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빵야'·'히보'·'오펀스'·'운베난트', 연극 쏟아지는 3월 대학로 [#공연_라인업]
- 입력 2026. 02.27. 14:23:10
- [셀럽미디어 정원희 기자] 3월 대학로 무대가 다시 분주해진다. 신작 초연부터 화제작, 그리고 스테디셀러 명작까지 다채로운 연극들이 잇달아 개막하며 관객들과 만날 준비를 마쳤다.
총성이 스쳐 간 한국 근현대사를 돌아보는 '빵야'부터 위로와 변화를 전하는 ‘오펀스’, 교실을 넘어 삶의 가치를 묻는 '히스토리 보이즈', 그리고 두 인물의 내면을 밀도 있게 파고드는 '운베난트'까지. 봄의 시작과 함께 무대 위에는 다시 한번 깊고 뜨거운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 '빵야', 총성이 지나간 자리의 시간들을 돌아보다
장총 '빵야'의 이야기가 2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오른다.
연극 '빵야'는 한물간 드라마 작가 '나나'와 오래된 장총 '빵야'의 만남을 통해 한국 근현대사를 조망하는 작품이다. 1945년 2월 일제강점기 말기에 탄생한 99식 장총 '빵야'는 소품 창고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주인을 거치며 격동의 시대를 통과한다. 그리고 그 여정에는 한국 근현대사의 굵직한 사건들이 켜켜이 쌓여 있다.
동시에 이 작품은 장총의 삶을 드라마로 집필해가는 과정을 따라가며 우리가 역사를 어떻게 기억하고 소비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역사'라는 거대한 서사 속에서 개인의 목소리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무대 위에 끊임없이 펼쳐낸다.
이번 시즌 역시 실력파 배우들이 무대를 채울 예정이다. '빵야' 역에는 전성우, 김지온, 김경수, 원태민이 캐스팅됐으며, '나나' 역은 정새별, 전성민, 김지혜가 맡는다. 이밖에 기무라 역 박동욱·김현준, 원교 역 허영손·이민규, 아미 역 금보미·이소희, 선녀 역 이서현·장희원, 설화 역 박수야·김슬기, 길남 역 곽다인·박서후, 소품 할아버지 역 이상은·송상훈 등이 출연한다. 이번 시즌에는 기존에 출연했던 배우들과 뉴캐스트가 어우러져 또 다른 조화를 선보일 예정이다.
음악 역시 '빵야'의 주요한 축이다. 작곡을 맡은 민찬홍은 개막을 앞두고 "연극 '빵야'의 음악은 연극 음악으로는 드물게 58개의 트랙으로 구성돼 있다. 이 음악은 '58개의 기억'에 가깝다. 주인을 바꿔 가며 시대를 통과하는 장총의 시선이, 매 장면마다 다른 음악으로 도착한다"며 "관객분들이 이 기억들을 하나씩 함께 건너가다 보면, 마지막 장면에서 '빵야'가 끝내 도달하고자 '꿈'의 의미가 쏟아지는 순간을 만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김은성 작가는 "드라마 작가가 한 편의 드라마를 구상하고 기획해 집필하는 과정을 디테일하게 지켜볼 수 있다. 한 편의 드라마가 편성돼 시청자와 만나기까지 얼마나 험난한 과정을 거치는지 체험하는 재미가 있다"며 "사실주의 드라마 연극의 형식에서 벗어나 다양한 연극적 감각을 느낄 수 있다. 시공간을 마음껏 넘나드는 배우들의 속도감 넘치는 대사와 움직임이 긴 러닝 타임을 절대 지루하지 않게 만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극 '빵야'는 오는 3월 3일부터 5월 24일까지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공연된다.
◆ 위로와 격려가 필요한 이들에게 전하는 '오펀스'
연뮤덕(연극·뮤지컬 애호가)들 사이에서 ‘공식 에코백’으로 불릴 만큼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연극 ‘오펀스’가 4년 만에 돌아온다.
연극 '오펀스'는 필라델피아 북부를 배경으로 중년의 갱스터 해롤드와 고아 형제 트릿, 필립이 이상한 동거를 통해 가족이 되어가는 이야기를 다룬다. 폭력과 결핍 속에서 살아온 인물들이 관계를 통해 변화해가는 과정을 밀도 있게 담아낸다.
미국 극작가 라일 케슬러(Lyle Kessler)의 대표작인 ‘오펀스’는 1983년 로스앤젤레스 초연 이후 꾸준히 재공연되며 명성을 쌓아왔다. 1986년 런던 공연에서는 해롤드 역의 알버트 피니가 올리비에 어워드 최우수 남우상을 수상했으며, 2013년 브로드웨이 공연은 토니상 최우수 재연 공연상과 연극 부문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르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국내에서도 2017년 초연 당시 입소문을 타며 매진 행렬을 이어갔고, 2019년과 2022년 재연 역시 티켓 오픈과 동시에 매진을 기록했다. 작품 MD로 출시된 에코백이 '연뮤덕 공식 에코백'이라는 별칭을 얻을 만큼 팬층 역시 두텁다.
'오펀스'가 매력적인 이유는 젠더프리 캐스팅에 있다. 재연부터 성별의 경계를 허무는 시도를 이어온 작품은 이번 시즌에도 동일한 기조를 유지한다. 트릿 역에는 정인지, 문근영, 최석진, 오승훈, 필립 역에 김시유, 김주연, 최정우, 김단이, 해롤드 역에 박지일, 우현주, 이석준, 양소민이 출연해 신선함을 더한다.
이번 시즌에는 새롭게 합류한 배우들의 활약도 기대를 모은다. '오펀스'에 처음 참여하는 필립 역의 김시유는 "이 공연을 통해 격려와 위로의 힘을 함께 느끼고 돌아가셨으면 좋겠다. 더불어 젠더프리 캐스팅으로 완성될 '오펀스'도 기대하셔도 좋다"고 기대를 당부했다.
또한 같은 역으로 무대에 오르는 김단이도 "기이한 형제들이 어떤 방식으로 살아왔고, 해롤드를 만나고 어떻게 변화하는지 중점으로 보면 재밌을 것"이라며 "기존 캐스트들과 뉴캐스트들의 엉뚱발랄하고 재밌는 합을 기대해주셔도 좋다"고 말했다.
연극 '오펀스'는 2026년 3월 10일부터 5월 31일까지 대학로 TOM(티오엠) 1관에서 관객을 맞이한다.
◆ '히스토리 보이즈', 교실을 넘어 삶으로 이어지는 질문
연극 '히스토리 보이즈'가 MARK923과 더블케이엔터테인먼트가 손잡은 새로운 프로덕션으로 돌아온다.
연극 '히스토리 보이즈'는 1980년대 영국 북부의 한 공립학교를 배경으로, 명문대 진학을 목표로 모인 여덟 명의 소년들과 그들을 둘러싼 교사들의 갈등과 성장을 그린다. 자유로운 사고를 강조하는 교사 '헥터'와 성과와 전략을 중시하는 신임 교사 '어윈'의 상반된 교육 방식 속에서 소년들은 혼란을 마주하게 된다.
영국 극작가 앨런 베넷의 대표작인 '히스토리 보이즈'는 2004년 영국 로열 내셔널 씨어터(Royal National Theatre)에서 초연됐다. 이후 영국 로렌스 올리비에 어워즈 최우수 신작상을 비롯한 3개 부문을 석권하고, 미국 토니 어워즈 최우수 작품상을 포함해 6관왕을 차지하는 등 세계 연극계에서 작품성을 인정 받았다.
'히스토리 보이즈'는 190분에 달하는 러닝타임을 지닌 작품이다. 짧지 않은 시간이지만 인물들의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시간이 빠르게 흘러간다. 교실이라는 한정된 공간 안에서 펼쳐지는 치열한 언어의 공방은 관객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며 높은 몰입도를 만들어낸다.
포스너 역의 안지환은 작품의 매력으로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하는 점"을 꼽았다. 그는 "어느 날은 내가 어윈의 생각에 가까워졌다가도, 또 어느 날은 헥터의 교육관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며 "그날의 마음 상태에 따라 전혀 다르게 다가오는 작품이다. 이런 순간들이 '히스토리 보이즈'를 더 사랑하게 만든다"고 전했다.
이어 "저는 특히 포스너에게서 제 모습을 많이 발견했다. '저는 행복하진 않지만, 불행하지도 않아요'라는 문장이 오래 남았다"며 "이 작품에서는 뚜렷한 답을 얻지 못해도 이상하게 마음이 조금 가벼워진다. 각 인물이 무엇을 간절히 바라고 있는지, 또 어떤 부분이 비어 있는지를 천천히 따라가볼수록 더 깊고 따뜻하게 다가온다"고 덧붙였다.
데이킨 역의 최정우는 "'히스토리 보이즈'는 '성공을 위한 배움'과 '삶을 위한 배움'이 충돌하는 작품"이라며 "'어떤 가치로, 어떤 마음으로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고 설명했다.
'히스토리 보이즈'는 오는 3월 19일부터 6월 7일까지 링크아트센터 페이코홀에서 만나볼 수 있다.
◆ '운베난트', 2인극으로 압축한 감정의 균열
초연으로 새롭게 찾아오는 연극 '운베난트'도 관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연극 '운베난트'는 오스트리아의 대표적인 작가 슈테판 츠바이크의 심리 소설 '감정의 혼란'을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은퇴를 앞둔 롤란트가 자신의 교수 생활을 기념하는 논문집을 마주하며 인생의 결정적 순간을 떠올리는 데서 시작된다.
수십 년 전, 방황 끝에 독일의 한 대학에 도착한 젊은 롤란트는 엘리자베스 시대와 셰익스피어를 열정적으로 강의하는 영문학 교수 Y를 만나 깊이 매료된다. 지성과 카리스마를 겸비한 Y를 향한 존경은 점차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으로 번지고, 따뜻함과 냉정함을 오가는 그의 모순적인 태도 속에서 롤란트는 혼란을 겪는다. 완벽해 보이는 지성 뒤에 감춰진 균열과, 한 인간을 향한 복합적인 감정이 두 사람을 깊은 내면의 소용돌이로 이끈다.
이번 공연은 젠더프리 캐스팅으로 진행돼 인물의 관계와 감정의 본질에 집중한다. 교수 Y 역에는 홍우진, 이강우, 김보정, 롤란트 역에는 김바다, 최재웅, 이정화가 캐스팅돼 각기 다른 해석을 선보일 예정이다.
슈테판 츠바이크의 원작을 바탕으로 김은 연출과 황정은 각색이 만나 밀도 높은 심리 서사를 무대 위에 구현한다. 김은 연출은 "작품과 그걸 보는 우리의 거리감을 좁히고 싶었다. 원작과 크게 다른 지점이 두 가지인데, 시점을 추가하고 성별의 변주를 줬다는 점이다. 더불어 비주얼적으로도 시대성이 크게 특정되어지지 않도록 했다"며 "'나에게도 저런 상대가 있었는데..'라는 기억이 떠올랐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작품을 만들었다. 구술로 전개되는 작품의 특성을 잘 살릴 수 있는 무대언어 역시 눈 여겨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관전 포인트를 전했다.
또한 황정은 작가는 이번 각색의 차별점에 대해 "원작과 달리 교수와 롤란트, 두 인물의 관계에 집중한 2인극으로 재구성했다"며 "주변 인물을 덜어내고 두 사람의 대화와 침묵에 집중함으로써 관계의 긴장과 균열을 더욱 선명하게 드러내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1부는 롤란트의 시점, 2부는 교수의 시점으로 전개해 동일한 관계를 서로 다른 위치에서 바라보도록 구성했다"고 덧붙였다.
또한 "원작의 서사를 유지하되 성별의 변주를 통해 새로운 해석의 가능성을 열었다"며 "이 작품은 결국 두 사람이 마주한 '이름 붙여지지 않은 관계'에 대한 이야기다. 감정을 알고 있으나 정의하지 못하는 순간에서 비롯되는 긴장과 고통을 무대 위에 담고자 했다"고 전했다.
연극 '운베난트'는 오는 3월 27일부터 6월 7일까지 예스24스테이지 3관에서 공연된다.
[셀럽미디어 정원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엠비제트컴퍼니, 레드앤블루, MARK923, 더블케이엔터테인먼트, HJ컬쳐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