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는 왜 다시 '법정'을 찾았을까 [Ce:포커스]
입력 2026. 04.01. 15:57:41

'에스콰이어'-'프로보노'-'신이랑 법률사무소'

[셀럽미디어 정원희 기자] 최근 안방극장에서는 법을 중심으로 한 이야기들이 끊이지 않고 등장하고 있다. 특정 작품의 흥행을 넘어 장르 자체가 하나의 흐름을 형성하는 양상이다.

지난해부터 '에스콰이어', '서초동', '프로보노', '판사 이한영', '아너 : 그녀들의 법정', '신이랑 법률사무소' 등 법정 드라마가 연이어 방영되고 있다. '로스쿨',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천원짜리 변호사', '지옥에서 온 판사' 등 법을 소재로 한 드라마는 꾸준히 소비되어 왔지만 최근처럼 법정 드라마가 잇따라 등장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특히 사건 해결 중심의 전개에서 벗어나 최근에는 인물의 감정과 서사를 강조하는 방향이 더해졌다는 변화도 눈에 띈다.

그렇다면 법정 드라마는 왜 다시, 지금 이 시점에 집중적으로 등장하고 있을까.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트렌드라기보다 시대적 흐름과 맞닿아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프로보노'



최근 드라마들이 현실을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추세를 보이는 가운데, 법정은 다양한 인간 군상을 드러낼 수 있는 공간이 된다. 사건으로 인해 사람이 모이고, 갈등이 극한으로 치닫는 공간인 만큼, 인물의 감정이 고스란히 드러나기 때문이다.

실제로 드라마 관계자 A씨는 이와 관련해 "가장 현실적이고 날 것 자체의 인간 군상을 살펴볼 수 있는 곳이 바로 법정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며 "개연성과 전문성을 동시에 확보하면서 다양한 판례를 바탕으로 드라마적 상상력을 더하면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드라마가 탄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결국 법정은 단순한 사건 해결의 장소가 아니라, 현실을 응축해 보여주는 서사의 중심 공간으로 기능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이런 법정 드라마가 시청자들에게도 꾸준히 사랑 받는 것도 결국 시청자들의 감정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현실에서는 쉽게 해소되지 않는 갈등과 억울함이 법 앞에서 정리되는 과정을 지켜보며, 시청자들은 일종의 대리 만족을 경험하게 된다.

A씨는 "보통 사람들이 극단에 치달았을 때 마지막 수단으로 법을 찾는다"며 "이성과 논리, 증거에 기반한 냉정한 시스템 속에서 격해진 감정이 드러날 때 시청자들이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법정 드라마는 감정과 이성이 충돌하는 지점을 극적으로 드러내며, 시청자들에게 깔끔한 결론과 해소의 순간을 제공하는 장르로 자리 잡고 있다.

'신이랑 법률사무소'



이 같은 흐름은 콘텐츠 산업 구조와도 연결돼 있다. 먼저 법정 드라마는 비교적 제한된 공간 안에서 이야기를 전개할 수 있어 제작 효율이 비교적 높다. 법정, 사무실 등 배경을 중심으로 서사가 진행되기 때문에 과도한 로케이션이나 대규모 세트에 대한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고, 사건 단위로 이야기를 구성할 수 있어 에피소드 확장 역시 용이하다.

최근 활발해진 OTT 플랫폼 환경에서 더욱 강점을 발휘하기도 한다. 드라마 관계자 B씨는 "최근 OTT에서 에피소드형 드라마가 많아졌다. 법정 드라마는 이를 표현하기에 가장 쉬운 장르로 볼 수 있다"고 전했다. 법정 드라마는 에피소드형의 서사와 중심 인물의 서사를 함께 끌고 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로 인해 고정 시청자, 유입 시청자를 모두 확보하기에 용이하고, 동시에 플랫폼 친화적인 장르로 자리 잡게 됐다.

결국 법정 드라마의 증가는 현실을 반영하려는 드라마의 흐름과 흔히 말하는 '사이다'를 원하는 시청자들의 욕구, 그리고 산업적 효율성이 맞물린 결과로 볼 수 있다.

최근 드라마 속 법정은 단순히 정의를 구현하는 공간을 넘어, 인물들의 갈등과 감정을 가장 선명하게 드러내는 배경으로 기능하고 있다. 법정은 이제 결론을 내리는 곳이 아니라, 감정을 설명하는 공간이 됐다.

[셀럽미디어 정원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비에이엔터테인먼트, SLL, 스튜디오S, tvN, MBC, 스튜디오S, 몽작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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