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사남' 제작자 "韓 영화 위기 속 '천만'의 의미는"[인터뷰]
입력 2026. 03.13. 17:59:04

임은정 대표

[셀럽미디어 임예빈 기자] '첫 술에 배부르랴'라는 말이 있지만, 언제나 예외도 존재한다. 100억으로 만든 영화 '왕과 사는 남자'로 1161억 원 이상을 벌어들인 제작사 온다웍스 임은정 대표의 이야기다.

지난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모처에서 영화 '왕과 사는 남자' 제작사 온다웍스 임은정 대표가 셀럽미디어를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왕과 사는 남자'는 1457년 청령포, 마을의 부흥을 위해 유배지를 자처한 촌장과 왕위에서 쫓겨나 유배된 어린 선왕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지난 2월 4일 개봉해 개봉 31일째인 지난 6일 천만 관객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영화의 흥행 기세는 꺾이지 않고 지난 12일 기준 누적 관객 1221만 4093명을 모았다. 이로써 영화는 '파묘' '택시운전사' 등을 넘어 역대 흥행 17위에 올랐다.

이날 임 대표는 영화의 흥행에 대해 "감사할 따름이다. 목표했던 숫자를 훨씬 넘어가니까, 감독님이나 배우님이나 만나면 다 '정말 감사하다'라는 말을 많이 한다"라고 심경을 전했다.

'천만'이라는 숫자는 감히 기대도 할 수 없는 목표였다는데, 당초 목표는 손익분기점(260만명)을 넘어서는 것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개봉일 스코어(11만 7783명)를 보고 그 꿈조차 내려놓기도 했다고.

"천만을 목표로 한다는 꿈을 꾸기 어려운 시기잖아요. 감독님과 개봉 이틀 전에 간단히 한 잔하면서 얘기를 했어요. 손익분기점은 1차 목표고, 명절 연휴를 앞두고 배급사도 기쁘고, (저희도) 빠르게 준비한 의미가 있으려면 손익분기점의 2배는 됐으면 좋겠다는 말을 조심스레 했어요. 그런데 개봉일에 그렇게 되기 어려울 것 같은 숫자가 나와서 조마조마했죠. 감독님이 '천만 공약'이라면서 농담 할 때는 생각도 못했던 거에요. 그걸 훌쩍 넘어설 때 가장 의외였죠."


임 대표는 CJ ENM에서 12년간 투자 및 기획제작 업무 등을 담당했다. 2023년 퇴사 후 제작사 온다웍스를 설립해 직접 영화 제작에 발을 들이게 됐다. 온다웍스의 첫 작품이 된 '왕과 사는 남자'는 CJ ENM 시절 발굴한 시나리오로, 5년이라는 인고의 세월 끝에 세상에 나왔다. 비에이엔터테인먼트 장원석 대표와 함께 제작했으며, 쇼박스에서 투자/배급을 맡아 완성됐다.

"CJ ENM에서 시나리오를 들고 독립했다는 부분은 맞지 않아요. 재직 당시에 회사에서 중단을 결정한 작품이었어요. 제가 제안해서 시작한 작품이라 황성구 작가님 입장에서는 시나리오를 들고 다른 곳에 찾아가는 것도 어렵다고 생각하신 것 같아요. 기다려주시는 걸 보고 제가 '5년 안에 다시 트라이하겠다'라고 약속했죠. 그렇게 퇴사하고 작가님이 가지고 계셨던 시나리오를 제가 가져와서 제작했어요. 가지고 나왔다고 이야기하는 건 전 회사에서 예의도 아닌 것 같고, 이미 2020년도에 정리된 부분이라 문제도 없어요."

이미 2020년에 영화 제작이 무산되는 과정을 겪었음에도 이 작품을 꼭 만들어야겠다고 마음먹은 까닭은 무엇일까. 임 대표는 "같이 일하는 분들에 대한 약속과 책임이 있었고, 이 작품이 의미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라고 설명했다.

"제가 영화 '타인의 삶'을 좋아해요. '타인의 삶' 속 비밀경찰처럼 엄흥도도 단종을 감시하고 누명을 씌워야 하는 사명을 받았지만 그를 지켜보며 딜레마에 빠지는 인물이라고 생각했죠. 그런 딜레마가 재밌겠다 하고 시작했어요. 그러면서 그런 일을 겪는 개인의 이야기도 중요하지만 결국 '이 왕은 무엇인가'에 대한 주제도 발견할 수 있었어요. 정통성이 분명한 왕이었지만, 지켜야 하는 사회의 미래이기도 하니까 세대에 대한 이야기도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했죠. 개인과 사회를 아우를 수 있어 풍부하게 느껴졌던 것 같아요. 신기한 건 그런 생각들이 서로 해치지 않고 다 살아있더라고요. 또 관객 분들도 리뷰로 다 지켜주고 계신 게 신기하고 보람이 있더라고요."

그렇다면 5년 전과 어떤 점이 달랐기에 '왕과 사는 남자'는 완성될 수 있었을까. 임 대표는 장항준 대표를 연출로 바라며 비에이엔터와 대화를 나눴으나, 거절당하기도 했다고 우여곡절을 전했다.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면 2023년도 4월에 퇴사하고 회사 차리고 각색 작업에 들어갔어요. 8월부터 연출 얘기를 하려고 비에이엔터 장 대표님을 찾아갔죠. 장항준 감독님과 하고 싶다고 했는데, 장 대표님한테 거절당했어요. ''리바운드' 이후에 꼭 성공하는 작품 해야하는데, 비극이고 상업성 측면에서 메시지에 쏠려있다는 거 아니냐'고 하셨어요. 이해가 돼요. 저도 만약 '왕과 사는 남자'가 잘 안됐더라면, 내가 나를 믿고 따라와준 감독님에게 어떤 마음이 들까, 너무 끔찍하더라고요."


임 대표는 "그런데 이 이야기의 가치를 알아봐주고 어떻게 해볼까 하는 사람을 만나면서 완성되는 것 같다"라며 당시 쇼박스에 다니던 친구의 '만들어졌으면 좋겠다'라는 한 마디에 직접 장항준 감독에게 직접 러브콜을 보냈다고 이야기했다. 어떻게 보면 상업적으로 눈에 띄는 히트작이 없는 장 감독을 선택한 것이 의아하게 보였다.

"제가 배급사 출신이고 투자팀, 기획부 일하다보니까 감독님이 쓰신 각본 볼 기회가 많았어요. 알려진 것보다 각본가로서 장항준에 대해 알고 있었죠. 필모에 성공작이 없다고 말씀하시는데, 저는 장 감독님을 준수한 작품을 만드는 사람이라고 봤어요. '기억의 밤'도 웰메이드라고 생각하고 '리바운드'도 기술적으로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무엇보 실존 인물의 마음을 다룰 때 이렇게 대할 수 있는 감독님이 많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상업적 확장성과 의미있는 작품 만나면 분명히 성공할 거다 생각했습니다."

무엇보다 '왕과 사는 남자'의 큰 힘이 되어준 존재는 유해진이었다고. 유해진이라는 믿음직한 버팀목이 있어, 박지훈, 전미도 등 스크린에서는 낯선 배우들을 선택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해진 선배님의 캐스팅이 기반이 됐어요. 새로운 배우, 그 다음 세대를 영화에 나오게 하고 싶다는 마음은 산업 종사자로서 항상 가지고 있었어요. 하지만 시장이 너무 얼어있으니 그런 시도를 하기 어려웠죠. 유해진 선배가 중심을 잡고 계시니 도전할 수 있었어요."

'신의 한수'로 불리는 박지훈 캐스팅에 '국프(국민 프로듀서)'였던 임 대표의 입김도 한 몫했다고 한다.

"'프로듀스101' 애청자로서 그때 데뷔한 친구들을 다 지켜보고 있어요.(웃음) 하나의 캐스팅 툴이 된 걸 재밌게 생각해요. 그 뿐만 아니라 제가 '약한영웅' 제작진이랑 가깝기도 해요. 현장에서 박지훈 씨 칭찬을 많이 들었다. 성실한 친구라는 걸 알기에 추천할 수 있었죠. 장 감독님도 딱 떨어지게 말씀하시는 편이라 '약한영웅'보고 캐스팅했다 말씀하시지만 제가 볼 때는 직접 만나보고 확신하신 것 같아요."


'왕과 사는 남자'는 손익분기점 4.3배에 달하는 대성공을 거뒀다. 여전히 평일에도 일일 관객 15만~20만을 기록하고 있는 만큼, 최종 스코어 1400만까지도 점쳐지고 있는 상황이다. 북미에서도 179만 달러 이상의 매출을 기록하며 말 그대로 대박을 쳤다. 임 대표는 인센티브와 관련해 "안을 가지고 만나자고 한 상태라 제가 얘기하기엔 시기상조다. 다음 주 정도에 이야기 나눌 것 같다"라고 계획 중에 있음을 밝혔다.

성공이 크니 오히려 아쉬움이 남는 부분도 있다. 특히 많은 관객들이 미흡하다고 지적한 호랑이 CG가 그렇다는데, 임 대표는 "천만 갈 줄 알았으면..."이라는 솔직한 심경을 드러내기도 했다.

"솔직히 저는 얼마나 아쉽겠어요. 무엇보다 CG팀이 가장 많이 아쉬웠을 것 같아요. 그래도 정말 운 좋게 갖게 된 기회인 것 같아요. 관객 분들이 많이 말씀해주셔서 배급사와 함께 수정 필요성을 얘기하게 되고, 영원히 바꿀 수 없는 단계로 넘어가기 전에 기회를 얻게 됐잖아요. 관객들이 만들어주신 기회죠."

'왕과 사는 남자'로 '파묘' 이후 2년 만에 '천만 영화'가 태어났다. '천만'의 파급력은 영화의 배경이 된 영월로 퍼져 관광객으로 북새통을 이루는 진풍경을 그려냈다.

"영월에서 촬영할 때도 '우리 영화가 잘 되면 (여기가) 붐빌텐데 생각을 했어요. 해진 선배님도 인터뷰에서 행복하게 찍었다고 말씀하셨는데, 거기서 영월 주민들이 기운을 주시곤 했어요. 받은 게 있어서 흥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일단은 뿌듯한 마음이 들어요. 그리고 '천만 영화가 이런 거였지'라는 느끼고 있어요. 영월을 찾아주시는 게 사람들이 다 같이 영화를 즐기고 있는 것 같거든요. '영화의 좋은 영향력이 이런 거였구나' 다시 떠올리게 돼서 좋아요."


'왕과 사는 남자'로 첫 술에 배부른 온다웍스의 다음 행보에 대한 관심도 높았다. 임 대표는 다음 작품 역시 사극, 시대물이 될 예정이라고 귀뜸했다.

"제가 지금 회사를 차린지 3년 다 되니까 어느정도 글들이 완성되는 타이밍이더라고요. 황성구 작가님과 안태진 감독님과 준비 중인 사극 액션물이 있어요. '왕사남'처럼 확실한 실존인물은 아니고 장르적인 재미가 있는 작품이에요. 또 김의석 감독님과 경성을 배경으로 열차 안에서 벌어지는 장르물도 하나가 있어요."

한국 영화의 미래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왕과 사는 남자'가 천만이라는 고지에 올랐으나, 여전히 다른 영화들은 일일 관객 1만 밑을 머무르는 저조한 성적을 쓰고 있다. 하나의 영화로 위기가 끝났다고 말 할 수 없는 어려운 상황, 임 대표는 "적어도 기회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라고 전했다.

"저는 이 영화의 주제가 결국 다정함이라고 생각해요. 미래 세대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하고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영화산업도 결국 미래세대가 나올 수 있는 산업이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새로운 사람들이 기회를 얻고 도전할 수 있어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봐요. 데뷔를 못한 감독부터 대감독까지 주변에서 '고맙다' '해내서 기쁘다'는 연락도 많이 받고 있어요. 다른 영화는 어떻게 되냐, 이야기하는 건 쉽지 않지만 기회를 만드는 데는 도움이 되지 않았나, 싶어요. 그 다음을 준비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에 기대하는 입장이기도 하다. 용기를 가지고 더 나아갈 수 있으면 좋겠어요."

영화가 경쟁해야 할 대상을 OTT 등 매체에 국한하지 않고 '경험' 그 자체로 확장해야 한다는 지적도 했다.

"영월이 북새통을 이루고, 사람들이 시간을 써서 이동해서 '여기서 그런 이야기가 있구나' 느끼는 걸 보고 사람들이 예전보다 적극적으로 영화를 향유하게 됐다는 걸 느꼈어요. 지금 영화가 OTT와 공생이냐 아니냐 하지만 실은 전시회처럼 어딘가 가서 하는 모든 문화활동과 경쟁해야 하는 것 같아요. 바라건데 영화가 전시가 됐건 다른 어떤 것이 됐건 종합적으로 문화를 향유하게 되는 매개체가 됐으면 좋겠어요."

[셀럽미디어 임예빈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쇼박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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