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둠 속에서 빛으로"…'파반느' 청춘·멜로의 새로운 지평[종합]
- 입력 2026. 02.12. 12:25:43
- [셀럽미디어 임예빈 기자] 변요한, 고아성, 문상민이 어둠 속에서 빛으로 향하는 세 청춘의 얼굴로 분했다. 1980년대에서 현재로 넘어온 영화 '파반느'가 왈츠보다 느리고 진득한 사랑과 청춘의 이야기로 늦겨울 마지막 추위를 녹인다.
파반느
12일 오전 서울 강남구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넷플릭스 영화 '파반느' 제작보고회가 진행됐다. 이날 행사에는 고아성, 변요한, 문상민, 이종필 감독이 참석했다.
'파반느'는 소설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저자 박인규)를 원작으로 한 영화로, 마음의 문을 닫고 살아가던 세 사람이 서로에게 빛이 되어주며 삶과 사랑을 마주하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다.
이종필 감독은 "'파반느'라는 제목은 왈츠처럼 춤곡을 일컫는 용어다. 왈츠보다 우아하고 느린 춤곡이다"라며 "사랑할 자신이 없는 세 사람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을 해 나가는 멜로 영화이자 백화점 지하라는 어둠 속에 있던 세 사람이 빛을 향해 나아가는 청춘 영화다"라고 설명했다.
십대 부터 멜로 영화 꿈꿨다는 이종필 감독은 "십대 때 멜로 영화를 연달아 봤는데 '인류를 구원하는 건 사랑이고, 영화는 결국 멜로 영화다'라고 일기에 썼다. 20대 끝날 무렵 원작 소설을 읽고 십대 때 좋은 멜로 영화에서 느꼈던 느낌을 받았다. 사랑해 본 사람들한테는 '저런 게 있었지', 십대들에게는 어떤 식으로든 사랑하게 될 것이라는 메시지가 닿을 수 있도록 노력했다"라고 말했다.
'파반느'에서 고아성, 변요한, 문상민 저 마다의 사연을 안고 백화점 지하에 고인 미정, 요한, 경록을 연기한다.
사람들의 불편한 시선을 피해 마음의 문을 닫고 살아 온 미정 역의 고아성은 "개인적으로 그동안 맡았던 역할들이 반대였다. 올곧고 부족해도 당당하고 자존감이 높았다. 그래서 실제로 제가 그런 사람이라고 착각하고 살아온 것 같다. 사실은 제 안에 나약한 모습이 많은 사람인데, 그렇게 묻어둔 제 모습을 기여이 꺼내야 했다. 그 과정이 필요했고 솔직한 저와 마주하고 미정을 표현할 수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고아성은 글씨체와 젓가락질까지 바꾸며 미정을 완성했다. 그는 "평생 말로 자기 마음을 표현하기보다 글로 표현하며 살아왔을 것 같다. 한 글자 한 글자 반듯하게 자기 마음을 풀어놨을 것 같다"라고 전했다.
이종필 감독은 "촬영 전에 (고아성 배우가) '촬영 현장에서 빗겨 서있을 것 같다'라고 말한 게 생각난다. 미정은 사람들이 관심도 없고 어둠 속에서 방치된 사람, 어두운 전구같은 캐릭터다. 그런 사람의 시작점을 잡아준 게 좋았다"라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어둡고 음울한 인상의 캐릭터가 사랑하면서 빛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영화를 찍을 때 문득 문득 진정한 의미의 아름다운 얼굴을 봤다"라고 고아성을 극찬했다.
변요한은 가벼운 농담과 익살 뒤에 진짜 자신을 숨긴 요한 역을 맡아 진심과 거짓을 유연하게 오가는 연기를 선보인다. 변요한은 요한에 대해 "한 단어로 설명하기 어렵다"라며 "상처 받았지만 상처 받지 않은 것처럼, 사랑해봤지만 사랑해보지 않은 것처럼, 알지만 모르는 것처럼 연기했다"라고 했다.
이종필 감독은 "요한은 연기하기 어려운 캐릭터다. 웃음과 눈물, 희망과 절망. 상반되는 것을 오가는 캐릭터다. 작품을 각색하면서 이런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싶었는데, 후반 작업하면서는 그걸 할 수 있는 배우는 변요한 배우 밖에 없는 것 같았다"라고 이야기했다.
영화 속 캐릭터와 변요한의 이름이 우연히 일치하는데, 이에 대해서는 "원작 소설에 요한이 나온다. 영화에서는 박요한이다"라고 해명했다.
무용수를 꿈꾸는 경록 역을 맡은 문상민은 "경록을 숫자 '0'으로 표현하고 싶다. 표정도, 감정도, 말수도 '0'인데 미정과 요한을 만나면서 숫자가 채워져 나간다. 왜 살아야 하지 내가 사는 이유는 뭘까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아가는 청년이다"라고 설명했다.
경록을 만들기 위해 문상민은 이종필 감독과 새벽 회동을 마다하지 않았다는데, 문상민은 "아침 6시에 만나 세 시간씩 대본도 읽고 캐릭터 이야기도 했다.가장 기억에 남았던 건 경록의 무표정을 찾아가는 작업이었다. 텅 빈 눈이 공허한 게 아니라 에너지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감독님이 많이 찍어주시고 저도 거울을 많이 봤다. 생활 속에서 경록을 찾아 가기 위해 노력했다"라고 전했다.
이종필 감독은 "설마 오지 않겠지 라는 생각으로 '6시에 오지 않겠니?'라고 물어봤는데 다음날부터 매니저도 없이 와서 10시에 스태프들 커피를 주고 갔다"라고 덧붙였다.
문상민은 이종필 감독에게 경록에 대한 구체적인 이 됐다. 그는 "경록은 정체된 공기, 정체된 기분 같은 거였다"라며 "시나리오만 보고 많은 분들이 '얘가 쟤를 왜 좋아하냐'는 말을 많이 하셨다. 상민 배우랑 촬영하면서는 그걸 물어보는 사람이 없었다. 저도 생각을 못하고 있었는데 문상민이라는 배우가 진심이 있고 솔직한 사람이라는 게 영화에 묻어 나온 것 같다"라고 얘기했다.
변요한의 문상민의 키스신은 이 작품 나름의 반전인데, 문상민은 "변요한 선배님께서 '상민아 한 번 세게 할게'라고 말씀하셨다. 시원하게 한 번 하고 잘 끝낸 것 같다"라고 말했다. 반면 변요한은 "인물에 집중했기 때문에 어렵지 않았다. 그런데 다음 애티튜드가 중요한데, 잠시 멀어졌던 것 같다. 살면서 노하우가 사라진 경험은 처음이었다"라고 비화를 밝혔다.
영화는 1980년대를 그린 원작 소설과 달리 현재의 이야기를 전한다. 이종필 감독은 " 원작 소설은 85년 배경이고 소비중심 사회에서 어떤 가치를 추구할 것인가 질문을 던졌을 때 백화점이 나온 것 같다. 저는 청춘에 더 집중하고 싶어서 요즘으로 배경을 바꿨다"라며 "변주를 했다고 생각한다. 원작이랑 비슷한데 다르다. 혹은 원작과 다른데 비슷하다"라고 했다.
이어 "구체적으로 가장 큰 차이는 '못생긴 여자'라는 설정이 있는데 영화에는 그런 표현이 없다. 제가 생각했을 때 이 주인공은 못난 얼굴이 아니라 못난 마음이 있었던 것 같다"라며 "사랑을 했던, 사랑을 하는, 사랑을 할 모든 생명체가 이 영화를 봤으면 좋겠다"라고 소망을 드러냈다.
한편, 영화 '파반느'는 오는 2월 20일 넷플릭스를 통해 전세계 공개된다.
[셀럽미디어 임예빈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스포츠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