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지원, ‘클라이맥스’로 꺼낸 가장 복잡한 감정 [인터뷰]
- 입력 2026. 04.10. 15:19:28
-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배우 하지원은 ‘클라이맥스’ 속 추상아를 “살기 위해 선택할 수밖에 없는 인물”로 정의했다. 오랜 공백 끝에 선택한 복귀작에서 그는 가장 복잡한 감정을 꺼내들었다. 감정을 따라가다 실제로 식사를 하지 못할 정도였다는 고백은 이번 작품의 밀도를 짐작케 한다.
'클라이맥스' 하지원 인터뷰
ENA 월화드라마 ‘클라이맥스’(극본 이지원 신예슬, 연출 이지원)는 대한민국 최고의 자리에 서기 위해 권력의 카르텔에 뛰어든 검사 방태섭과 그를 둘러싼 이들의 치열한 생존극이다. 하지원은 2022년 방송된 KBS2 드라마 ‘커튼콜’ 이후 약 4년 만에 안방극장에 복귀했다.
“감독님이 영화 ‘비광’ 작품이 끝난 후 저에게 ‘클라이맥스’ 얘기를 하셨어요. 대본을 읽었고, ‘비광’ 작품을 하면서도 감독님과 재밌게 찍었거든요. ‘클라이맥스’도 되게 쉽지 않은 캐릭터잖아요. 그런데 뭔가 감독님과 추상아 인물을 멋있게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저는 권력 안에 놓인 욕망과 생존에 대한 많은 인물, 캐릭터들이 관계 속에서 선택하고 변해가는 이야기가 굉장히 흥미로웠어요. 인간관계나 그런 것에 관심이 많고 탐구하는 중이라 이 작업을 선택했죠.”
하지원은 극중 한때는 최고의 여배우였으나, 결혼 이후 지금은 한물간 여배우 취급을 받는 추상아 역을 맡았다. 다시 정상으로 올라가기 위해 발버둥 치는 캐릭터의 처절함부터 애써 감정을 억누르는 모습 등 파격적인 연기 변신으로 매회 화제를 모으고 있다.
“제가 매력을 느꼈던 건 등장하는 다양한 인물, 캐릭터가 있잖아요. 우리 역시 다양한 인간관계 속에서 선택해야하는 것도 있지만 선택해야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되고, 한 인간으로서 추상아 인물을 통해 그려보고 싶었어요. 그녀가 왜 이 상황에서 괴물로 되어갈 수밖에 없는지 그런 것들을 그려보고 싶었죠.”
특히 이번 작품에서 하지원이 맡은 인물은 ‘배우’라는 점에서 연기 난도가 한층 높았다. 실제 배우인 그가 또 다른 배우를 연기해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원은 자신의 말투와 표정이 캐릭터에 스며들지 않도록 의도적으로 거리를 두는 작업을 이어갔다고 밝혔다.
“감독님이 평소 제 말투와 표정들이 추상아에 묻어나오지 않았으면 한다고 하셨어요. 예민함, 날카로움, 이런 것 때문에 몸도 하지원이 아닌 다른 몸, 표정, 스타일 등 작업을 하고 모니터도 꼼꼼히 해야 했죠. 어려운 건 상아라는 인물은 대본에 보이는 텍스쳐 그대로의 연기가 아닌, 한 번 더 꼬고, 또 꼬아서 연기해야 하는 표정들이 쉽지 않았어요. 배우를 연기해서 힘들기보단 환경과 관계 속에서 하나의 정체성이 아닌, 계속 변해가잖아요. 그런 것들이 가장 힘들었어요. 하나의 정체성이 아닌, 관계, 선택을 하면서 변해가고 쌓이는 모습들에 다양한 정체성이 숨어있어야 했죠. 그 또한 이해가 되어야 하는 부분이잖아요. 그래서 많이 어려웠어요.”
추상아는 권력과 욕망 속에서 끊임없이 선택을 강요받는 인물이다. 상황에 따라 감정과 태도가 달라지고, 때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선택까지 이어지는 복합적인 캐릭터다. 선과 악으로 단순하게 구분할 수 없는 만큼 배우에게도 인물을 온전히 납득하는 과정이 필수적이었다.
“저는 다 이해해야만 했어요. 연기를 해야 했기 때문이죠. 물론 쉽진 않았어요. 추상아라는 인물에 어떻게 보면 작업하듯 다가갔죠. 추상아를 가장 가까이에서 바라보고, 이해하며 그녀의 삶을 살았잖아요. 이해했어야만 했고, 실제로 그녀가 너무 힘들어서 거식증을 겪는 순간엔 저도 공감이 돼서 음식을 못 먹을 정도로 비슷한 감정을 느끼기도 했어요. 권력, 욕망에 의해 희생양이 되기도 한 그녀가 이해되면서 가슴 아프기도 하고, 불쌍하기도 했죠. 이런 선택을 하면서까지 놓여야 하나 이런 생각도 하지만 저는 연기를 해야 했어요. ‘클라이맥스’ 이야기를 대중들에게 이야기해야 하는 부분이니까요.”
추상아는 극심한 감정 변화 속에서 신체적 소모까지 동반하는 인물이다. 특히 거식증에 가까운 설정과 함께 마른 체형을 유지해야 하는 만큼 감정 표현뿐 아니라 외형적인 준비도 동시에 요구됐다. 심리적 몰입과 신체 변화가 맞물리는 캐릭터인 만큼 촬영 과정에서의 컨디션 관리와 감정 유지 역시 쉽지 않은 과제로 꼽힌다.
“감독님과 피팅 전 조절을 했어요. 상아가 슬립을 많이 입고 나오잖아요. 너무 옷이 잘 맞으니까 감독님께서 조금 넉넉해보였으면 좋겠다고 하시더라고요. 제가 근육이 잘 붙는 체질인데 근육을 길게 늘이는 스트레칭을 목숨 걸고 했어요. 근질이 좋은 체질이라 근육이 빨리 생기고 붙거든요. 상아 맞춤형 운동, 스트레칭과 식단으로 감독님이 원하는 몸으로 만들었어요. 감독님이 엄청 디테일하세요. 립스틱은 ‘이거 아니야’ 하면서 계속 발라보기도 했어요. 톤과 채도, 눈썹 모양, 옷 피팅도 그렇게까지 안 하는데 미리 해놓았음에도 그날 당일 직접 분장 차에 와서 보시곤 했어요. 옷 입은 모습과 립스틱 컬러를 다 맞추고 가시더라고요. 헤어스타일과 백, 표정까지도 감독님과 굉장히 디테일하게 연기했어요.”
하지원의 상대 인물은 주지훈이다. 주지훈이 연기한 방태섭은 추상아와 단순한 부부 관계를 넘어 서로의 욕망과 이해관계 속에서 얽힌 복잡한 관계를 형성한다. 사랑과 신뢰보다는 필요한 선택이 앞서는 구조로 때로는 상대를 이용하는 관계다. 감정의 온도가 극단적으로 오가는 만큼 배우 간 호흡 역시 중요한 요소였다.
“부부 싸움이 평범한 게 아니고 피 보듯 싸우잖아요. 그런 것들이 주지훈 씨도 워낙 상대방에 대해 편하게 해주는 스타일이었어요. 저도 그렇고, 서로 믿고 하고 싶은 거 다 했죠. 합이 너무 잘 맞더라고요. 주지훈 씨가 액션 리허설 없이 하는데 서로 받는 것들이 불편하지 않게 쿨하게 연기하다 보니 많이 할 수 있었어요. 자제하는 게 아닌, 하고 싶은 것 다 하며 서로 받아주니까 시너지가 잘 나왔던 것 같아요.”
파격적인 설정에 이어 장면도 있다. 추상아와 황정원(나나)은 단순한 관계를 넘어 복수와 욕망, 감정의 착오가 뒤엉킨 복합적인 서사를 그려낸다. 두 인물의 관계는 동성 키스신과 베드신 등 강도 높은 장면으로 이어지며 방송 이후 큰 화제를 모으기도.
“상아는 한지수라는 인물이 있잖아요. 자기와 비슷한 쌍둥이 같은 존재가 있었기에 정원이라는 인물과 동성애가 자연스럽게 그려진 거예요. 동성 키스신이긴 한데 되게 편하게 찍었어요. 서로 불편함 없이 리허설도 되게 많이 하고, 촬영할 때도 힘들지 않았죠.”
이처럼 쉽지 않은 설정과 감정선을 소화해낸 하지원은 데뷔 30주년을 맞은 지금도 여전히 ‘정점’이라는 단어를 경계했다. 그는 “배우의 클라이맥스를 따로 생각해본 적 없다”라며 “우리가 생각하는 클라이맥스가 진짜 클라이맥스가 아닐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대신 스스로에게 집중하는 태도를 롱런의 비결로 꼽았다. 끊임없이 궁금한 것을 파고들고 끝까지 가보려는 집요함 역시 그를 지금의 자리로 이끈 힘이다.
“저 자신에게 집중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일을 하든, 뭘 하든 간에 내가 분명히 있어야 더 재밌게 할 수 있거든요. 그럴 때 에너지도 나오는 것 같아요. 저는 궁금한 게 생기면 끝까지 파고드는 스타일이에요. 집중하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재미도 느끼게 되더라고요.”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해와달엔터테인먼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