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혼남녀의 효율적 만남’, 30대 여성을 바라보는 낡은 시선[셀럽이슈]
입력 2026. 03.12. 11:17:18

미혼남녀의 효율적 만남

[셀럽미디어 박수정 기자] “지금이 2026년이 맞나, 눈과 귀를 의심하게 된다.”

JTBC 새 토일드라마 ‘미혼남녀의 효율적 만남’을 보며 많은 시청자들이 이 같은 반응을 보였다. 작품이 보여주는 연애관과 여성 인식이 마치 10여 년 전, 혹은 그보다 더 이전의 낡은 담론을 그대로 꺼내온 듯하기 때문이다. 이미 사회적으로 여러 차례 문제 제기와 비판을 거쳤던 ‘여자 나이 서른’ 담론이 로맨스 드라마의 중심 서사로 다시 등장하면서 시청자들은 당혹감을 느끼고 있다.

이 드라마는 34세 호텔 구매팀 선임 이의영(한지민)이 소개팅을 통해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네이버웹툰을 원작으로 한 12부작 미니시리즈로, 겉으로 보면 현대 미혼 남녀의 연애를 다루는 이야기처럼 보인다. 그러나 실제로 드러나는 서사는 상당히 단순하다. 30대 여성이 연애 시장에서 밀려나기 전에 반드시 연애 할 상대 혹은 결혼할 남자를 붙잡아야 한다는 구닥다리식 서사다.

극 중에서 가장 먼저 논란이 된 장면은 주인공과 후배 강도헌(신재하)의 관계에서 등장한다. 대학 시절 자신을 좋아했던 후배와 직장에서 재회하며 썸을 기대했던 이의영에게 돌아온 말은 의외로 단호하다. 강도헌은 “좋은 사람이지만 연애하고 싶은 것과는 다르다”고 말하며 선을 긋는다. 이유는 “아무래도 저보다 연상이기도 하고”라는 것이다. 문제는 두 사람의 나이 차이가 겨우 한 살이라는 점이다. 주변 인물이 “한 살 차이 아니냐”고 되묻지만 그는 “취향이니까 존중해달라”고 말한다. 개인의 취향이라는 말로 정리되지만, 이 장면이 전달하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연상 여성은 연애 상대로 매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인식이다.

드라마는 이후에도 비슷한 메시지를 반복한다. 강도헌과 관계가 틀어진 뒤 술을 마시던 이의영은 친구에게 “여자 나이 서른이면 어쩌고 하는 말을 안 믿었는데 이제 알겠다”고 말한다. 이어 “똥값 됐다고 손가락질하는 게 아니라 그냥 스무스하게 시야 밖으로 밀려나는 거였다”고 자조한다. 결국 그는 “나는 사랑하기 좋은 시절을 그냥 보내버렸다”며 자신을 탓한다. 이 서사는 30대 여성의 삶을 연애 시장에서 가치가 떨어진 존재로 규정하는 오래된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다.



특히 많은 시청자들의 불편함을 자극한 장면은 차(茶)에 대한 비유가 등장하는 대목이다. 한 인물이 “오래된 차는 향도 날아가고 상품 가치가 떨어진다”고 설명하자, 주인공은 그 말을 듣고 자신의 처지를 떠올리며 눈물을 터뜨린다. “그럼 헌 잎들은 다 어디로 가느냐”는 질문과 함께 이어지는 장면은 사실상 30대 여성의 삶을 ‘오래되어 가치가 떨어지는 상품’에 빗댄 것처럼 읽힌다. 인간의 삶을 상품 가치에 비유하는 이 은유는 많은 시청자들에게 불편한 여운을 남겼다.

이러한 설정이 더욱 낯설게 느껴지는 이유는 현실이 이미 많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결혼과 가족의 형태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김하나·황선우 작가의 에세이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2019)는 두 여성 작가가 서울에서 함께 살며 새로운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고양이 네 마리와 함께 살아가는 이들의 일상은 해외에서도 주목을 받았고, '뉴욕타임스'는 이를 한국 사회의 가족 개념 변화를 보여주는 사례로 소개했다.

이처럼 최근 한국 사회에서는 비혼, 동거, 공동체 생활 등 다양한 삶의 방식이 등장하고 있다. ‘졸혼(卒婚)’이라는 단어가 대중화된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오늘날 30~40대 미혼 여성들의 삶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하다. 친구와 함께 살아가기도 하고, 취미와 커리어에 집중하며 자신만의 삶을 구축하기도 한다. 누군가는 결혼을 선택하고, 누군가는 그렇지 않은 삶을 선택한다. 그 선택 자체가 더 이상 특별한 일이 아닌 시대가 되었다.

그런 현실 속에서 30대 여성을 여전히 “연애하기 늦은 사람”처럼 묘사하는 서사는 점점 설득력을 잃어가고 있다. 드라마가 반복하는 ‘여자 나이 서른’ 담론은 과거에도 여러 차례 비판받았던 이야기다. 한때 유행했던 “여자는 크리스마스 케이크와 같다. 스물다섯이 지나면 사람들이 찾지 않는다”는 표현이나, 일부 남초 커뮤니티에서 사용되던 ‘상폐녀’(여자는 30세를 넘으면 가치를 다한다는 편견을 상장폐지에 빗댄 말) 같은 말 역시 같은 맥락의 인식이었다. 이미 사회적으로 낡은 사고로 지적된 프레임이 2026년 로맨스 드라마에서 다시 등장하는 모습은 많은 시청자들에게 당혹감을 준다.



결국 문제는 드라마가 전제하고 있는 세계관이다. ‘미혼남녀의 효율적 만남’은 여성의 삶을 여전히 연애와 결혼이라는 틀 안에서만 평가하고, 그 기준을 나이에 두고 있다. 하지만 지금의 시청자들은 이미 그 질문 자체를 의심하고 있다. 왜 여성의 삶을 연애 여부로 평가해야 하는가. 왜 서른이라는 나이가 삶의 가치를 결정하는 기준이 되어야 하는가.

21년 전 방영된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 역시 서른의 여성을 중심에 세웠지만, 그 안에서도 ‘서른’이라는 나이는 여전히 하나의 문제처럼 다뤄졌다. 작품은 그 틀 안에서 유머와 자조로 이를 비틀려 했지만, 결국 ‘서른의 여성’이라는 프레임 자체는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그로부터 20년이 넘는 시간이 흐른 지금, 다시 비슷한 담론이 반복되는 장면은 더욱 낡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그 이후 사회는 훨씬 더 다양해졌다. 그렇기에 지금 시청자들이 던지는 질문은 단순하다. 2026년에, 왜 우리는 다시 ‘여자 나이 서른’을 이야기하고 있는가.

[셀럽미디어 박수정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SL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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