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음반에서 음원으로…가요계는 왜 다시 선공개를 택했나 [Ce:포커스]
- 입력 2026. 03.03. 10:15:00
- [셀럽미디어 정원희 기자] 비스트 '비가 오는 날엔', 아이유 '복숭아', 블랙핑크 '핑크 베놈(Pink Venom)', 아이브 '뱅뱅(BANG BANG)'. 이 곡들의 공통점은 바로 정식 앨범 발매에 앞서 먼저 공개된 '선공개곡'이라는 점이다.
블랙핑크-아이브
최근 가요계에선 선공개 전략이 다시 활발해지고 있다. 키키, 아이브 등 다수의 아이돌이 컴백에 앞서 음원을 먼저 공개하며 분위기를 예열하고 있다. 2010년대 초반 디지털 음원의 전성기에 활발했던 선공개 전략이 2020년대에 또 다시 부상하는 모양새다.
먼저 선공개는 2010년대 초반 가요계의 대표적인 예열 전략이었다. 음반보다 음원 차트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던 시기에 가수들은 타이틀곡 발표 전 감성적인 발라드나 친숙한 후크송을 먼저 공개해 이목을 끌었고, 이후 타이틀곡 흥행으로 연결하는 전략이었다.
당시 큰 인기를 끌던 비스트의 경우도 '비가 오는 날엔'-'Fiction', 'Midnight (별 헤는 밤)'-'아름다운 밤이야'와 같은 식으로 선공개곡과 타이틀곡이 함께 인기를 끌었다. 또한 2015년 빅뱅이 'MADE' 프로젝트로 4개월 간 연달아 싱글을 선보이고, 장기간 음원 차트를 점유했던 것 역시 이와 같은 선공개 전략과 맞닿아있다.
그러나 2010년대 중후반부터 분위기가 바뀌었다. 아이돌 팬덤의 화력이 음반 초동 판매량으로 연결되면서 업계는 오히려 음반, 그리고 타이틀곡에 집중하는 전략을 택했다.
특히 글로벌 팬덤으로 확장되면서 뮤직비디오 조회수와 글로벌 차트 성적이 주요 지표로 자리 잡았고, 이에 따라 정규보다는 싱글과 미니앨범 중심의 활동이 이어졌다. 블랙핑크의 경우 2016~2018년 활동은 거의 싱글 단위로 진행됐고, 레드벨벳도 2018년부터 2020년대 초반까지 계속 미니 앨범을 발매해 활동했다.
그렇다면 최근 선공개 전략이 다시 늘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업계에서는 이를 음원 중심으로 소비되는 구조가 돌아온 것에 대한 흐름으로 보고 있다. 한 가요계 종사자는 이와 관련해 "최근 시장이 다시 음원 중심으로 돌아오는 흐름이 있다"며 "특히 숏폼 플랫폼 확산 이후 곡 단위 소비가 강화되면서 선공개 전략이 다시 유효해졌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숏폼 콘텐츠는 노래의 일부 구간을 반복 소비하는 문화를 활성화 시켰고, 이 과정에서 음반보다 음원의 영향력이 다시 커질 수 밖에 없었다.
가요계 챌린지 열풍의 시작은 지코의 '아무노래' 챌린지로 볼 수 있다. 당시 숏폼 플랫폼을 중심으로 '아무노래'가 빠르게 확산됐고, 이후 멜론을 비롯해 지니, 벅스, 올레뮤직, 플로, 소리바다 등에서 차트 올킬을 기록했다.
특정 구간이나 킬링 파트가 챌린지로 바이럴을 타며 음원 차트 역주행으로 이어지는 구조도 다수 있었다. 에픽하이는 2007년 발매한 '러브 러브 러브'로, 엑소는 2013년 발매한 '첫 눈'으로 차트 역주행에 성공했다.
그만큼 음원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최근 선공개 전략도 활발해지는 분위기다. 아이브는 타이틀 뿐만 아니라 '키치(Kitsch)', '레블 하트(REBEL HEART)', '뱅뱅' 등 선공개곡 모두 큰 사랑을 받았고, 최근 컴백한 블랙핑크도 앞서 선공개곡 '뛰어 (JUMP)'로 3년 5개월이라는 공백이 무색할 만큼 음원차트를 휩쓸었다. 동시에 선공개는 알고리즘 노출을 선점할 수 있는 장치로도 기능해 두 그룹 모두 이후 발매한 타이틀곡까지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결국 선공개의 귀환은 단순한 유행의 반복이라기보다 시장 환경 변화에 따른 전략의 변화에 가깝다. 음반 판매량 중심의 경쟁 역시 여전히 유효하지만, 대중적인 인지도와 인기의 출발점은 다시 음원으로 돌아온 모양새다. 한때 화력을 분산시킨다는 이유로 잠시 밀려났던 선공개곡은 다시 흥행을 견인하는 전략으로 재해석되고 있다.
[셀럽미디어 정원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셀럽미디어DB, 엑소 공식 SNS, 에픽하이 공식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