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브리저튼4' 하예린, 신데렐라 벗어던진 '소피 백'이 되기까지[종합]
- 입력 2026. 03.04. 15:33:16
- [셀럽미디어 임예빈 기자] 배우 하예린이 '손숙 손녀'라는 타이틀을 스스로 깨고 전세계를 휩쓴 '브리저튼' 시리즈 여주인공으로 금의환향했다.
하예린
4일 오후 서울 중구 커뮤니티 마실에서 넷플릭스 '브리저튼' 시즌4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이날 행사에는 '브리저튼' 시즌4의 여주인공 하예린이 참석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19세기 영국 상류사회를 뒤흔든 스캔들과 로맨스를 그린 '브리저튼'은 시즌1부터 외전까지 매 시즌 넷플릭스 시리즈 글로벌 1위를 차지하며 전 세계적으로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브리저튼' 시즌4 역시 공개 직후 미국을 비롯해 84개국에서 넷플릭스 TV시리즈 글로벌 1위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이번 시즌 히로인 '소피 백'에 한국계 배우 하예린이 발탁되면서 한국에서도 큰 주목을 받았다. 하예린은 '브리저튼' 시즌4로 한국을 찾은 소감에 대해 "한국에 온 지 1년 반 됐는데 한국어가 어색할 수 있다. 긴장되고 설렌다"라며 "소피는 위트가 있고 지혜로운 하녀다. 겉모습은 강하지만 속은 연약한, 복잡한 인물이라 연기하기 재밌었다"라고 설명했다.
'브리저튼' 시즌4는 이날 한국에서도 1위에 올랐다. 하예린은 "넷플릭스 차트 1위까지 갔다고 들었다. 외국 작품이 1위 하기 쉽지 않다고 해서 놀라고 감사하다"라며 "실감이 나지 않는다"라고 이야기했다.
하예린은 '브리저튼' 시즌4에 합류하게 된 계기에 대해 "외국에서는 셀프 테이프 많이 보낸다. 한국 태안에 있을 때 에이전트에서 전화가 왔다. 롯데마트에서 장 보고 있었는데 '너 '브리저튼' 아냐'고 전화가 왔다. 오디션 있는데 24시간 안에 장면 2개 찍어서 보내라더라. 티 장면이랑 레이크 장면을 하루 만에 외우고 찍어서 보냈다"라고 했다.
이어 "연락이 올 줄 모르고 아무 생각 없이 보냈다. 며칠 후에 줌으로 해야 한다는 메일을 보고 감독님과 캐스팅 디렉터랑 오디션을 봤고, 루크 톰프슨과 케미스트리 오디션을 했다"라며 "한국 시간으로 밤 11시에 했다. 하루 종일 엄청나게 떨린 상태로 줌 오디션 봤다"라고 전했다.
합격을 예상했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루크와 케미스트리 했을 때 '연기가 잘 맞는구나' 생각했는데, 저는 다른 배우를 못 봤기 때문에 나보다 더 예쁘고 실력 있는 좋은 배우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냥 최선을 다했는데 루크 말로는 그게 보였다고 하더라"라고 밝혔다.
'브리저튼' 시리즈는 19세기 영국 사회를 배경으로 하지만, 샬럿 왕비가 무어인이었다는 설을 받아들여 다인종 사회를 그려낸다. 하예린은 "숀다랜드('브리저튼' 제작사)가 잘하는 부분"이라며 "시대적 배경이 있지만 오늘날의 모습을 잘 반영했다. 다양한 인종, 성적 취향 등이 달라도 모두가 자신이 상상하는 사랑 이야기나 환상을 투영해서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아름답고 관객들 마음에 가서 닿는 사랑을 받는 이야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인기 비결을 분석했다.
하예린은 "'브리저튼'은 피부색이나 외적 요인으로 판단하지 않는 이상적인 사회를 그려낸다. 희망이 가득하고 빛이 가득한 역할을 잘 수행했다고 생각한다. 오늘날 밖에서 볼 수 있는 거리의 모습을 그려냈다. 호주에서 자라고 미국에서 생활하면서 아주 행복하고 자연스러운 사회 모습이라고 생각한다"라며 "'브리저튼'의 코어 정신이라고 한다면 사랑에 있어서 분단시키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시즌이 거듭되며 견고한 관계를 쌓아온 '브리저튼' 세계관에 새롭게 합류하는 것에 대한 부담이 없었냐고 묻자, 하예린은 "새로운 인물이 들어가면 흐트러질지 걱정했는데, 오히려 새로운 에너지를 원하더라. 반갑게 대해줬다"라며 "이번 작품이 7년 동안 배우 활동하면서 가장 평등하고 다양성을 존중하는 현장이었다. 촬영하는 기간이 제일 행복했다"라고 이야기했다.
'브리저튼' 시리즈는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으로 매 시즌 수위 높은 노출 장면이 포함됐다. 하예린 역시 이 부분에서 많은 부담을 느꼈다고. 그는 "수많은 사람들이 여성의 몸에 대해 비난하고 판단해도 되는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래서 두려움도 있고 부담도 있었다"라며 "특히 한국은 서구 세계 대비 미의 기준이 엄격하고 다른 면이 있다. 저도 한국에서 시간을 보내면서 저 자신에 대해, 내 몸에 대해 특정 방향으로 생각했던 것 같다"라고 솔직히 털어놨다.
현장에 인티머시 코디네이터(intimacy coordinator)가 있어 현장을 편안하게 만들어줬다고 덧붙였다. 하예린은 "이제는 필수적인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그 분께서 훌륭하게 해주셨고 마치 하나의 안무인 것처럼 짜주셨다"라면서 "또한 현장에 있는 모든 스태프가 안전하게 느낄 수 있게 해줬다"라고 했다.
'브리저튼' 시즌4는 '신데렐라 스토리'에 비교되기도 하는데, 하예린은 "가면무도회 장면 빼고 다르다고 생각한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신데렐라는 금지된 사랑이지만 왕자가 손을 내밀었을 때 고민 없이 그 손을 잡는다. 저희 이야기는 베네딕트가 구원을 해줄 수 있는 손을 내밀었음에도 소피가 바로 잡지 않는다. 거기에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상대방이 진실로 누구인가 알아가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계층이나 사회적 지위를 떠나 상대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쟁취하려는 이야기다. 누군가 진정으로 원한다면 가로막는 무언가가 있더라도 싸울 수 있는가에 대한 이야기다"라고 부연했다.
그렇기에 '신데렐라 이야기'라는 틀에서 벗어나 인물에 집중했다고. 하예린은 "저의 공통점을 찾으려고 했다"라며 "좋은 점을 말하면 저도 소피처럼 재치 있고, 도덕적인 기준이 높다고 생각한다. 약점은 자신감이 조금 떨어진다. 저 역시 오늘날의 사회 기준에 맞춰봤을 때 매력적인 사람인가 고민해 봤다. 그리고 어린 시절에 겪은 일, 아픔이 장기적으로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저 역시도 그런 부분이 있다"라고 전했다.
그는 "'브리저튼'을 통해 현장에서 주연 배우로서 주변을 잘 챙기고, 주인공이 해야하는 리더십에 대해 많이 배웠다. 이 업계는 인간관계가 중요한 것 같다. 인간관계를 잘 만들어나가야 최선의 성과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 한 가지 배운 것이 있다면 불편함을 기꺼이 겪어 내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다. 예를 들어 수위가 높은 장면이 두려워도 도전해 보고, 해냈을 때 성장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브리저튼' 시즌4 이전에 하예린은 배우 손숙의 외손녀로 한국에서 이름을 알렸다. 배우라는 꿈을 꾸게 된 계기 역시 할머니였다고. 하예린은 "어렸을 때 한국에 1년에 한 번 정도 왔는데 매번 할머니가 연극을 하셔서 봤다. 베개를 들고 아이처럼 우는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그때 '이게 예술의 힘이구나' 느꼈고, 영감받았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금요일에 다시 떠나지만, 할머니가 연극을 꼭 보러 오길 바라셔서 보러 갈 거다"라고 손숙이 출연하고 있는 연극 '노인의 꿈' 관람 계획을 밝혔다.
하예린은 "조언은 딱히 안 하셨다. '브리저튼4'를 다 보셨다. 후배들이랑 같이 보신 것 같다. 할머니가 눈이 안 좋으셔서 TV 가까이서 보고 '자랑스럽다. 사랑해'라고 하셨다. 마음이 따뜻하고 짠하셨다"라며 "노출 장면도 봤는데 좀 민망하다고 하시더라. 넘기실 줄 알았는데 다 보셨더라"라고 할머니의 감상평을 대신 전했다. 이어 "원래 '손숙의 손녀' 하예린이라는데 요즘에는 '하예린의 할머니' 손숙으로 바뀌었다고 말씀하시니까 뿌듯했다. 할머니는 요즘 '이제 미련 없다'라고 말씀하신다"라며 기뻐했다.
동양인 배우로서 느끼는 불안감, 할리우드에서 체감하는 변화와 그에 따르는 책임감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하예린은 K팝 열풍, 넷플릭스 '케이팝 데몬 헌터스' 등 한국 콘텐츠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한국에 대한, 동양인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고 있음을 체감한다고 이야기했다. 하예린은 "유색인종 배우들에게 어떻게 대하고 이야기하는지 태도에서 변화를 느낀다. 오디션을 많이 볼 수 있게 된 것 자체가 그런 시작이다. 주연이 아니고 비중이 작더라도 동양인 배우에게 기회가 주어진다는 것 자체가 다르다"라고 말했다.
그는 "제가 가면 증후군이 있다고 생각할 때가 있다. 지금 이 자리에 오게 된 게 운 때문이지 않을까, 운 때문이라면 그게 언제 다할까 하는 두려움을 느낄 때도 있다"라면서도 "하지만 중요한 것은 제가 이런 상황에 와 있고 책임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여전히 할리우드에서 동양인을 대변하는 일은 갈 길이 멀다고 생각한다. 앞서서 변화를 선도하는 역할을 맡을 수 있다는 사실이 기쁘다. 업계의 많은 사람들을 위해서라면 기쁘게 행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한편, '브리저튼4'는 자유로운 영혼 베네딕트 브리저튼(루크 톰프슨)이 가면무도회에서 만난 '은빛 드레스의 여인'과 현실의 하녀 소피 백(하예린) 사이에서 사랑과 정체성, 계급의 경계를 넘나드는 로맨스를 담아냈다. 지난 1월 파트1(1~4화)에 이어 지난 2월 26일 파트2(5~8화)가 공개됐다.
[셀럽미디어 임예빈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넷플릭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