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드라마 찍어주세요”…K콘텐츠 촬영 유치 경쟁 나선 지자체[Ce:포커스]
입력 2026. 03.27. 07:00:00

폭싹속았수다

[셀럽미디어 박수정 기자] 넷플릭스를 비롯한 OTT 콘텐츠 제작이 급증하면서, 지방자치단체들이 드라마와 영화 촬영 유치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촬영팀 유입에 따른 지역 경제 활성화 효과는 물론, 작품 흥행 시 관광 홍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이에 일부 지자체는 제작비의 최대 40~50%까지 지원하는 파격적인 인센티브 정책을 내세우며 콘텐츠 제작사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최근 콘텐츠 제작 환경 변화 역시 이러한 흐름을 가속화하고 있다. 과거 수도권에 집중됐던 촬영 수요는 OTT 드라마 확산과 함께 전국으로 분산되는 추세다. 이에 따라 각 지자체는 숙박비, 식비, 장비 임차료 등 지역 내 소비를 기준으로 일정 금액을 환급해주는 방식의 지원 정책을 강화하며 촬영 유치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 연계형 인센티브 모델→대규모 야외 촬영 세트장 조성까지

대표적으로 충청남도는 지자체 간 협업을 기반으로 한 ‘연계형 인센티브 모델’을 통해 촬영 유치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충남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도내에서 3회차 이상 촬영한 작품에는 지역 소비액의 30%(최대 6000만 원)를 지원한다. 지원 항목은 숙박비, 식비, 차량 유류비, 보조 출연료 등 촬영 현장에서 직접적으로 발생하는 비용으로 구성된다.

여기에 당진·아산·예산 등 참여 시군에서는 각 지역 내 2곳 이상에서 촬영할 경우 해당 지역 소비액의 50%(최대 6000만 원)까지 추가 환급이 가능하다. 지자체 간 중복 수혜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제작사의 실질적인 비용 부담을 크게 낮춘 것이 특징이다.

김곡미 충남콘텐츠진흥원 원장은 “올해부터 아산과 예산이 새롭게 사업에 참여하면서 제작사에 더 다양한 촬영 선택지와 경제적 혜택을 제공하게 됐다”며 “이번 사업이 영상 산업과의 상생은 물론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경기도 역시 4년 만에 로케이션 인센티브 사업을 재개하며 경쟁에 합류했다. 경기콘텐츠진흥원은 2026년 사업을 통해 도내 소비액의 20%(최대 2000만 원)를 환급하고, 순 제작비 50억 원 미만 작품을 중심으로 중소 제작사 유치에 나선다. 스튜디오 연계형 지원을 병행해 제작 인프라 활용도를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부산은 OTT 중심으로 재편된 제작 환경에 맞춰 지원 기준을 유연하게 조정했다. 기존에는 일정 촬영 회차를 충족해야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었으나, 체류 기간이 짧은 OTT 콘텐츠 특성을 반영해 기준을 완화했다. 2026년부터는 촬영 회차 기준을 기존 7회차 이상에서 5회차 이상으로 낮추고, 편당 최대 지원 금액도 4000만 원에서 6000만 원으로 상향한다. 이러한 제도 개선으로 영화 ‘넘버원’, ‘복수귀’ 등 일부 작품은 기존보다 높은 인센티브를 적용받는 효과를 얻었다.

이와 함께 기장군과 연계한 지역상생형 인센티브를 도입하고, 해양 촬영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항만·부두 등 해양 로케이션 지원 체계도 강화할 계획이다.

제주도 역시 공격적인 전략으로 대응하고 있다. 지난해 넷플릭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의 흥행을 계기로 제주도와 제주콘텐츠진흥원은 로케이션 유치 정책을 전면 확대했다. 기존 최대 5000만 원 수준이던 인센티브를 1억 원까지 상향하고, 물류비 및 기술 지원도 새롭게 도입했다. 더 나아가 김녕·표선·남원 일대를 중심으로 대규모 야외 촬영 세트장 조성을 추진하며, 자연 경관을 활용한 ‘올로케이션 촬영지’ 구축에 나서고 있다.



◆ “촬영팀이 곧 소비”…지역경제 효과 확대

이처럼 지자체들이 촬영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가장 큰 이유는 경제적 파급 효과 때문이다. 영화와 드라마 촬영팀은 평균 80~100명 규모로 지역에 일정 기간 체류하며 숙박·식사·교통 등 다양한 분야에서 소비를 발생시킨다. 이는 지역 상권 전반에 직접적인 활력을 불어넣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제주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제주 로케이션을 활용한 드라마 ‘웰컴투 삼달리’, ‘폭싹 속았수다’, 영화 ‘폭군’, ‘파묘’, ‘협상의 기술’ 등 총 20편의 작품이 약 31억 원 규모의 지역경제 효과를 창출한 것으로 분석됐다.

콘텐츠 흥행이 관광 수요로 이어지는 사례도 늘고 있다. 인기 드라마나 영화의 촬영지는 방송 이후 관광객 방문이 증가하며 새로운 관광 명소로 자리 잡는 경우가 많다.

최근에는 영화 ‘왕과 사는 남자’의 흥행으로 촬영지인 강원 영월군 상권이 활기를 띠고 있다. 방문객 증가로 숙박·음식점업 매출이 크게 늘었으며, 실제 데이터에서도 이러한 변화가 확인됐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영화 개봉 이후 4주간 영월군 내 관광 연계 업종 2161개 점포의 일평균 매출액은 직전 같은 기간 대비 35.7% 증가했다. 이번 분석은 KB카드 매출 데이터를 기반으로 진행됐으며, 콘텐츠 흥행이라는 외부 요인이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실증적으로 보여준 사례로 평가된다.

이처럼 OTT 콘텐츠의 글로벌 확산은 해외 관광객 유입 가능성까지 높이며, 지역 브랜드 가치 제고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다만 지자체 간 촬영 유치 경쟁이 과열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제작비 지원 규모에 따라 촬영지가 결정되는 ‘인센티브 경쟁’이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세금이 투입되는 정책인 만큼 장기적인 지속 가능성과 실효성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단순한 재정 지원보다는 전략”…지속 가능한 유치 필요

K-콘텐츠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촬영 유치는 단순한 영상 제작 지원을 넘어 지역 경제와 관광을 연결하는 핵심 정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에 따라 향후 지자체 간 경쟁은 단순한 지원금 규모를 넘어, 얼마나 매력적이고 차별화된 촬영 환경을 제공할 수 있는지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OTT 업계 한 관계자는 “이제는 단순한 재정 지원만으로는 경쟁력을 확보하기는 어렵다.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역 고유의 스토리 자원 발굴을 비롯해 촬영 인프라 구축, 관광 산업과의 유기적 연계 등 장기적인 콘텐츠 생태계 조성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셀럽미디어 박수정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넷플릭스, 경기콘텐츠진흥원, 충남콘텐츠진흥원, 쇼박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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