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에서 무대 위로…스타들의 공연 진출, 약일까 독일까[Ce:포커스]
입력 2026. 05.13. 07:00:00
[셀럽미디어 정원희 기자] 최근 공연계에서 매체 배우와 아이돌 출신 스타들의 무대 진출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배우 최수종, 이서진처럼 대중적 신뢰가 두터운 베테랑부터 박정민, 심은경처럼 연기력을 인정받은 배우들까지 잇따라 무대로 향하며 공연계의 지형도를 새로 쓰고 있다.

한때 차별점으로 여겨졌던 이들의 연극·뮤지컬 출연은 이제 하나의 흐름으로 자리 잡는 모양새다. 화려한 카메라 조명을 뒤로하고 핀 조명 아래 선 스타들, 이들의 유입은 과연 공연계에 어떤 변화를 불러오고 있을까.



◆ 스타들이 공연장으로 향하는 이유

공연계에 스타 캐스팅 비중이 급격히 늘어난 원인으로 업계 관계자 A씨는 매체 시장의 치열한 생존 경쟁을 꼽았다. A씨는 "매체에서의 경쟁이 워낙 치열해 재능 있는 배우들이 설 자리를 찾아 꾸준히 무대 연기에 도전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관계자 B씨 역시 "최근에는 매체와 무대 두 곳을 오가는 배우들도 많아진 추세"라며 "전체적으로 선택지가 넓어졌다"고 전했다.

이들의 합류는 공연의 인지도를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한다. A씨는 "공연계에서만 알려진 배우들보다 스타들은 매체를 통한 홍보 기회가 더 열려있다. 공연에 대한 대중적인 인지도를 올리고, 매출을 이끄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예능에서 연극, 뮤지컬을 홍보하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박해수는 연극 '파우스트', 안은진은 연극 '사일런트 스카이' 연습 장면을 MBC 예능 '전지적 참견 시점'을 통해 공개했고, 유승호, 손호준은 지난해 연극 '킬링시저' 개막을 앞두고 '조현아의 평범한 목요일 밤'에 출연하기도 했다. 이는 그간 마니아들만의 전유물처럼 느껴졌던 공연을 대중에게 친숙한 양지 문화로 인식시키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 스타 팬덤의 유입…설렘과 갈등 사이

스타 배우들의 유입으로 최근 공연장에서는 생애 첫 관극에 나선 팬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좋아하는 아이돌을 보기 위해 극장을 찾은 팬 E씨는 공연에서만 느낄 수 있는 현장감을 가장 큰 매력으로 꼽았다. E씨는 "매번 똑같은 모습이 재생되는 영상 매체와 달리, 관객의 호응에 따라 배우의 호흡이나 애드리브가 달라지는 점이 흥미로웠다"고 밝혔다. 여기에 더해 재관람 횟수에 따라 혜택을 주는 도장판 시스템, 다채로운 이벤트 등 공연계 특유의 문화도 이들에게는 신선한 경험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이들을 지속적인 공연 수요층으로 이끄는 것은 또 다른 과제다. E씨는 "공연 자체에 관심이나 흥미는 생겼지만, 좋아하는 배우가 출연하지 않는 작품을 정보 없이 보러 가는 것은 여전히 부담이 있다"고 말했다. 결국 이들이 스타의 팬을 넘어 고정 관객으로 안착하기까지는 심리적·경제적 문턱을 낮추기 위한 전략이 필요한 셈이다.

이러한 유입의 이면에는 기존 관객들의 불편함도 공존한다. 공연 매니아 C씨와 D씨 모두 최근 매체 배우, 아이돌 등의 캐스팅이 증가한 것을 체감한다고 밝혔다. 특히 C씨는 "아이돌 캐스팅이 과해지면 해당 작품 자체를 선호하지 않게 되는 분위기가 생기기도 한다"고 전했다.

D씨는 스타 캐스팅이 가져온 큰 부작용으로 관극 에티켓의 붕괴를 지적했다. 매체 배우의 인지도를 활용해 초대권이 많이 배포되면서, 공연 문화에 익숙치 않은 관객 일부가 객석 분위기를 흐리는 경우가 잦다는 것. 공연 도중 대화를 나누거나, 부적절한 타이밍에 터져 나오는 리액션 등은 기존 관객들의 관람에 실질적인 피해로 다가온다고 말했다.



◆ 이름값에 가려진 실질적 티켓 파워

스타의 화제성이 곧장 티켓 파워로 이어지던 시대도 저물고 있다. 특히 고물가와 맞물려 공연 티켓 가격도 상승하면서 관객들의 눈높이는 더욱 까다로워졌다. 매니아 C씨와 D씨는 스타 캐스팅이 무분별하게 이루어지면서 변별력이 사라졌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스타 캐스팅을 명목으로 티켓 가격은 치솟고 할인 혜택은 줄었지만, 정작 실력이 기대에 못 미치면 팬들조차 외면하는 분위기"라고 주장했다. D씨는 티켓팅 난이도에 대해서도 "기존에 연뮤(연극·뮤지컬) 분야에서 인기 많은 배우들이 출연할 때 더 치열한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관계자들의 의견도 일치한다. A씨는 "배우가 극 연기에 처음 도전하면, 초반에는 팬덤이 유입된다. 하지만 티켓 가격에 대한 부담이 크다보니 폭발적으로 느는 추세는 아닌 것 같다"고 말했고, B씨도 "기존 배우들의 티켓 파워도 떨어지고 있어 유명한 소수의 연예인을 제외하고는 큰 차이가 없다"고 했다. 사실상 스타 배우의 이름값이 실제 티켓 파워와 정비례한다고 보기 어려운 실정이다.

◆ 긍정적인 공생을 위한 '배우'와 '제작사'의 책임감

결국 스타 캐스팅이 공연계 성장의 동력이 되기 위해서는 배우와 제작사 모두의 막중한 책임감이 선행되어야 한다. 관계자 A씨는 "공연은 라이브로 진행되는 단체 창작 행위에 속한다. 배우들이 그런 점을 유념한 상태로 참여하고, 책임감을 가져야 된다"고 밝혔다. 결국 아무리 매체에서 인지도를 높인 배우라고 해도, 이와 별개로 무대 연기자로서의 실력을 증명해낼 의무가 있다.

하지만 더 근본적인 책임은 제작사에 있다. 스타의 이름값을 빌려 티켓을 파는 데만 급급할 것이 아니라, 그 화제성에 걸맞은 퀄리티를 선사해야 한다. 높은 티켓 가격이 관객들에게 납득되려면, 무대 장치부터 대본, 연출에 이르기까지 작품 전체의 완성도가 그에 부응해야 한다.

제작사가 스타 마케팅 뒤에 숨어 작품을 소홀히 한다면, 어렵게 발걸음을 한 이들은 일회성 관람객에 그치고 만다. 반대로 작품의 매력에 빠진 팬들은 자연스럽게 공연계의 새로운 고정 관객으로 남는다. 스타의 인지도는 관객을 극장 문 앞까지 데려올 수는 있지만, 그들을 다시 극장으로 부르는 것은 결국 좋은 작품이 주는 감동이다.

[셀럽미디어 정원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셀럽미디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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