틱톡 문법 품은 OTT·방송가…‘숏폼’이 콘텐츠 입구가 된 시대 [Ce:포커스]
입력 2026. 05.15. 13:00:00

틱톡 문법 품은 OTT·방송가…‘숏폼’이 콘텐츠 입구가 된 시대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최근 OTT와 방송가가 일제히 ‘숏폼’에 주목하고 있다. 단순히 짧은 영상을 홍보용으로 소비하던 단계를 넘어 이제는 숏폼 자체가 콘텐츠 유입의 핵심 전략으로 떠오르는 분위기다. 넷플릭스와 디즈니+,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등 글로벌 OTT들은 최근 세로형 숏폼 피드를 잇달아 도입하면서 콘텐츠 소비 방식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짧은 하이라이트 영상을 넘겨보다 본편 시청으로 자연스럽게 연결시키는 구조를 구축하며 ‘짧게 소비하고 길게 머무르게 하는’ 전략 경쟁이 본격화되는 모양새다.

이 같은 흐름은 방송 예능의 제작 방식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 MBC 예능프로그램 ‘놀면 뭐하니?’가 선보인 숏폼 드라마 프로젝트는 단순 패러디를 넘어 현재 콘텐츠 시장이 어떤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짧고, 강하게”…숏폼 문법 품은 예능

방영 중인 ‘놀면 뭐하니?’는 올해 들어 뚜렷한 반등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기업평판연구소가 발표한 4~5월 예능프로그램 브랜드 평판 1위를 기록했고, 각종 온라인 플랫폼에 업로드 된 하이라이트 영상과 숏폼 클립 역시 수백만 조회 수를 기록하며 화제성을 끌어올렸다.

특히 허경환과 양상국 등 개그맨 출신 출연진들의 캐릭터 플레이가 살아나며 과거 버라이어티 예능 특유의 상황극 감성이 재조명받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쉼표 클럽’, ‘쩐의 전쟁’ 등 상황극 중심 에피소드가 호응을 얻은 가운데 제작진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숏폼 드라마’라는 새로운 형식 실험에 돌입했다.

지난 2주간 방송된 ‘숏폼 드라마 찍어유’ 프로젝트는 단순 콩트 수준을 넘어 실제 드라마 제작 시스템을 접목한 하이브리드형 예능으로 관심을 모았다. 유재석이 연출자로 나선 ‘동생이 훔친 내 여자를 다시 뺏기로 했다’(약칭 ‘동훔내여다뺏’)는 배우 김석훈, 김성균, 정준하, 허경환 등이 참여한 10분 분량의 막장 드라마다.

제목부터 자극적이다. 재벌가, 복수, 출생의 비밀, 페이스오프, 치정 멜로 등 최근 중국과 글로벌 숏폼 드라마 시장에서 유행 중인 전형적인 ‘후킹형 서사’를 노골적으로 차용했다. 빠른 전개와 과장된 감정선, 짧고 강한 장면 중심 구성은 기존 TV 드라마보다 틱톡·릴스·유튜브 쇼츠 소비 문법에 가까웠다.

그러나 프로젝트의 핵심은 완성된 드라마 자체보다 이를 만들어가는 과정에 있었다. 작가 면접부터 배우 섭외, 원테이크 촬영, 돌발 상황과 NG까지 제작 전 과정이 예능적으로 소비되며 웃음을 만들어냈다. 오전 9시에 시작해 오후 5시에 촬영을 끝내는 초고속 제작 시스템, AI를 활용한 OST 제작 과정까지 더해지며 ‘숏폼 시대 콘텐츠 생산 방식’을 예능적으로 풀어낸 셈이다.

MBC '동생이 훔친 내 여자를 다시 뺏기로 했다' 캡처



◆OTT까지 뛰어든 ‘숏폼 전쟁’

실제 최근 글로벌 OTT들은 숏폼 서비스를 핵심 기능으로 강화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이용자 취향 기반 세로형 클립 피드 ‘클립스’를 도입했고, 디즈니+ 역시 짧은 세로형 콘텐츠 탐색 기능인 ‘버츠’를 신설했다.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또한 최근 ‘클립스’ 기능을 추가하며 숏폼 경쟁에 합류했다.

공통점은 모두 ‘본편 시청 전 단계’를 공략한다는 점이다. 이용자들은 긴 작품을 처음부터 감상하기보다 숏폼 영상을 통해 먼저 분위기를 확인하고, 흥미를 느끼면 본편으로 이동하는 소비 패턴을 보이고 있다. 과거 예고편이 맡던 역할을 이제는 알고리즘 기반 숏폼 피드가 대신하는 셈이다.

이는 콘텐츠 소비 주도권이 모바일 중심으로 재편된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특히 Z세대를 중심으로 콘텐츠를 검색하기보다 발견하는 소비 방식이 일반화되면서 플랫폼 역시 틱톡·릴스형 인터페이스를 적극 흡수하고 있다.

중국 숏폼 드라마 시장의 폭발적 성장 역시 이러한 변화에 영향을 미친 요인으로 꼽힌다. 중국에서는 회당 1~2분 분량의 세로형 드라마 거대한 시장으로 성장하며 하나의 독립 콘텐츠 산업으로 자리 잡았다. 빠른 전개와 자극적 설정을 앞세운 숏드 콘텐츠가 모바일 이용자들을 사로잡으면서 글로벌 플랫폼 역시 관련 포맷을 주목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웃음도 짧고 강하게”…예능 생존 전략 달라졌다

결국 ‘놀면 뭐하니?’의 숏폼 드라마 프로젝트는 단순한 패러디 이상의 의미를 남겼다. 과거 ‘무한도전’식 상황극 유산을 계승하면서도 현재의 콘텐츠 소비 방식에 맞춘 새로운 포맷 실험이었다는 점에서다.

특히 예능프로그램이 더 이상 TV 본방 시청률만으로 평가되지 않는다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본편 이후 유튜브 클립, 숏폼 영상, SNS 밈 확산까지 이어지는 ‘2차 소비’가 화제성과 생명력을 좌우하는 시대가 됐기 때문이다.

한 관계자는 “요즘은 콘텐츠 자체의 완성도뿐 아니라, 얼마나 짧고 강하게 소비되며 공유될 수 있는지가 중요해졌다”라며 “예능과 드라마, OTT 콘텐츠 모두 처음부터 숏폼 확산력을 고려해 제작하는 흐름이 점점 강해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결국 숏폼은 더 이상 ‘짧은 영상’에 그치지 않는다. OTT의 체류 시간을 늘리는 전략이자, 방송가의 새로운 화제성 장치미여 콘텐츠 산업 전반의 제작 문법 자체를 바꾸고 있는 새로운 흐름이 되고 있다.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MBC '동생이 훔친 내 여자를 다시 뺏기로 했다' 캡처,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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