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생실습’, 취향은 타도 끝내 밀어붙인다 [씨네리뷰]
- 입력 2026. 05.08. 11:10:15
-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영화 ‘교생실습’(감독 김민하)은 시작부터 관객을 설득하려 들지 않는다. 대신 “이 세계관을 받아들일 수 있겠느냐”라고 먼저 묻는다. 귀신과 시험 문제가 뒤섞이고, 흑마술 동아리 여고생들이 전국 모의고사 1등을 유지하기 위해 영혼을 거래하는 설정은 현실과 한참 떨어져 있다. 하지만 작품은 그 엉뚱함을 끝까지 밀어붙이며 자신만의 리듬을 만든다.
'교생실습'
“내가 선생님...? 개쩌는데...?”라는 당찬 말과 함께 등장하는 은경(한선화)은 학생들을 향한 열정으로 가득 찬 인물이다. 교사가 되는 것이 오랜 꿈이었던 그는 설렘을 안고 모교 세영여고로 교생실습을 나가지만 학교의 분위기는 자신이 기억하던 모습과 크게 달라져 있다. 학생들은 수업 시간에도 거리낌 없이 인강을 듣고, 교사들 역시 문제를 제지하기보다 조용히 넘어가는데 익숙해져 있다.
그러던 중 은경은 학교 안에서 묘하게 동떨어진 분위기를 풍기는 흑마술 동아리 ‘쿠로이소라’의 존재를 알게 된다. 아오이(홍예지), 리코(이여름), 하루카(이화원) 세 학생은 각각 언어·수리·외국어 영역 전국 1등을 유지하는 수재들로 학생들 사이에서는 일종의 동경과 두려움의 대상이다. “이건 장난이 아니라, 위대하고도 숭고한 의식”이라는 대사처럼 어딘가 수상한 분위기를 풍기는 이들을 쫓던 은경은 결국 그들이 일본 요괴 이다이나시(유선호)와 거래를 하고 있다는 충격적인 비밀을 다가서게 된다.
영화는 모교 세영여고로 교생실습을 나온 열혈 MZ 교생 은경이 교내 흑마술 동아리 ‘쿠로이소라’의 비밀을 알게 되며 본격적으로 움직인다. 학생들은 일본 요괴 이다이나시에게 영혼을 바치고 시험 답을 보는 힘을 얻는다. 은경은 아이드을 구하기 위해 요괴와 맞서고, 이후 영화는 게임처럼 단계별 미션을 클리어하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설정만 놓고 보면 정통 호러에 가까워 보이지만 실제 결은 꽤 다르다. 공포보다 코미디의 비중이 훨씬 크고, 장르명 그대로 ‘호러블리(호러+러블리)’에 가깝다. 귀신과의 대결 도중 튀어나오는 황당한 농담, 갑작스럽게 등장하는 픽셀 게임풍 연출, 진지함을 깨뜨리는 타이밍의 대사들이 영화 전체를 지배한다.
호불호는 분명 갈릴 수 있다. 일부 웃음 포인트는 취향에 따라 다소 유치하게 느껴질 수도 있고, 개그의 타율 역시 관객마다 반응 차가 클 법하다. 다만 영화는 이런 B급 감성을 숨기지 않고, 정면 돌파한다는 점에서 오히려 뚜렷한 개성을 만든다.
그 중심에는 단연 한선화가 있다. 은경은 사실상 관객이 가장 쉽게 이입할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인데 한선화는 특유의 밝고 생활감 있는 연기로 캐릭터를 자연스럽게 끌고 간다. 과장된 상황 속에서도 톤을 무너뜨리지 않고, 능청스러운 대사 처리와 리액션으로 극의 중심을 단단하게 잡아낸다. 특히 과하게 힘을 주지 않는 코믹 연기가 영화의 엉뚱한 세계관과 예상외로 잘 어우러진다. 한선화가 아니었다면 자칫 붕 뜰 수도 있었던 분위기를 안정적으로 붙들어주는 셈이다.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배우상을 수상한 이유도 어렵지 않게 납득된다.
김민하 감독 특유의 색깔 역시 여전하다. 전작 ‘아메바 소녀들과 학교괴담: 개교기념일’을 인상 깊게 봤던 관객이라면 이번 작품의 결도 익숙하게 느껴질 가능성이 크다. 특유의 키치한 감성, 장난기 넘치는 연출, 공포와 병맛 코미디 사이를 오가는 분위기는 이번에도 유지된다. 다만 전작에 비해 웃음의 응집력이나 서사의 완성도 면에서는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그럼에도 자신만의 장르 문법을 꾸준히 구축해 나간다는 점은 흥미롭다.
영화는 단순한 장난으로만 끝나지 않는다. 무너진 교권, 과열된 입시 경쟁, 사교육 문제 등 현실적인 주제도 곳곳에 녹아있다. 물론, 메시지를 무겁게 밀어붙이기보다는 장르적 재미 안에 흩뿌리는 방식에 가깝다. 그래서 어떤 관객에게는 가볍게 스쳐 지나갈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이 기묘한 판타지가 지금 교육 현실의 뒤틀린 풍경을 은근히 비추고 있다는 점도 흥미롭다.
결국 ‘교생실습’은 완성도보다 감각과 분위기로 기억되는 영화다. 누군가에게는 지나치게 엉뚱하고 산만할 수도 있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그 황당함 자체가 매력으로 다가올 수 있다. 적어도 한 가지는 분명하다. 영화는 끝까지 자기 색깔을 포기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 중심에서 한선화는 가장 안정적으로, 또 사랑스럽게 자신의 역할을 해낸다.
오는 13일 CGV 단독 개봉. 12세이상관람가. 러닝타임은 94분.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스튜디오 산타클로스엔터테인먼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