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술 먹고 돈 번다”…연예인 ‘술 먹방’ 방치한 정부, 책임은 누가 지나 [셀럽이슈]
- 입력 2026. 03.12. 10:22:26
-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연예인이 지인을 불러 술을 마시며 대화를 나누는 유튜브 ‘술 먹방’ 콘텐츠가 급증하고 있지만 이를 제어할 제도적 장치는 사실상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문제 장면을 다수 확인하고도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음주를 오락 콘텐츠로 소비하는 방송이 무분별하게 확산되고 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짠한형 신동엽'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은 2003년부터 2025년까지 매년 유튜브 음주 관련 콘텐츠 조회 수 상위 100건씩을 모니터링했다. 그 결과 총 300건 가운데 299건에서 음주를 과도하게 부각하거나 미화하는 장면이 확산된 것으로 파악됐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정부의 시정 요청은 단 한 건도 없었다.
현재 유튜브 음주 콘텐츠에 적용되는 기준은 보건복지부 ‘미디어 음주장면 가이드라인’과 국민건강증진법상 ‘주류 광고 규제’ 정도다. 하지만 두 제도 모두 온라인 콘텐츠 환경에서는 실질적인 통제 장치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
가이드라인은 법적 강제력이 없는 권고 사항에 그친다. 음주 장면 최소화나 폭음 자제 등을 제시하고 있지만 이를 어겨도 제재는 없다.
주류 광고 규제 역시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유튜브 영상에서 ‘유료 광고 포함’이라는 명시적 표기가 있을 때만 적용된다. 연예인이 특정 술을 반복적으로 언급하거나 극찬하는 장면이 등장해 사실상 홍보 효과를 내더라도 광고 표기가 없으면 단속 대상이 되지 않는다.
유튜브 콘텐츠 형식 자체도 규제를 어렵게 만든다. 15~20초 분량의 광고와 달리 연예인들이 장시간 술을 마시며 나누는 대화 속에서 어떤 발언이 광고인지, 단순한 대화인지 구분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연예인 음주 콘텐츠 채널로 꼽히는 ‘짠한형 신동엽’ 역시 이 같은 규제 공백 속에서 꾸준히 화제를 모으고 있다. 술잔을 기울이며 이어지는 대화가 콘텐츠 핵심 구조다. “맛있다”, “계속 들어간다” 같은 표현이 자연스럽게 오가는 형식이지만 이를 규제 대상으로 판단하기는 쉽지 않은 구조다.
이 같은 상황이 알려지자 온라인에서도 비판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유튜브와 커뮤니티 등에서는 유명 연예인이 지인을 초대해 술을 마시며 노는 장면을 콘텐츠로 만들어 수익을 얻는 구조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청소년들도 쉽게 접하는 플랫폼에서 영향력이 큰 연예인이 술을 중심 소재로 방송을 이어가는 것이 적절하냐는 비판도 적지 않다.
일부 이용자들은 국내 사회 전반이 음주에 지나치게 관대한 분위기라는 점을 지적하며 방송과 온라인 콘텐츠에서도 보다 엄격한 기준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담배 장면이 방송에서 사실상 사라진 것처럼 음주 장면 역시 최소한의 규제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 같은 우려는 단순한 도덕적 논쟁으로 치부하기 어렵다. 청소년들이 유명인의 행동을 쉽게 모방하는 콘텐츠 환경에서 연예인이 술을 즐기는 모습이 반복적으로 노출될 경우, 음주를 자연스럽고 매력적인 행위로 인식할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지적은 오래 전부터 제기돼 왔다.
하지만 콘텐츠 시장에서는 조회 수 경쟁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 자극적인 소재일수록 클릭을 끌어 모으기 쉽고, 연예인의 사적인 술자리 분위기를 그대로 보여주는 형식은 이미 검증된 흥행 공식이 됐다.
결국 책임의 공은 다시 제도 문제로 돌아간다. 정부 역시 온라인 중심으로 확산되는 주류 노출 콘텐츠의 규제 필요성을 인식하고, 관련 논의를 이어가고 있지만 어떤 수준의 술 노출을 광고나 음주 조장으로 볼 것인지에 대한 기준조차 아직 명확히 정리되지 않은 상태다.
유튜브에서는 오늘도 연예인들이 술잔을 기울이며 “계속 들어간다”는 말을 웃으며 주고받는다. 그러나 이런 장면을 제어할 제도적 장치는 여전히 사실상 공백이다.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유튜브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