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구장인가, 팬덤 현장인가…'대포 카메라'까지 번진 관람 갈등[Ce:포커스]
- 입력 2026. 04.09. 07:00:00
- [셀럽미디어 박수정, 정원희 기자] 최근 프로야구 경기에서 인기 연예인의 시구·시타가 늘어나면서 경기장 풍경이 달라지고 있다. 새로운 팬층이 유입되며 흥행 열기가 높아지는 한편, 관람 문화 충돌과 티켓 암표 문제를 둘러싼 논란도 함께 커지고 있다.
◆ 인기 아이돌 시구에 몰린 MZ팬들…달라진 경기장 풍경
최근 프로야구 경기에서는 아이돌과 배우 등 인기 연예인의 시구·시타 참여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신보나 작품 홍보를 위한 배우·아이돌뿐 아니라, 인기 셰프와 스포츠 선수들까지 시구에 나서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에 따라 경기장을 찾는 관람객 구성도 다양해졌다. 특정 연예인이 참여하는 경기의 경우, 기존 야구 팬뿐 아니라 해당 인물의 팬들까지 대거 유입되며 티켓 경쟁도 한층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이 같은 변화는 구단 입장에서는 긍정적인 요소다. 기존 팬층에 더해 새로운 관람객을 유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시구·시타 참여자가 해당 구단의 팬인 경우가 많아, 기존 팬들 역시 이를 호의적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도 적지 않다.
다만 관람객 구성의 변화는 새로운 과제도 함께 낳고 있다. 야구 팬들과 스타 팬들 사이에서는 이른바 ‘불편한 동거’ 속에 티켓 가격 상승과 관람 방식의 차이를 둘러싼 논란과 인식 차이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 프로야구 팬 “인기 아이돌 시구·시타? 이제는 반갑지 않아요”
일부 극성 아이돌 팬들의 미성숙한 관람 태도로 인해 기존 프로야구 팬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기아 타이거즈 팬 A씨는 “야구는 경기 특성상 자리를 비우는 일이 잦은데, 돌아와 보면 지정 좌석이 아닌데도 남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며 불편함을 호소했다. 이어 “통로에 서서 이른바 ‘대포 카메라’로 촬영하며 경기를 방해하는 것은 물론, 공격과 수비에 상관없이 계속 서서 촬영해 시야를 가리기도 한다”며 “정작 자신이 응원하는 아이돌이 떠나면 자리를 비워버려 허탈함마저 든다”고 지적했다.
현장 통제 미흡에 대한 불만도 이어지고 있다. KT 위즈 팬 B씨는 “경호원이 제지를 시도해도 밀치고 넘어지는 등 통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며 “주변 상황은 아랑곳하지 않고 촬영에만 몰두하는 모습을 보며 이제는 아이돌 시구 소식 자체가 반갑지 않을 정도”라고 말했다.
타인의 관람 권리를 침해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두산 베어스 팬 C씨는 “한 걸그룹 멤버의 축하 공연 당시, 이를 촬영하려는 팬들이 좌석을 침범하고 통로까지 막아 화장실 이용조차 어려웠다”며 당시의 불쾌했던 경험을 전했다.
실제로 지난해 8월 Mnet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 ‘보이즈2 플래닛’ 팬덤 일부가 야구장에서 무질서하고 과격한 행동을 벌이며 논란이 일기도 했다.
당시 참가자들은 5회말 클리닝 타임에 시그널 송 ‘올라’ 퍼포먼스를 선보였는데, 공연이 시작되자 일부 팬들이 지정 좌석을 이탈해 안전 펜스를 넘는 등 질서를 무너뜨렸다. 특히 ‘대포 카메라’를 든 팬들이 몰리면서 현장은 혼란에 빠졌고, 이를 제지하던 안전요원이 밀려 넘어지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일부 목격담에서는 “안전요원의 팔을 물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공연 이후에도 일부 팬들이 단체로 퇴장하며 좌석에 쓰레기를 그대로 두고 떠나 공분을 샀다.
◆ 스타 팬들 “좋아하는 마음은 같아…왜 눈치 봐야 하나”
경기장을 찾은 스타 팬들 역시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배우 팬 D씨는 “경기 중에는 자리 이동이 제한돼 공격과 수비 교체 시간에만 촬영했다”며 “야구 팬들 중에서도 촬영을 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구단은 연예인을 초청해 관람객을 유입하려는 것이고, 우리 역시 공식 일정을 보기 위해 방문한 것인데 (야구 팬들이) 지나치게 눈치를 줬다”며 “정당하게 비용을 지불하고 입장한 공간에서 왜 이런 눈치를 봐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반면, 아이돌과 야구를 모두 좋아하는 관람객 E씨는 과도한 일반화에 선을 그었다. 그는 “일부 대형 아이돌 사례를 제외하면 전반적인 현장 분위기는 비교적 무난한 편”이라며 “시구·시타에 참여하는 연예인이 해당 구단의 팬인 경우가 많아 야구 팬들에게도 호의적으로 받아들여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에는 아이돌 팬들도 구단 유니폼을 착용하고 관람하는 등, 관람을 크게 방해하지 않으면서 야구 팬들을 존중하려는 모습이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
결국 이러한 갈등은 특정 팬층의 문제라기보다 서로 다른 문화가 맞닿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차이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E씨는 “일부 사례가 크게 부각되면서 연예인 팬들이 일괄적으로 부정적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 최대 3배 웃돈…시구 경기마다 반복되는 암표 문제
인기 스타의 시구·시타는 티켓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들이 참여하는 경기에서는 수요가 급증하면서 일부 좌석이 정가 대비 높은 가격에 거래되는 암표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
삼성 라이온즈 팬 F씨는 “가뜩이나 암표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인기 아이돌의 방문은 암표 가격을 평소보다 3배 이상 끌어올리는 요인이 된다”며 “정작 야구를 즐기려는 실관람객들이 피해를 보는 구조는 매우 불공정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러한 현상을 전적으로 아이돌 팬 유입 때문으로만 보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암표 문제는 특정 팬층의 유입뿐 아니라, 프로야구 전반의 인기 상승과 맞물린 복합적인 현상이라는 분석이다.
아이돌 팬 E씨는 “티켓 예매 이후 시구·시타자가 공개되는 경우가 많아 아이돌 팬이 표를 선점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물론 인기 스타 출연으로 가격이 더 오르는 경우는 있지만, 최근 야구 인기 자체가 높아지면서 전반적인 티켓 가격이 상승한 영향도 크다”고 말했다.
◆ ‘대포 카메라’ 논란…구장 반입 기준은 여전히 미비
팬덤 문화가 짙어진 KBO리그 경기장에서 ‘대포 카메라’ 반입 문제 역시 주요 논란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형 카메라 사용을 두고 팬들 사이에서도 찬반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대포 카메라’는 대형 렌즈로 관중의 시야를 가리고, 이동 과정에서 충돌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특히 삼각대 사용 시 통로를 막아 안전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이 같은 문제는 단순히 아이돌 팬덤 유입 때문만은 아니다. 일부 야구 팬들 역시 선수나 치어리더 촬영을 위해 대형 장비를 사용하는 사례가 꾸준히 이어져 왔다.
현재 각 구단에는 관련 민원이 지속적으로 접수되고 있으며, 일부 구단은 이를 공식 안건으로 다루고 있다. LG 트윈스는 무질서한 촬영 사례를 근거로 KBO에 반입 제한을 요청했고, 삼성 라이온즈는 사용 자제를 안내하는 공지를 이어가고 있다.
다만, 야구장 내 반입 물품 기준을 총괄하는 KBO는 아직까지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지 못한 상태다.
야구장은 특정 팬덤만의 공간이 아니라 모두가 함께 즐기는 공공의 관람 공간이다. 일부 관람객의 ‘대포 카메라’ 사용, 자리 침범, 시야 방해와 같은 비매너 행위는 단순한 불편을 넘어 전체 관람 경험을 훼손한다.
응원 열기와 팬심이 존중받기 위해서라도 기본적인 관람 에티켓은 지켜져야 한다. 구단과 관중 모두의 자정 노력이 함께할 때 비로소 건강한 야구 관람 문화가 자리 잡을 수 있다.
[셀럽미디어 박수정, 정원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DB, Mnet 제공, 해당 중계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