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선호, '이 절세 통역 되나요?'
- 입력 2026. 02.09. 11:40:44
- [유진모 칼럼] 넷플릭스 오리지널 멜로-판타지 드라마 '이 사랑 통역 되나요?;가 2주 연속 넷플릭스 비영어 TV 쇼 부문 1위에 오르며 글로벌 인기를 과시했다. 지난 4일 넷플릭스 투둠(Tudum) 웹 사이트에 따르면 '이 사랑 통역 되나요?'는 공개 3주 차(1월 26일~2월 1일) 기준 430만 시청 수를 기록하며 비영어 TV 쇼 부문 1위를 차지했다.
이 집계 기간 동안 전 세계 43개국에서 톱 10에도 이름을 올렸다. 특히 인도네시아, 베트남, 말레이시아에서는 1위를 기록하며 강세를 보였고, 한국을 비롯해 홍콩, 싱가포르, 일본, 멕시코, 튀르키예 등에서도 상위권에 올랐다. 홍정은, 홍미란 작가의 필력, 이제 작품 세계에 눈을 뜬 유영은 감독의 연출력 등이 어우러져 훌륭한 결과를 낳았다.
물론 수십 명에서 수백 명의 스태프 및 관계자들의 노력 역시 작품의 완성도에 힘을 더했다. 특히 무명 배우에서 하루아침에 글로벌 스타로 발돋움한 차무희 역의 고윤정, 영어, 일어, 중국어, 이탈리아어 등 못 하는 외국어가 없는 '파파고' 통역사 주호진 역을 맡은 김선호의 조합은 작품의 화룡점정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런데 왠지 찜찜하다.
김선호가 최근 탈루 의혹에 휩싸였기 때문이다. 같은 기획사 판타지오 소속인 보이 그룹 아스트로 멤버 겸 배우 차은우가 같은 의혹으로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연이어 김선호도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기에 오비이락처럼 논란 직전 공개된 이 작품이 그 훌륭한 완성도와 탄탄한 재미에도 불구하고 시청자들의 마음 한구석을 꺼림칙하게 만드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판타지오이다. 이 회사 소속 배우 차인하는 2019년 12월에, 아스트로 멤버 문빈은 2023년 4월에 극단적 선택으로 세상을 떠났다. 차인하는 평소 우울증 증세를 보였고, 이전에도 그런 선택을 한 적이 있다고 했다. 그런데 문빈은 세상을 떠나기 얼마 전에 스케줄 강행군으로 인한 피로감을 호소한 바 있다. 게다가 차인하와 달리 당시 이미 스타였다.
이번에는 판타지오 소속 톱스타 두 명이 연거푸 탈루 의혹에 휩싸였다.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이 통보한 차은우에 대한 추징금은 무려 200억 원 규모이다. 국세청은 탈세 액수가 최소한 그만큼은 된다고 본 것이다. 그 충격파가 연일 각 매체를 도배하다시피 하고 있는 와중에 한솥밥을 먹는 김선호마저 석연치 않은 의혹에 휩싸였다.
방법은 차은우와 매우 흡사하다. 판타지오 소속이면서도 가족을 이사로 내세운 1인 기획사를 세우고 용역을 하는 방식으로 세금을 아낀 것이다. 판타지오는 김선호의 법인에 대해 연극 관련 활동과 제작 등을 관리하기 위해 설립한 회사라고 해명했다. 100번, 1000번 양보해서 김선호가 탈세가 아닌, 절세를 위해 법인을 세웠다고 치자.
그렇다고 하더라도 '연극을 위해 별도 법인을 세웠다.'라는 해명은 뭔가 어색하지 않은가! 대한민국에서 영화, 드라마, 연극을 제작하거나 그런 콘텐츠에 배우로 출연하는 활동에 대한 업무 내용은 오십보백보이다. 제작이나 진행 방식에 디테일한 차이는 있을망정 전체적인 흐름과 그 결과는 대동소이하다. 그건 대다수의 연예 기획사가 증명한다.
현재 K-콘텐츠의 선두주자는 누가 뭐라고 해도 차은우 같은 정상급 아이돌 그룹의 멤버이다. 남녀 구분 없이 그 멤버들은 그룹 활동이 없을 때 각자 영화, 드라마, 연극, 뮤지컬, 예능 등 각종 콘텐츠에 출연하며 '따로 또 같이' 형식으로 활약한다. SM, JYP, YG 등에 소속된 아이돌이 음반 외의 활동을 하기 위해 따로 법인을 만들었을까?
포털 사이트를 검색하면 판타지오는 '국내 최대 종합 엔터테인먼트사'를 자처하고 있다. 가수 활동 분야에서 전술한 세 기획사보다 매출이 다소 떨어질 수는 있지만 배우 매니지먼트 및 영화나 드라마 제작에 있어서는 절대 뒤지지 않는 규모의 대형 기획사인 것은 자명하다. 그런데 배우 한 명이 연극 제작 및 출연을 위해 별도 법인을 세웠다?
영화나 드라마의 시장 규모와 연극의 시장 규모 중 어느 것이 클까? 10대 청소년도 답을 알 수 있는 우문이다. 그런데 김선호가 그럴 만큼 판타지오의 업무 수행 능력이 그 정도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이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 국내 최대의 종합 엔터테인먼트 회사인데 차은우는 장어 식당에 연예 기획사를 차리고, 김선호는 연극 법인을 따로 차렸다?
'이 사랑 통역 되나요?'는 지난해 1월 종영된 MBC 드라마 '지금 거신 전화는'과는 내용이 완전히 다르지만 소통이라는 주제를 다룬다는 점에서는 일맥상통한다. 호진은 신지선 PD를 짝사랑했지만 마음을 고백하지 못하고 망설이다가 절친한 친구가 그녀의 연인이 되는 것을 바라보아야만 했던 상처를 안고 그녀와의 추억이 깃든 일본의 한 섬을 찾는다.
무희는 연인이 자신을 버리고 일본 여자를 선택하자 그녀와 담판을 짓기 위해 이 섬을 찾았다가 대화가 안 통하던 중 유창하게 일본어를 구사하는 호진을 만나 통역을 부탁한다. 서로 호감을 갖지만 어색함을 간직한 채 헤어지고 귀국한 무희는 넷플릭스 영화 '조용한 여인' 마지막 신을 찍다 건물에서 추락해 식물인간이 된다.
무희는 6개월 만에 기적처럼 멀쩡하게 깨어나고 그새 '조용한 여인'의 전 세계적인 히트로 자신이 글로벌 스타가 되어 있음을 확인한다. 그리고 해외 매체와의 인터뷰 자리에서 거짓말처럼 통역사로 등장한 호진과 재회한다. 그 후 무희는 대놓고 호진에게 접근하지만 호진은 개가 닭을 보듯 무희와 거리를 둔다. 과연 지선 때문일까, 자존심 때문일까?
어쨌든 호준이 통역에는 달인일지 몰라도 소통에는 먹통인 게 맞는다. 그도 애초부터 무희를 눈여겨보았다. 그렇지 않았다면 그녀가 추락 사고로 입원했을 때 수소문해 병원을 찾아 수시로 그녀의 상태를 살피러 오지 않았을 것이다. 해외 매체와의 인터뷰 사실을 안 뒤 동료 통역사에게 그 통역 일을 자신에게 넘겨 달라고 부탁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현재의 김선호가 딱 그렇다. 이번 탈세 의혹은 2021년 연인에게 낙태를 강요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던 사생활 논란 때와는 차원이 다르다. 연인의 주장 중 상당 부분이 거짓으로 드러나면서 결국 그의 '승리'로 결론이 났고 낙태가 불법에서도 벗어났기 때문에 당시 두 사람의 합의하에 낙태 수술을 했다고 매듭이 지어지면서 그는 순조롭게 복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탈세 의혹이다. 물론 법적으로 절세로 결론이 날 수도 있다. 그러나 여론 재판은 법정 재판과 다르다. 더구나 세금 문제이다. 연봉 4000만 원을 받는 사람과 연간 400억 원, 혹은 4000억 원을 버는 사람과의 세율이 같아야 할까? 1번에 10%를 부과한다면 2번에는 50%를, 그리고 3번에는 80%를 부과하는 게 합리적 혹은 민주적이지 않을까?
그게 이념이 상충되는 자본주의와 민주주의가 공존하는 이 세계를 살아갈 수 있는 방법론 중의 하나가 아닐까? 만약 플라톤, 마르크스, 존 스튜어트 밀이 아직 생존한다면 그들이 부르댈 만한 세법이다. 이제 김선호는 판타지오의 해명을 통역해 줄 차례이다. '누구나 절세의 유혹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다. 다만 소통 방식에 있어서 다소 미흡했다.'라고.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 성경의 유명한 구절이다.
[유진모 칼럼 / 사진=DB, 넷플릭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