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카프리오도 들었다…'K-응원봉' 문화, 어떻게 시작됐나[Ce:포커스]
입력 2026. 03.28. 12:30:00

god-르세라핌-투모로우바이투게더

[셀럽미디어 임예빈 기자] 넷플릭스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오스카에서 2관왕을 달성하고, 헌트릭스가 특별 무대를 꾸민 역사적인 순간, 객석에 자리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든 응원봉이 화제가 됐다. 이제는 K팝과 꼭 함께 언급되는 응원봉. 지금의 응원봉은 어떤 역사를 통해 발전했을까.

◆ 응원봉, 그 전에 '상징색'이 있었다

K팝 아이돌의 응원 문화는 '색깔 응원'에서 시작됐다. H.O.T의 흰색, 젝스키스의 노란색, god의 하늘색, 신화의 주황색 등 1세대 아이돌 시절에는 각 팬덤을 상징하는 색깔이 있었다. 팬들은 상징색의 우비를 입고 풍선을 흔들며 아티스트에게 응원을 보냈다.

특별한 응원도구가 없던 시절, 색깔은 자신이 어떤 팬덤에 속했는지 정체성을 드러내는 도구이자, '드림콘서트' 등 여러 가수가 출연하는 공연에서 직관적으로 팬덤의 위치를 보여주는 효율적인 수단이었다.

상징색은 2세대 아이돌까지 이어졌으나, 아이돌 그룹이 늘어나면서 점차 사라지게 됐다. 단순히 파랑, 빨강, 노랑, 초록 등이 아닌 '펄 사파이어 블루' '펄 레드' '펄 아쿠아 그린' 등 명도와 펄 유무에서 미묘한 차이를 두려 노력했지만, 어두운 공연장에서는 육안으로 분간이 되지 않는 문제가 일어났다.

트와이스는 애프리콧과 네온 마젠타라는 두 색상의 그라데이션을 공식색으로 설정했으며, 세븐틴은 로즈쿠츠와 세레니티 조합을 상징색으로 미는 등 두 가지 색상의 조합에서 개성을 찾으려는 노력도 이어졌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상징색을 둘러싼 팬덤 간의 분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공식적으로 색을 지정하지 않는 아티스트가 늘어났고, 상징색의 힘은 약해져갔다.

예나 '구미봉'-세븐틴 '캐럿봉'-스트레이키즈 '나침봉'-투어스 '42봉'


◆ 지금의 응원봉은 어떻게 시작됐나

응원봉의 시초가 된 야광봉을 공식적으로 처음 사용한 것은 가수 세븐으로 알려졌다. 세븐은 풍선 대신 자신의 활동명을 뜻하는 숫자 '7' 모양의 야광봉을 응원도구로 만들어 출시했다.

이어 지드래곤이 직접 디자인에 참여한 빅뱅의 '뱅봉'이 출시됐다. 지금의 형태를 띈 응원봉의 시작은 '뱅봉'으로 여겨진다.

이후 샤이니 '뗀석기' 비스트 '로즈봉' 등 공식 응원봉을 제작하는 아티스트가 늘어났고, 현재 응원봉은 K팝에서 없어서는 안되는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았다.

응원봉에는 각 아티스트들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다양한 오브제가 활용된다. 단순하게는 그룹의 로고부터 시작해 그룹의 세계관, 스토리를 뒷받침하는 상징들들을 차용한다. 'EXO' 로고를 활용한 엑소와 '길을 잃은 아이들'이라는 팀의 콘셉트를 살려 나침반을 응원봉에 넣은 스트레이 키즈가 그 예다.

여기에서 더 확장돼 팬덤의 특성을 담기도 한다. 예를 들어 비스트는 '미녀와 야수'에서 야수가 미녀에게 선물하는 장미라는 의미를 담아 '로즈봉'을 만들었고, 마마무는 팬덤명 '무무'에서 영감을 받아 채소 무 형태의 독특한 응원봉을 공식으로 냈다.

FT아일랜드 '펜타스틱'-B.A.P 방정유문 '호루라기'


◆ 깃발·호루라기, 대세를 벗어난 응원 도구들

물론 '응원봉'이라는 대세에서 벗어나 독특한 응원도구를 선보인 이들도 있다. 여기에는 FT아일랜드의 '펜타스틱'과 B.A.P의 호루라기가 자주 언급된다.

FT아일랜드는 '펜타스틱'이라고 불리는 깃발을 공식 응원도구로 오래 사용했다. 펜타스틱은 노란 색 배경에 검은 색의 FT아일랜드 로고가 들어간 모양이다. 현재는 '섬' 모양의 응원봉을 공식 응원도구로 사용하고 있다. 상단부에 미니 펜타스틱을 꽂을 수 있는 형태로 디자인돼 팬덤의 전통을 살렸다.

B.A.P는 '마토봉'이라는 공식 캐릭터를 본딴 응원봉과 함께 호루라기를 응원도구로 사용했다. 부부젤라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호루라기 응원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B.A.P의 무대에 등장하는 팬들의 호루라기 응원은 강렬하고 독창적인 풍경을 만들어 내며, 하나의 트레이드 마크로 자리 잡았다.

엑소 '엑소봉'


◆ 원격 제어의 시대, 새로운 장을 열다

4차 산업혁명 이후 응원봉에도 새로운 기술이 도입되기 시작했다. 바로 원격제어 시스템이다.

원격제어 응원봉은 국내 활동에서는 엑소가 가장 먼저 응원봉에 이 기술을 접목했고, 점차 방탄소년단, 세븐틴 등의 가수의 응원봉에 도입됐다.

당초 응원봉은 켜기, 깜빡이기, 끄기 등 약 3가지 모드가 가능했다. 여기에 몇 가지 색상이 추가됐다가 원격제어 기술을 통해 연출부에서 원하는 구역의 응원봉들을 원하는 색으로 바꿀 수 있게 됐다.

원격제어 기술이 상용화되면서 응원봉은 하나의 연출로 자리잡았다. 곡의 무드에 맞는 색으로 일정하게 객석을 채운다거나, 곡의 비트에 맞게 색이 변화하는 등 다이나믹한 그림을 만들 수 있게 된 것이다.

있지 '라이트 링'-에스파 응원봉 엠블럼-캣츠아이 응원봉 커버


◆ 똑같은 응원봉은 거부한다…'봉꾸' 문화의 발전

같은 응원봉을 가진 사람끼리의 유대감, 소속감을 느끼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금은 개성의 시대다. 'DIY' 유행과 더불어 '봉꾸(응원봉 꾸미기)'라는 새로운 문화가 생긴 것.

당초 '봉꾸'의 역사는 자신의 '최애'를 드러내기 위한 데서 시작됐다. 최애의 이름이 적힌 스티커를 붙이면서 시작된 유행은 멤버를 상징하는 동물, 색상 등을 만나 확장되면서 화려해졌다. 이제는 직접 뜨개질로 응원봉에 씌울 수 있는 귀여운 모자를 만들거나 응원봉 커버 안에 오브제를 넣어 꾸미는 경우도 흔해졌으며, 심지어 튜닝을 위해 디자인 업체에 맡기는 사람도 늘었다.

이러한 흐름에 소속사도 올라탔다. 응원봉을 '봉꾸'에 적합한 디자인으로 출시하거나, '봉꾸템'을 내기도 한다. 에스파는 멤버별로 엠블럼을 바꿔 끼울 있는 형태로 응원봉이 제작됐고, 있지의 '라이트 링'은 커스텀 커버 부분 뚜껑을 빼고 고양이 귀를 달 수 있다. 응원봉에 씌울 수 있는 모자, 응원봉 파우치, 키링 등이 공식 굿즈로 나오기도 한다.


◆ 불을 키고 끌 수 있는 선택…응원봉, 주체성을 드러내다

응원봉은 단순히 '응원'이라는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 아니다. 아티스트의 정체성을 담은 하나의 작품이며, 팬과 아티스트를 연결하는 교두부이며, 팬덤의 발언권이다.

응원봉은 참여의 기회를 제공함을 통해 팬들로 하여금 자발성을 느끼게 하는 요소다. 기술의 접목을 통해 아티스트의 공연을 완성하는 마지막 미학적 퍼즐로서 기능하면서, 팬들은 응원하는 존재에서 아티스트의 일부를 채우는 존재로 위치가 변했다.

박진영 대중문화교류위원회 공동위원장이 이재명 대통령에게 "다른 공연은 (관객이) 소비자에 그친다면 케이팝에선 관객도 하나이고 공연의 주체다. 팬을 향해 '우린 너희와 하나야', 이 메시지가 크다. 그게 빠지면 다른 엔터테인먼트 산업과 똑같아진다"라고 응원봉 문화에 대해 설명한 것처럼, 응원봉은 이제 K팝과 뗄레야 뗄 수 없다.

그런 응원봉은 12.3 내란 사태를 거치면서 '주체성'의 상징이라는 하나의 맥락을 더 얻었다. 2016년 탄핵 집회를 두고 김진태 의원이 "촛불은 바람 불면 꺼지기 쉽다"고 발언한 것에 대응하며 LED촛불이 등장했고, 이후 2030 세대가 응원봉을 들고 집회에 나서기 시작하면서 하나의 흐름을 만들었다. 이러한 흐름이 일반 대중에게까지 미치면서 응원봉은 '민주주의의 상징' '시민의 주체성'을 의미하게 됐다.

이전부터 팬들은 응원봉을 통해 이야기하려고 했다. 안 좋은 문화지만, 과거 다수의 가수가 출연하는 공연에서 팬들이 응원봉을 끄고 침묵으로 대응하는 '보이콧'을 진행했다. 켜고 끌 수 있다는 응원봉의 특성은 팬들에게 표현의 수단을 쥐어 준 것이다.

응원도구의 변천사는 단순히 손에 쥐고 있는 물건의 변화를 뜻하는 것이 아니다. 새로운 기술, 유행이 더해지며 또 다른 문화를 파생시킨 K팝 문화의 중요한 흐름이다.


◆ 응원봉, 필수템 됐지만 가격 부담

이제 응원봉은 팬 활동을 하기 위한 필수템이 됐다. 오프라인 행사에서는 팬클럽 인증과 함께 응원봉 인증을 하는 경우가 많아졌으며, 콘서트에서도 공연을 연출하는 구성 요소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그렇다보니 응원봉 없이는 팬덤 활동에 있어 소외감을 느낄 수 있게 돼 하나의 진입장벽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만만치 않은 응원봉의 가격도 팬들의 부담을 더했다.

현재 판매되는 응원봉의 가격은 대체로 3만 원 후반에서 5만 원 선에 형성돼 있다. 과거에 출시했던 응원봉에 최신 기술을 추가하기 위해, 시간의 흐름에 따라 그룹의 변한 그룹의 콘셉트 등을 반영하기 위해 리뉴얼이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평균적인 가격이 상승하는 상황이다.

특히 기술적인 이유로 응원봉이 리뉴얼될 경우, 구 버전은 콘서트 현장에서 연동이 불가능한 경우가 왕왕 있어, 사실상 리뉴얼 시기마다 새로 응원봉을 구매해야 한다. 일종의 '강매'나 다름 없다는 비판도 나온다.

한 연예계 관계자는 "응원봉이 기초 아이템이 됐다 보니, 학생 팬들을 고려했을 때 어느 정도를 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라면서 "비싸다는 반응도 있지만 유지비가 많이 든다고 생각한다"라며 공연 때 응원봉 A/S 부스 운영 등 유지관리 비용이 응원봉에 포함되기도 한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기술적인 부분도 들어가고 원자재, 특히 반도체의 가격이 많이 올랐다. 비싸다는 건 동의하지만 회사 입장에선 불가피한 부분"이라고 말을 아꼈다.

[셀럽미디어 임예빈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CJ ENM, 각 소속사, SNS 갈무리, 셀럽미디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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