다.
‘휴민트’의 액션은 일정한 속도로 반복되지 않는다. 장면마다, 인물 간의 관계와 성향에 따라 액션 스타일이 달라져 캐릭터의 서사에 집중하게 만든다. 액션의 중점을 둔 부분에 대해 류승완 감독은 “군사전문 기자님이 ‘모가디슈’ 때도 현장에서 자문을 해주셨다. 이번에도 아예 프리프로덕션 때부터 전수교관처럼 침투할 때 동선, 총격전 발생했을 때 인물들의 총격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많은 이야기를 하면서 작업했다. 장전을 하는 장면은 국정원에서 실제 사격훈련을 하고, 전문가들의 자문을 얻을 기회가 있었다. 그때 조인성이 열심히 배워서 꼼꼼히 이야기를 해줬다”면서 “요새 관객분들이 총기 관련해서 전문가 수준으로 매의 눈으로 보지 않나. 연출분들이 총알 개수를 세면서 여기선 탄창을 갈아줘야 한다고도 했다. 아예 총알 개수도 커트마다 계산해서 넣어 찍었다”라고 언급했다.
조인성은 “국정원에 가서 사격훈련 및 기초교육 같은 걸 받았다. 하루라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여러 질문을 통해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었다. 지금 우리 영화에 나오는 권총 버전이 최근 것이다. 한손으로 총을 쏠 때 모습이라던지, 이동할 때 쏘는 법 등을 그날 많이 배웠다. 교관님들이 멋있었던 기억이 난다. 그분만 따라 해도 리얼리티가 살겠구나 생각을 했다”라고 밝혔다.
박정민은 “총기를 쥐고 있을 때 쏘고 있지 않을 때 작전 중일 때 등 디테일하게 정해주셨다. 탄창을 버릴 때도 밖이 아닌 안으로 버려야 했다. 숙련된 사람처럼 보여야 해서 집에서도 비슷한 비비탄 총을 사서 연습했다. 총이라는 것에 익숙한 사람처럼 보이게 연습을 많이 했다”라며 “총기뿐만 아니라, 사주경계를 하고 있지 않나. 그 시선의 방향마저도 굉장히 디테일하게 알려주셔서 인물에 녹이고, 영화상에 녹이는 걸 디테일하게 다뤘다”라고 전했다.
박해준은 “사실 황치성은 국정원과 다르게 해야 하는 부분이 있었다. 조금 더 자유롭게 총을 다루는 느낌이었다. 전문적으로 배웠지만 북한 쪽에 계신 분들의 자세가 따로 있더라. 그런 것들을 많이 보고, 캐릭터에 맞게 했었던 것 같다”라고 했다.
오는 11일 개봉을 앞둔 ‘휴민트’는 ‘왕과 사는 남자’와 ‘넘버원’과 함께 설 극장가에 출격한다. 류승완 감독은 “믿기지 않으시겠지만 설 연휴에 개봉작을 만든 사람들이 다 친하다. 장항준 감독과도 친하고, 김태용 감독은 같이 작업을 했다. 제 바람은 연휴가 기니까 개봉하는 영화들을 다 봐주셨으면 한다”라며 “그런 경쟁을 떠나서 영화만을 가지고 얘기하자면 배우들의 매력이 최선을 다해 스크린에 뿜어져 나오도록 만들었다. 영화쟁이들이 모여서 자신들의 능력을 최대치로 뽑아서 관객들이 극장에서 ‘근사하다’ 싶은 영화를 만들어내려고 있는 능력 한해서는 용을 쓰고 만들었다. 예쁘게 봐주셨으면 한다”라고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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