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멈추지 않는 트로트 열풍…지속 가능성은[Ce:포커스]
- 입력 2026. 04.26. 07:30:00
- [셀럽미디어 신아람 기자] 트로트 열풍이 방송가를 넘어 대중문화 전반으로 자리 잡은 지도 벌써 수년째다. 오디션 프로그램을 기점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며 장르 부흥까지 이끈 트로트는 여전히 각종 콘텐츠로 재생산되고 있다. 다만 유사 포맷의 반복과 과열 양상 속에서 피로감 역시 커지고 있는 상황. 과연 트로트 열풍은 어디까지 이어질 수 있을까.
미스트롯-미스터트롯 포스터
◆ 트로트 열풍의 시작, 오디션이 바꾼 판도
트로트 열풍의 출발점에는 오디션 프로그램이 있다. 그중에서도 2019년 '미스트롯'의 성공은 판도를 바꾼 결정적 계기로 평가된다. 해당 프로그램은 최고 시청률(닐슨코리아 기준) 18%를 돌파하며 트로트 장르의 대중적 가능성을 입증했고, 우승자 송가인을 비롯한 출연진들은 단숨에 스타로 떠올랐다.
2020년 방영된 '미스터트롯'은 비지상파 최초 최고 시청률 35%를 넘기며 역대급 흥행을 기록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임영웅, 영탁, 이찬원 등 다수의 스타가 탄생하며 트로트 시장의 외연을 급격히 확장시켰다.
이후 '미스트롯' '미스터트롯'은 시즌제로 이어지고 있으며 매 시즌 스타를 배출하고 있다. 이밖에 MBN '불타는 트롯맨', '현역가왕' '무명전설' 등 유사 포맷의 프로그램들이 잇따라 제작되며 트로트 오디션은 하나의 방송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이들 프로그램은 단순한 경연을 넘어 참가자의 성장 서사와 인간적인 매력을 부각시키며 시청자들의 감정 이입을 유도했다. 그 결과 높은 시청률과 화제성을 동시에 확보했고, 트로트는 단기간에 대중문화 중심으로 부상하는 데 성공했다.
◆ "트로트는 어른들 음악?" 인식 변화 시작
트로트 열풍은 장르에 대한 인식 변화로도 이어졌다. 과거 트로트는 ‘어른들이 듣는 음악’이라는 이미지가 강했지만, 이제는 보다 폭넓은 대중에게 친숙한 장르로 자리 잡았다.
다양한 연령대의 참가자들이 무대에 오르고, 젊은 감각의 편곡과 퍼포먼스가 더해지면서 한층 친숙한 장르로 다가가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방송과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접근성이 높아지면서 젊은 층의 유입이 이뤄졌고, 이는 팬덤 형성으로까지 이어졌다.
이 과정을 통해 트로트는 특정 세대에 국한된 음악이 아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장르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장르에 대한 거리감이 점차 줄어들며 대중적 수용 폭도 넓어졌다.
불타는 트롯맨-현역가왕-무명전설 포스터
◆ 이제는 세대 통합 장르로 확장
최근 몇 년간 트로트 열풍은 단순한 유행을 넘어 하나의 장르 부흥으로 자리 잡았다. 오디션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촉발된 인기 속에서 다양한 트로트 예능과 경연 프로그램이 연이어 등장했고, 이는 자연스럽게 시청층을 확장시키는 계기가 됐다.
특히 트로트는 중장년층의 전유물이라는 기존 인식을 깨고, 젊은 세대까지 아우르는 세대 통합형 장르로 진화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이전보다 무대 연출과 스토리텔링이 더욱 다채로워지면서 최근에는 가족 단위의 시청까지 이끌어내며 높은 화제성을 기록하고 있다.
여기에 아이돌 출신 가수는 물론, 데뷔 20년차 이상의 실력파 가수, 뮤지컬 배우까지 앞다투어 트로트 경연에 도전하고 있다. 과거에는 트로트 전향을 현역에서 물러나는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었으나, 이제는 자신의 음악적 스펙트럼을 넓히는 전략적 선택으로 인식되는 분위기다. 이정, 환희, 린 등 이미 가요계에서 인정 받았던 가수들이 트로트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사례를 다수 볼 수 있다.
또한 최근에는 트로트가 광고, 행사, 공연 시장을 장악하며 대중문화의 중심으로 이동했다. 이전에는 행사의 성격에 따라 트로트 가수의 섭외가 주로 장년층을 겨냥한 지역 축제나 경로 행사 등에 국한됐다. 하지만 이제는 전 세대를 아우르는 대중적 인지도가 보장되면서 더욱 다양한 행사의 라인업에서 트로트 가수의 이름을 찾는 것이 어렵지 않게 됐다.
광고 시장에서의 위상 변화도 눈길을 끈다. 과거 건강보조식품이나 지역 특산물 광고 모델에 머물렀던 트로트 스타들은 이제 금융, 화장품 등 다양한 산업군의 광고 모델로 활동 중이다. 특히 이들은 강력한 구매력을 지닌 팬슈머(Fansumer)들의 지지를 보장하기에 단순 모델을 넘어 브랜드의 매출 지표를 견인하는 흥행 보증수표로 통하기도 한다.
◆ "경연만 몇 개야?"…비슷한 포맷에 높아지는 피로감
다만 유사한 포맷의 프로그램이 잇따라 제작되면서 피로감을 호소하는 시청자들도 늘고 있다. 경연 구조, 서사 방식, 참가자 구성 등이 반복되며 신선도가 떨어졌다는 지적이다. 특히 인기를 끌고 있는 트로트 가수가 여러 프로그램의 심사위원이나 게스트로 반복 출연하는 이른바 출연자 돌려막기는 신선도를 급격히 떨어뜨리는 큰 요소로 꼽힌다.
음악적 본질보다 자극적인 서사와 퍼포먼스에 치중하는 구성 방식도 한계로 언급된다. 초기에는 참가자 개인사가 공감과 감동을 끌어냈지만, 이제 정형화된 공식처럼 소비되며 시청자들의 몰입도를 방해하고 있다. 반복되는 신파 서사는 기시감을 불러일으키며, 출연자의 음악적 역량보다 자극적인 개인사에 집중하게 만든다는 지적이다.
무대 연출 측면에서도 마찬가지다. 가창력 그 자체로 승부하기보다 서커스를 방불케 하는 과감한 퍼포먼스나 화려한 무대 장치 등 시각적 자극에만 몰두하는 경향이 강해졌다. 트로트 특유의 깊은 울림과 기교보다는 '누가 더 튀는 무대를 만드느냐'는 식의 경쟁이 이어지면서, 음악 본연의 매력이 희석되고 있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 그럼에도 끊임없이 쏟아지는 트로트 오디션 왜?
이처럼 트로트 열풍이 장기화되는 배경에는 산업적 이유가 있다. 높은 시청률과 안정적인 팬층을 기반으로 제작사와 방송사 모두 리스크가 적은 콘텐츠로 트로트를 선택하고 있는 것.
여기에 공연, 행사, 광고 등 다양한 수익 구조까지 맞물리며 트로트는 하나의 검증된 콘텐츠로 자리 잡았다. 또한 트로트 특유의 공감 가는 정서와 직관적인 멜로디는 대중에게 위로와 즐거움을 동시에 전하며 꾸준한 소비로 이어지고 있다.
◆ 향후 전망은?
전문가들은 트로트 시장의 부흥은 이어지겠지만, 당분간 완만한 조정기를 거칠 것으로 보고 있다.
예능 관계자 A씨는 "다른 분야보다도 트로트는 꾸준한 소비층을 유지하는 데에 유리할 수밖에 없다. 원래도 특정 연령층을 대상으로 오래 유지돼 온 장르인데, 그게 더 넓어지면서 더욱 안정적인 장르로 자리잡았다"며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포화 상태가 되면서 줄었듯, 트로트 경연 프로그램 역시 그럴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하지만 안정적인 장르로 자리 잡은 만큼 급격한 하락보다는 완만한 조정 정도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 B씨는 "반복되는 트로트 경연 프로그램에 대한 피로감이 분명 존재하지만, 이미 형성된 팬덤의 결집력은 여전히 견고하다"며 "최근 트로트 가수들은 일부 아이돌 못지않은 영향력을 보이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방송가에서 유사 포맷의 프로그램이 계속 제작되는 이유 역시 이러한 수요 때문"이라면서도 "다만 과거에 비해 화제성은 점차 감소하는 추세다. 방송 시장 전반에서 나타나는 레드오션 현상과 맞물려 트로트 예능 역시 장기적으로는 자연스러운 정체 또는 축소 국면에 접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셀럽미디어 신아람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크레아 스튜디오, TV조선, 로드쇼엔터테인먼트, 유선수엔터테인먼트, ㈜쇼당이엔티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