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원 “‘살목지’, 단순 귀신 아니야…심리전 공포가 핵심” [인터뷰]
입력 2026. 04.09. 13:12:01

'살목지' 이종원 인터뷰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배우 이종원이 영화 ‘살목지’(감독 이상민)를 선택한 이유는 단순했다. ‘무섭다’는 감각을 넘어, 몸이 먼저 반응할 만큼 강렬했기 때문이다. 예측을 비틀고, 감각을 흔드는 공포 속에서 그는 배우가 아닌, ‘체험자’에 가까웠다.

‘살목지’는 로드뷰에 정체불명의 형체가 찍히고, 재촬영을 위해 저수지로 향한 촬영팀이 검고 깊은 물 속의 무언가를 마주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공포 영화다. 이종원은 극중 뒤늦게 살목지로 합류하는 온로드미디어PD이자 수인의 전 남자친구 윤기태 역을 맡았다.

“저희 영화를 스스로도 너무 재밌게 봐서 굉장히 자부심도 있고 기대를 많이 하고 있어요. 스스로 입소문을 내고 있죠. ‘살목지’가 강으로 갔다가, 오르락내리락하는 부분이 있어요. 강강강으로 펼쳐지는 부분도 있죠. 감독님이 못 본 비주얼을 중점으로 설계하신 듯해요. 사운드도 청각, 시각을 사로잡는 부분이 있더라고요. 그런 부분이 재밌었어요.”

‘살목지’는 로케이션부터 미술, 촬영, 사운드, 소품까지 치밀하게 맞물린 프로덕션으로 공간 자체를 살아 움직이게 만든다. 정교하게 설계된 비주얼과 음향은 좌우로 시야가 확장되는 스크린X와 모션체어, 환경 효과가 결합된 4DX 상영을 통해 관객들에게 한층 생생한 몰입형 공포 체험을 선사한다.

“자동차 부분부터는 클라이맥스로 치닫는 부분에서 360도 카메라가 돌아가며 빨간 조명이 얼굴처럼 보이는 장면을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해요. 그 장면이 가장 소름 돋더라고요. 귀신이 나오거나, 무언가 나와서 놀라는 건 당연히 무섭고 소름 돋는데 카메라 기법으로 만들어진 모양이 마치 ‘너희들은 빠져나갈 수 없다, 발버둥 쳐봐라’란 느낌을 받았어요. 그 장면은 영화로 처음 봤는데 대본엔 ‘자동차가 지나간다’였거든요. 연출적으로 보니 소름 돋고, 무섭더라고요. 그 카메라도 되게 새로운 게 감독님이 비장의 무기를 심어놓았다는 걸 느꼈어요. 심혈을 기울여 편집했다더라고요. 보고도 놀랄 정도로 타이밍에 감을 못잡기도 했어요. 속수무책으로 당했죠. 처음 본 사람들은 제가 놀란 것보다 훨씬 큰 체험형 공포가 되지 않을까 싶어 자신감이 생겼어요.”



극 중반 투입되는 이종원은 미스터리한 일들에 휘말리고, 점점 조여 오는 공포 속에서 수인과 함께 살목지를 벗어나기 위해 애쓴다. 증폭되는 공포에 자연스럽게 스며들고자 했던 그는 수중 촬영을 위해 수영과 잠수를 직접 준비하는 등 남다른 노력을 기울였다고.

“봉분 귀신이라고 호칭이 있어요. 여러 사람들이 땅속에 박혀있잖아요. 수중 세트장 밖에 미술팀이 세팅할 때부터 비주얼을 봐왔는데 소름 돋는 비주얼이더라고요. 이게 물속에서 정확하지 않은 시야로 보면 얼마나 소름끼칠까란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 물속에서 직접 수중 촬영을 할 때도 수중에 있으면 눈에 잘 안 보이잖아요. 코앞에 있어야 보일까 말까인데 수인을 찾으러 가는 동안에도 봉분 귀신들의 형태가 조금씩 보이는 실루엣이 굉장히 소름끼칠 정도였어요. 그때도 촬영을 하면서 관객들이 보면 새로운 비주얼, 소름이 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이런 형태, 비주얼은 본 적 없어서 극장에서 큰 스크린으로 보면 진짜 무섭겠더라고요. 수중에서 숨을 쉬지 못하고, 잘 들리지 않고, 오감이 제대로 펼쳐지지 않은 제한된 상황 속 공포로 느껴지겠다 싶었어요. 그게 수중신에서 확실히 보였죠. 수인을 구해야한다는 긴박함, 그 속에서 수인을 찾아 올려 보내주려는 마음이 잘 표현된 것 같아서 기뻤어요. 쉬운 촬영이 아니기에 영혼을 갈아서 했죠.”

‘살목지’는 MBC ‘심야괴담회’를 비롯한 방송과 공포 채널을 뜨겁게 달궜던 장소를 배경으로 이상민 감독의 상상력을 더해 완성된 작품이다. 영화 속 살목지는 ‘생사를 넘나드는 길목’으로도 불리는 금기의 장소로 숲 깊숙이 자리한 이 저수지는 물과 땅의 경계가 모호하게 뒤섞여 있어 방향 감각마저 흐릿해지는 공간이다.

“대본을 처음 읽었을 때 저녁에 시작해서 자정됐을 때 읽는 게 끝났어요. 글을 읽는 중간중간 살아있는 것처럼 그려지더라고요. 리얼한 상상이 되고, 묘사되어 있는 글귀들이 읽는 순간 입력이 됐어요. 제 분량이 적다고 하면 적은데 그런 게 전혀 느껴지지 않을 만큼 재밌었죠. 욕심 날 정도로 기태를 연기하고 싶었어요. 대본을 다 읽고, 악몽을 꿀 정도로 확신이 들었어요. 얼마나 재밌었으면 영화가 꿈속에 나오겠어요. 그럼 이건 무조건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만큼 분량을 아예 생각 안 할 정도로 직진했어요.”

이종원은 평소 공포 장르를 즐겨 찾는 편은 아니었다. 그러나 ‘살목지’를 계기로 생각이 달라졌다. 대본을 읽고 촬영, 개봉까지 이어지는 과정을 거치며 공포 영화가 지닌 매력을 새롭게 체감하게 됐다는 것.

“제 발로 찾아가진 않아요. 스스로 선호하는 장르가 아니라 잘 보지 않았죠. ‘살목지’의 대본을 읽고, 촬영, 개봉하면서 작년부터 올해까지 제 근처에 있잖아요. 이젠 바뀐 것 같아요. 공포 영화라는 게 무서워서 피했는데 뭔가 그만의 매력이 생각보다 큰 것 같더라고요. 스트레스 해소도 됐어요. 어디서도 느낄 수 없는 도파민의 분비, 짜릿함 느낄 수 있는 게 생각보다 재밌었죠. 이런 맛으로 공포영화 좋아하나 싶은 새로운 이해도가 생긴 것 같아요. ‘살목지’가 새로운 도전이었는데 그 부분을 배운 것 같아요.”



이종원은 ‘살목지’의 차별점으로 단순한 귀신 소재를 넘어선 심리적 긴장감을 꼬았다. 인물들 사이에서 끊임없이 이어지는 의심과 불신, 서로를 향한 경계가 서사를 이끌며 관객 역시 자연스럽게 혼란과 긴장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는 설명이다.

“차이점은 확실히 있어요. 단순한 물귀신이 아니라, 심리전이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누가 누구를 믿고, 의심하고 있고, 저사람 누구지? 빠져나왔다고 생각했는데 속고 속이는 등 심리적인 부분이 많이 나온다고 생각해요. 새로운 비주얼의 귀신들, 사운드적인 공포, 심리적인 부분도 건드리는 게 새로운 부분이라 생각했어요. 더 헷갈려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기태도 귀신이면 어떡하지? 쟤도 귀신 아니야?’ 극중에서 서로 의심하면 관객들도 의심할거라 생각했어요. 심리적 공포, 시각적, 사운드적인 오감 만족시킬 공포지 않을까 싶었죠. 확실한 건 귀신 비주얼이 여느 영화에서 못 본 비주얼 같아요. 얼굴이 떠있는 귀신, 카메라 기법도 360 카메라 쓴 장면도 있어서 새로운 부분들이 많이 가미되어있어요. 젊은 감독님만이 할 수 있는 연출법이고, 과감한 도전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이종원은 ‘살목지’의 열린 결말에 대해 다양한 해석의 여지를 남긴 점을 가장 큰 특징으로 짚었다. 이야기의 끝이 명확히 규정되지 않은 만큼 관객마다 서로 다른 결론에 도달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모든 사람이 다른 해석을 했으면 해요. 영화가 끝나고 나서 이야기하는 게 공포 영화의 장점 같아요. 머릿속에 남아있는 의문들이 있잖아요. 떡밥 회수가 안 된 게 아니라, ‘넌 어떻게 생각하냐’는 부분들이 공포 영화만이 줄 수 있는 가장 큰 장점인 것 같아요. 특히 저희 영화가 그런 결말을 맞이하니까 그런 부분들이 마지막까지 물귀신으로 홀릴 수 있지 않았나 싶고요. 물귀신이라는 게 근래에 많이 나오지 않았잖아요. 사람을 홀리고, 속고 속이는 공포를 확실하게 연출한 것 같아요.”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쇼박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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