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00만 목전 ‘왕과 사는 남자’, 영월이 들썩인다 [셀럽이슈]
- 입력 2026. 02.23. 10:34:21
-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영화 한 편이 한 지역의 풍경을 바꾸고 있다. 단종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 ‘왕과 사는 남자’(감독 장항준)가 박스오피스를 휩쓸면서 강원 영월이 뜻밖의 ‘핫플레이스’로 떠오르고 있는 것. 스크린 속 비운의 왕을 따라간 관객들의 발길이 영화의 실제 배경지인 청령포로 이어지며 겨울 산골 마을은 때아닌 관광 특수를 맞고 있다.
'왕과 사는 남자'
영월군문화관광재단에 따르면 설 연휴 기간 청령포를 찾은 방문객은 1만 641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2006명이 방문했던 것과 비교하면 5배 이상 급증한 수치다. 청령포로 들어가는 유일한 수단인 나룻배를 타기 위해 선착장에 길게 늘어선 줄은 영화의 인기를 실감케 하기도.
청령포는 조선 제6대 임금 단종이 노산군으로 강등된 뒤 유배 생활을 했던 곳이다. 삼면이 깊은 서강 물줄기에 둘러싸여 있고, 육지로 이어진 한쪽마저 깎아지른 암벽으로 막혀 있어 배 없이는 빠져나올 수 없다. ‘육지 속의 섬’이자 천혜의 감옥이다. 관객들은 배를 타고 강을 건너며 영화 속 어린 임금이 느꼈을 고립과 두려움을 상상한다.
청령포 안에는 단종의 자취가 곳곳에 남아 있다. 단종이 머물렀던 단종어소, 한양을 그리워하며 쌓았다는 망향탑, 시름을 달랬다는 노산대, 그리고 천연기념물 제349호 관음송이 대표적이다. 단종어소를 향해 허리를 굽힌 소나무는 ‘엄흥도 소나무’로도 불린다. 단종의 주검을 수습한 충신 엄흥도를 기리기 위해 붙은 이름이다. 영화가 재조명한 충절의 서사가 현장에서 다시 살아난 셈이다.
청령포뿐 아니라, 단종이 사약을 받고 생을 마감한 관풍헌, ‘자규시’를 읊었다는 자규루, 그리고 그의 능인 장릉에도 관광객이 몰리고 있다. 특히 장릉은 1698년 숙종 때 왕릉으로 격상된 곳으로 세계유산에 등재된 조선왕릉 가운데 하나다. 겨울 환기 속에서도 능선을 따라 이어지는 관람객의 발걸음은 끊이지 않는다.
영화의 흥행 속도도 이례적이다. 3주 연속 주말 박스오피스 1위를 지킨 ‘왕과 사는 남자’는 600만 관객 돌파를 목전에 두며 사극 흥행 기록을 새로 쓰고 있다. 과거 사극 최초 천만 영화였던 ‘왕의 남자’보다 빠른 속도다.
영월군은 이 같은 ‘왕사남 효과’가 오는 4월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4월 24일부터 26일까지 사흘간 장릉과 동강 둔치 일원에서 열리는 제59회 단종문화제가 그 무대다. 단종의 넋을 기리는 제례와 국장 재현,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이 준비된다. 영화로 단종을 만난 관객들이 축제를 통해 역사 속 단종을 다시 만나는 구조다.
축제의 하이라이트로 꼽히는 제26회 정순왕후 선발대회도 새롭게 조명 받고 있다. 단종의 비 정순왕후의 지혜와 절개를 기리는 행사로 전국의 기혼 여성이 참가할 수 있다. 전통 한복을 입고 무대에 오르는 참가자들은 단순한 미의 경연을 넘어 전통과 기품을 계승하는 상징으로 선다.
영월군문화관광재단은 영화 흥행에 발맞춰 행사 준비에 만전을 기하겠다는 입장이다. 지역 상권 역시 오랜만에 활기를 띠고 있다. 숙박업소와 음식점 예약 문의가 늘었고, 주말이면 소도시의 고요함 대신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골목을 채운다.
한 편의영화가 과거의 시간을 현재로 소환했다. 비극의 현장이었던 유배지는 이제 관객들의 성지 순례 코스가 됐다. 단종의 슬픔이 서린 강물위로 관광객을 태운 배가 오간다. 스크린에서 시작된 이야기의 파장은 그렇게 영월의 겨울 풍경을 바꾸고 있다.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쇼박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