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대 아우르는 가족극 '아빠와 딸' 따뜻한 힐링 선사
- 입력 2026. 02.11. 15:24:09
- [셀럽미디어 신아람 기자] 말하지 않아도 다 알 것 같지만, 정작 가장 솔직해지기 어려운 사이가 ‘부녀(父女)’다.
아빠와 딸
연극 ‘아빠와 딸’은 서툰 표현 속에 숨겨진 아버지와 딸의 마음을 세밀하게 따라가며, 관객에게 오래 묵혀 둔 가족 이야기를 꺼내 보게 만든다. 과장된 사건 대신 일상에서 흔히 벌어지는 사소한 갈등을 전면에 내세워 “우리 집 이야기 같다”는 공감을 이끌어낸다.
무대 위에는 어느 집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소박한 거실이 펼쳐진다. 마냥 사랑스럽기만 했던 유치원 시절부터 사춘기, 진학, 취업, 결혼와 같은 현실적인 고민을 두고 부딪히는 아빠와 딸의 대화는 웃음을 자아내다가도, 문득 가슴을 찌르는 대사로 객석을
숙연하게 만든다.
특히 서로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장면들은 부모와 자녀가 각자 품어온 죄책감과 미안함을 조용히 드러내며 깊은 여운을 남긴다. 이번 작품은 김덕진 연출이 대본을 쓰고 출연까지 하고 있으며, 안승찬, 고민지, 송현진 등이 출연해 현실적인 연기로 캐릭터에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불필요한 장치를 최소화한 대신 감정의 밀도를 높여, 관객이 자연스럽게 자신의 경험을 작품 위에 투영하게 만든다.
러닝타임 내내 관객석에서는 훌쩍이는 소리와 웃음이 교차하며, 커튼콜에서는 부모님 혹은 자녀에게 바로 전화를 걸고 싶다는 반응이 이어진다.
‘아빠와 딸’은 지난해 11월 9일을 시작으로 현재에도 대학로에서 공연되고 있으며, 8세 관람가로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다. 예매는 놀티켓, 네이버 등 주요 티켓 예매처에서 가능하다. 올봄, 말로 다 하지 못했던 마음을 무대 위 부녀에게 먼저 맡겨 보는 건 어떨까.
특히 ‘아빠와 딸’은 한 가족의 하루를 ‘아빠 버전’과 ‘딸 버전’ 두 가지 시점으로 나누어 보여주는 독특한 형식으로 눈길을 끈다. 1막에서는 아빠의 기억 속에 남은 하루가, 2막에서는 같은 시간이 딸의 시선으로 재구성된다. 같은 장면이 반복되지만 대사와 분위기, 인물의 행동이 미세하게 달라지면서, 관객은 누구의 기억이 진실에 가까운지 고민하게 된다.
1막에서 무심해 보였던 아빠의 한마디는 2막에서 “딸을 걱정해 밤새 고민한 끝에 겨우 건넨 말”로 다시 읽히고, 겉으로는 쿨해 보이던 딸의 태도는 “실망시키고 싶지 않아서 일부러 더 세게 굴었던 마음”으로 재해석된다. 이처럼 시점 교차 구조는 ‘누구나 자기 입장에서만 기억한다’는 사실을 효과적으로 드러내며, 가족 간 오해의 메커니즘을 섬세하게 풀어낸다.
관객들은 2막에 접어들수록 자연스럽게 1막의 장면들을 떠올리며 각자의 관계를 돌아보게 된다. 미니멀한 무대 위에서 조명과 음악, 배우의 동선이 달라지며 같은 공간이 전혀 다른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것도 흥미롭다. 김덕진 연출은 아빠의 기억과 딸의 기억을 자연스러운 장면으로 재구성해 관객의 몰입도를 높인다.
김덕진, 안승찬, 고민지, 송현진 등 배우들은 1막과 2막에서 미묘하게 다른 톤과 표정 연기를 선보이며, 동일한 인물 안에 공존하는 다층적인 감정을 구현한다. 연극 ‘아빠와 딸’은 2025년 11월 9일 첫 공연부터 시작된 관객의 호응으로 12월 4일까지 예정되었던 공연 기간을 확장해 대학로에서 공연을 지속하고 있으며, 가족과 함께 보기에도 부담 없는 8세 관람가다.
관계를 보는 새로운 방식을 제안하는 이 작품은, ‘내가 기억하는 그날’이 과연 상대에게도 같은 날이었는지 되돌아보게 만든다. 한 번의 관람으로는 다 담기지 않는 디테일 덕분에, ‘두 번 보고 싶은 연극’이라는 입소문도 기대를 모은다.
[셀럽미디어 신아람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해오름ENT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