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0만 영화 나왔는데 객석은 텅…극장, ‘체험’으로 생존 돌파구 [Ce:포커스]
입력 2026. 05.10. 07:00:00

4DX, 돌비, 광음시네마까지…특수관이 바꾸는 흥행 공식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영화 ‘왕과 사는 남자’(감독 장항준)가 1681만 관객(5월 8일 기준)을 돌파하며 극장가에 모처럼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매출액만 1518억원.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기준 역대 박스오피스 매출 1위까지 갈아치우며 ‘천만 영화의 귀환’을 알렸다.

다만 흥행 열기와 별개로 극장 산업 전체 분위기는 여전히 냉랭하다. 특정 흥행작에만 관객이 몰리는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국내 극장의 평균 객석 점유율은 약 15% 안팎 수준으로 알려졌다. 흥행작이 없는 평시에는 좌석 대부분이 비어 있다는 의미다.

영화진흥위원회가 최근 발표한 ‘2026년 1분기 한국 영화산업 결산’ 자료 역시 이러한 흐름을 보여준다.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체 흥행 1위는 ‘왕과 사는 남자’였으며 2위는 ‘아바타: 불과 재’(감독 제임스 카메론)가 차지했다.

눈길을 끈 건 특수관 매출 비중이다. ‘아바타: 불과 재’는 전체 매출액 265억원 가운데 49.9%에 해당하는 132억원을 특수상영에서 거둬들이며 올해 1분기 특수관 흥행 1위에 올랐다. 단순히 영화를 보는 것을 넘어 ‘어떻게 체험하느냐’가 흥행의 핵심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극장가의 변화도 뚜렷하다. 최근 극장들은 4DX, IMAX, 돌비시네마, 광음시네마 등 기술 특별관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OTT가 콘텐츠 소비를 대체한 상황에서 극장만이 줄 수 있는 ‘현장 체험’을 경쟁력으로 내세우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4DX다. 좌석이 움직이고, 바람과 물, 진동 등 환경 효과를 통해 관객 몰입을 극대화하는 방식이다. 한 4DX 상영관에서는 영화 ‘F1 더 무비’(감독 조셉 코신스키)를 상영한 지난해 6월부터 4개월간 객석 점유율이 60%를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 상영관 평균 점유율과 비교하면 압도적인 수치다.

관객 반응도 달라지고 있다. 최근 어린이날 시즌 흥행 중인 ‘슈퍼 마리오 갤럭시’(감독 아론 호바스, 마이클 제레닉)는 “놀이공원 온 기분”, “4DX에 가장 잘 어울리는 영화” 등 관람 후기가 이어지며 특수관 선호 현상을 보여주고 있다. 화려한 비주얼과 액션, 캐릭터 중심 작품일수록 체험형 상영 포맷 만족도가 높다는 평가다.



극장 업계 역시 특수관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CGV는 스크린X, 4DX, IMAX 등 기술 특별관 강화에 집중하고 있으며 지난해 관객 5명 중 1명 이상이 특수관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시네마는 저음을 강조한 특수관 광음시네마를 공격적으로 확대 중이다.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광음시네마 스크린 16개를 새로 도입한 반면, 일반 상영관은 줄였다. 메가박스 역시 돌비시네마 중심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특수관 매출 비중은 14%로 전년 대비 약 2배 증가했다.

특히 특수관은 높은 티켓 가격에도 관객 유입이 꾸준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메가박스의 지난해 3분기 평균 티켓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10% 이상 상승했는데 업계에서는 특수관 비중 확대 영향이 컸던 것으로 보고 있다. 단순 관객 수 경쟁보다 ‘객단가’를 높이는 방향으로 극장 산업 구조가 재편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영화 제작과 흥행 공식 역시 변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과거에는 작품성과 입소문이 흥행의 핵심 요소였다면 최근에는 “극장에서 반드시 봐야 하는 영화인가”가 주요한 기준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것이다. 블록버스터, 액션, 애니메이션 장르가 특수관과 결합하며 시너지를 내는 사례가 늘어나는 것도 같은 흐름으로 읽힌다.

업계 관계자는 “OTT로 대부분 콘텐츠를 집에서 소비할 수 있게 되면서 극장은 단순 상영 공간만으로는 경쟁력을 갖기 어려워졌다”라며 “관객들이 ‘비싼 값을 주더라도 극장에서 직접 체험하고 싶다’라고 느끼게 만드는 것이 현재 극장 산업의 가장 중요한 과제가 됐다”라고 말했다.

‘왕과 사는 남자’의 흥행으로 다시 열린 천만 영화 시대. 그러나 극장가의 진짜 과제는 흥행작 한 편의 탄생이 아니라, 관객들에게 “굳이 극장에 가야 하는 이유”를 지속적으로 만들어내는데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CJ CGV, 메가박스, 롯데시네마, 쇼박스('왕과 사는 남자' 포스터),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아바타: 불과 재' 포스터), 워너브러더스 코리아('F1 더 무비' 포스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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