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짜와 구별 못 한다”…AI 시대, 국내 연예계 대응 어디까지 왔나[Ce:포커스]
- 입력 2026. 05.11. 07:00:00
- [셀럽미디어 박수정 기자] 생성형 AI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엔터테인먼트 업계에도 새로운 위기감이 번지고 있다. 과거에는 연예인의 사진이나 영상을 무단 편집하는 수준에 머물렀다면, 최근에는 얼굴과 목소리, 표정, 말투까지 실제 인물처럼 정교하게 복제하는 AI 딥페이크 기술이 등장하면서 초상권·음성권 침해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특히 AI 합성 콘텐츠가 성적 이미지, 허위 광고, 투자 사기 등 각종 범죄에 악용되는 사례까지 잇따르면서 업계 전반에서도 대응 체계 마련 필요성이 커지는 분위기다.
생산형 AI로 제작된 이미지입니다
이 같은 흐름 속 배우 염혜란 역시 최근 AI 영화에 자신의 얼굴이 무단 활용되는 일을 겪으며 논란의 중심에 섰다. 염혜란의 얼굴을 AI로 구현한 영화 ‘검침원’이 온라인상에 공개됐으나, 정작 염혜란 본인과 소속사는 해당 영상의 존재를 알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제작 과정에서 초상권 사용 동의를 받았다는 설명이 있었지만, 소속사 측은 “사전 협의나 허락을 한 바 없다”고 밝혔다. 이후 해당 영상은 비공개 및 삭제 조치됐다.
이후 염혜란은 인터뷰를 통해 “저도 기사를 보고 놀랐다”며 “AI 기술 발전에 대한 이야기를 늘 했지만 막상 이런 일이 생기니 대안은 없더라”고 털어놨다. 이어 “AI는 배척할 대상이 아니라 이미 우리 삶에 깊숙하게 들어와 있는 기술”이라며 “앞으로 어떻게 대비하고 활용해야 할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실제 최근 업계에서는 유명인의 얼굴과 목소리를 AI로 합성해 허위 콘텐츠를 제작하거나, 성적 콘텐츠·사기·광고 등에 악용하는 사례가 빠르게 늘고 있다. 내부에서도 위기감은 점차 커지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 A씨는 “아직 현장에서 체감되는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사태의 심각성 자체는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며 “특히 아티스트를 성적 대상화한 AI 콘텐츠가 예상보다 훨씬 높은 퀄리티로 무분별하게 생산되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고 밝혔다.
이어 “예전에는 단순 사진 합성 정도였다면 이제는 음성·표정·움직임까지 실제처럼 구현되고 있다”며 “일반 대중이 진위를 구분하기 어려운 수준까지 왔기 때문에 보다 엄격한 규제와 제재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 “합성 음성을 활용한 금전 요구나 사칭 피해 가능성도 현실적인 문제”라며 “단순 연예계 이슈를 넘어 사회적 범죄와 연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대응 체계를 서둘러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 B씨 역시 “배우의 얼굴과 목소리, 말투, 분위기, 캐릭터성 자체가 오랜 시간 쌓아온 브랜드이자 핵심 IP 자산”이라며 “AI 기술이 고도화되면서 이제는 단순 초상권 개념이 아니라 ‘디지털 정체성 보호’ 차원으로 접근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배우의 경우 대중이 인식하는 발성이나 표정, 이미지가 곧 상품성과 연결된다”며 “이를 무단으로 복제해 상업적으로 활용하거나 허위 콘텐츠를 만드는 행위는 단순 패러디 수준으로 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업계 내부에서는 AI 기술 활용 자체를 무조건 부정적으로만 보는 분위기는 아니라는 의견도 나온다. A씨는 “최근에는 아티스트와 협의를 거쳐 작품 홍보 콘텐츠나 디지털 콘텐츠 제작에 AI 기술을 활용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며 “시간과 비용 측면에서 효율적인 부분도 분명 존재한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합법적 활용과 무단 도용은 완전히 다른 문제”라며 “아티스트 정보 도용과 사칭, 허위 영상 제작 등 악용 가능성이 계속 커지고 있는 만큼 명확한 보호 체계와 기준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짚었다.
B씨 역시 “AI 기술 변화 속도가 워낙 빠르다 보니 실제 침해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조차 계속 정리돼 가는 단계”라며 “개별 회사 차원의 대응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업계 공통 가이드라인과 제도적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수의 연예기획사들은 온라인 플랫폼과 SNS 등을 통해 AI 무단 도용 사례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관계자들은 “현재는 문제가 확인될 경우 플랫폼 신고나 법적 검토를 진행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며 “향후 피해 사례가 축적되면 내부 가이드라인도 더욱 구체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흐름 속에 한국연예매니지먼트협회와 M83은 최근 자회사 KDDC(한국디지털디엔에이센터)와 함께 ‘디지털 DNA’ 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디지털 DNA’는 특정 인물의 얼굴·음성·제스처 등 고유 데이터를 AI·VFX 기술로 추출해 공식 디지털 신원 형태로 등록·관리하는 시스템이다. 등록된 데이터만 합법적 콘텐츠 제작에 사용할 수 있도록 인증 체계를 구축하고, 무단 생성물은 즉시 식별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KDDC 측은 “피해가 발생한 뒤 삭제 요청을 하는 방식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사전 등록된 공식 데이터만을 사용할 수 있는 구조 자체를 만드는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 스타들도 선제 대응에 나서고 있다.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는 최근 미국 특허상표청에 자신의 음성과 대표 이미지를 상표권으로 출원했다. “Hey, it’s Taylor Swift”, “Hey, it’s Taylor” 등의 음성 문구까지 등록 대상에 포함됐다.
이번 조치는 AI 기반 음성 합성 및 딥페이크 콘텐츠 확산 속에서 초상권과 음성권을 보호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실제 스위프트는 과거 AI 챗봇과 허위 이미지 생성물 등에 얼굴과 목소리가 무단 사용된 사례가 알려지며 피해 우려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배우 매튜 맥커너히 역시 유사한 이유로 자신의 음성과 이미지를 상표로 등록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이제 연예인의 얼굴과 목소리가 단순 이미지가 아닌 ‘디지털 자산’으로 관리돼야 한다는 인식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AI 기술 발전 속도가 빨라지는 가운데, 사후 삭제 중심 대응에서 벗어나 법·제도·기술이 결합된 보호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 역시 더욱 커질 전망이다.
[셀럽미디어 박수정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생산형 AI, 셀럽미디어DB, 유니버설뮤직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