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주'→'모자무싸', 드라마 제목은 왜 문장을 택했나[Ce:포커스]
입력 2026. 05.03. 07:00:00

'대한민국에서 건물주 되는 법'-'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

[셀럽미디어 정원희 기자]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 '대한민국에서 건물주 되는 법',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이하 '모자무싸') 등 하나의 문장에 가까운 긴 드라마 제목들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이러한 문장형 제목들은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며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물론 과거에도 '낭만닥터 김사부', '스물다섯 스물하나', '반짝이는 워터멜론'과 긴 제목들을 종종 만나볼 수 있었다. 하지만 이는 주로 키워드 조합에 가까웠고, 최근처럼 완결된 문장 형태와는 다른 결이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변화를 단순한 유행이 아닌 콘텐츠 소비 환경 변화에 따른 '전략적 선택'으로 분석했다.

'미혼남녀의 효율적 만남'-'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



◆ "제목이 곧 마케팅"…직관적 설명이 시청자 잡는다

먼저 이 같은 변화의 가장 큰 이유는 제목이 단순히 이름을 넘어 그 자체로 콘텐츠 역할을 수행하게 됐기 때문이다. OTT와 숏폼 등 콘텐츠 홍수 속에서 빠른 소비 형태가 이뤄지고 있고, 시청자들은 짧은 순간에 시청 여부를 결정한다. 이때 문장형 제목은 작품의 정체성을 가장 직관적으로 설명하는 장치가 된다.

드라마 업계 관계자 A씨는 "문장형 제목은 마케팅 측면에서 매우 유리하다"며 "'대한민국에서 건물주 되는 법'이나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 같은 제목을 보면 시청자들은 자연스레 '그 비법이 뭔데?', '어떻게 싸우는데?' 같은 궁금증을 갖게 된다. 1차적으로 긴 제목을 통해 시각적 차별화를 꾀하고, 2차적으로는 서사에 대한 호기심을 유도하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동시에 플랫폼 환경의 변화도 무시할 수 없다. 포털과 OTT 중심의 유통 구조에서는 검색과 추천 알고리즘이 시청자 유입의 핵심이다. 이 과정에서 '건물주', '대기업' 등 대중의 관심도가 높은 핵심 키워드를 제목에 포함하면 노출 빈도를 높이는 데 유리하게 작용한다.

'로또 1등도 출근합니다'-'지금 불륜이 문제가 아닙니다'



◆ 드라마 업계 속 웹소설·웹툰 영향력 확대

웹소설과 웹툰의 영향도 빼놓을 수 없다. 사실 문장형 제목은 웹소설과 웹툰에서 먼저 유행해왔다. 최근 드라마 시장에서 웹소설, 웹툰 원작 기반 작품이 급증하면서, 해당 네이밍 방식이 자연스럽게 영상 콘텐츠로 확장되고 있다.

드라마 업계 관계자 B씨는 "웹소설에서 유행하던 방식이 자연스럽게 넘어온 측면이 크다. 웹툰·웹소설 기반의 드라마가 늘어나면서 제목의 형태도 다양해졌고, 시청자들 역시 이미 이런 형식에 익숙해져 있어 거부감이 거의 없다"고 전했다.

이어 "이런 흐름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라며 "현재 방영을 앞둔 작품들에서도 '지금 불륜이 문제가 아닙니다', '로또 1등도 출근합니다' 등 문장형 제목을 쉽게 볼 수 있다. 빠르고 직관적인 콘텐츠 소비 형태가 이어지는 한, 제작자 입장에서 작품을 단번에 각인시킬 수 있는 긴 제목을 마다할 이유가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결국 긴 제목의 확산은 콘텐츠 과잉 시대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일종의 생존 전략으로 볼 수 있다. 빠른 콘텐츠 소비 시장이 이어지는 가운데, 핵심 메시지를 한 줄로 압축해 전달하는 문장형 제목은 당분간 드라마 시장의 주류 트렌드로 이어질 전망이다.

[셀럽미디어 정원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tvN,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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