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콘텐츠가 관광을 움직인다…‘왕사남’·‘케데헌’ 흥행이 만든 여행지도 [Ce:포커스]
- 입력 2026. 03.02. 09:00:00
-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흥행 콘텐츠가 여행의 방향까지 바꾸고 있다. 8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왕과 사는 남자’(감독 장항준, ‘왕사남’)의 흥행 여파로 강원 영월 청령포가 새로운 관광 명소로 급부상한 것. 관객들이 스크린 속 배경을 직접 체험하기 위해 현장을 찾는 이른바 ‘콘텐츠 성지순례’ 현상이 다시 한 번 현실화되고 있다.
'왕과 사는 남자', '폭싹 속았수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 스틸컷
최근 영월군문화관광재단에 따르면 영화 개봉 이후 청령포 방문객 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5배 이상 증가했다. 설 연휴 기간에만 1만명이 넘는 관광객이 몰리며 나룻배 선착장에는 긴 대기 줄이 이어졌다. 단종이 유배 생활을 했던 역사적 공간이 영화 흥행과 맞물리며 새로운 여행 코스로 재조명된 것이다.
청령포는 삼면이 강으로 둘러싸인 ‘육지 속 섬’ 지형으로 영화 속에서 단종의 고립과 비극적 운명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장소다. 관람객들은 실제 공간을 걸으며 작품 속 장면을 떠올리고, 역사적 서사를 체험하는 방식의 관광을 즐기고 있다.
관광업계에서는 이 같은 흐름을 최근 K콘텐츠 산업 전반에서 나타나는 구조적 변화로 보고 있다. 기존 관광이 명소 자체의 인지도에 의존했다면 최근에는 영화와 드라마 속 서사를 경험하기 위한 방문 형태가 증가하고 있다. 콘텐츠가 관광 수요를 이끄는 핵심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콘텐츠 촬영지를 찾는 관광 트렌드는 이미 지난해부터 뚜렷하게 나타났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가 세계적인 흥행을 기록하면서 서울 낙산공원, 북촌한옥마을, 남산서울타워 등 작품 속 배경지가 외국인 관광객 사이에서 ‘성지’로 떠올랐다. SNS에는 주인공 동선을 따라 춤을 추거나, 인증 사진을 남기는 콘텐츠가 확산하며 방문 수요를 끌어올렸다.
서울시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여름 낙산공원 관련 SNS 언급량은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했다. 남산서울타워 역시 외국인 방문 비중이 크게 늘며 K콘텐츠 영향력을 체감할 수 있는 대표 사례로 꼽힌다.
'왕과 사는 남자', '폭싹 속았수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 스틸컷
드라마 역시 지역 관광 활성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제주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 방영 이후 외국인 관광객의 제주 방문율은 꾸준히 상승했고, 방영 종료 이후 관광객 증가 폭이 더욱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항공편 증편 등 인프라 개선 요인도 있었지만 콘텐츠 노출 효과가 주요 배경으로 분석된다.
업계 관계자는 “영상 콘텐츠는 단순 홍보보다 훨씬 강력한 관광 마케팅 수단”이라며 “시청자가 감정적으로 몰입한 장소일수록 실제 방문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영화와 드라마가 지역 관광을 견인하는 흐름 속에서 ‘왕과 사는 남자’는 비수도권 관광 활성화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서울 중심이던 외국인 관광 동선이 지방으로 확장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특히 영월에서는 오는 4월 단종문화제 개최를 앞두고 영화 관람객 유입 효과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역 숙박업소와 음식점 예약 문의도 증가하며 침체됐던 상권에도 활기가 돌고 있다.
콘텐츠를 기반으로 한 관광은 단순한 흥행 효과를 넘어 장기적인 지역 관광 모델로 확장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특히 영화와 드라마가 지역의 역사와 문화적 서사와 결합할 경우, 방문 수요가 지속되는 특징을 보이며 콘텐츠 인기를 관광 자산으로 전환하려는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다.
스크린 속 이야기에서 시작된 발걸음은 이제 실제 도시와 지역을 움직이고 있다. ‘왕과 사는 남자’가 불러온 영월의 변화처럼 K콘텐츠는 또 하나의 여행 지도를 새롭게 그리고 있다.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쇼박스('왕과 사는 남자'), 넷플릭스('케이팝 데몬 헌터스', '폭싹 속았수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