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홍보 넘어 '필수 코스'로…K팝 팬들이 팝업 오픈런에 나서는 이유[Ce:포커스]
입력 2026. 05.18. 06:30:00
[셀럽미디어 정원희 기자] 성수동이나 여의도 더현대 서울 등 소위 핫플레이스를 걷다 보면 긴 줄이 늘어선 광경을 쉽게 볼 수 있다. 인기 맛집의 '오픈런'을 방불케 하는 긴 줄은 다름 아닌 아이돌 팝업스토어의 줄이다.

최근 K팝 아이돌 컴백 프로모션에서 팝업스토어는 빠질 수 없는 필수 코스로 자리 잡고 있다. 앨범 콘셉트를 구현한 공간부터 한정 굿즈, 특전 포토카드까지 내세운 팝업은 팬들을 오프라인 공간으로 불러 모으며 새로운 팬덤 문화로 떠올랐다.

◆ 듣는 것을 넘어 체험으로…팝업의 보편화

아이돌 팝업은 단순 굿즈 판매 공간을 넘어 앨범의 세계관을 체험하는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다. 가요계 관계자 A씨는 "이제 K팝은 보고 듣는 것에만 그치지 않고 직접 체험하고 즐기는 놀이 문화가 됐다"며 "팝업은 단순 앨범 홍보를 넘어 아티스트와 팬들이 정서적 유대감을 형성하는 기능을 한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우리가 흔히 아는 음악방송, 팬사인회, 쇼케이스 등의 오프라인 행사와 다른 차별점은 바로 '체험'에 있다. A씨는 "앨범 콘셉트에 맞춰 꾸며진 공간에 들어서는 순간 앨범이나 뮤직비디오 속에 들어온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구성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컴백 때마다 팬들뿐 아니라 취재 문의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며 "컴백 프로모션의 하나로 굳어진 지 오래"라고 덧붙였다.

또한 이러한 흐름은 K팝 업계만의 현상은 아니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가요계 관계자 B씨는 "최근 K팝 뿐만 아니라 패션·뷰티·식품업계 등에서도 팝업스토어를 활용한 체험형 마케팅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며 "SNS가 활발해지면서 직접 경험하고 인증하는 문화를 중시하게 됐다. 이에 짧은 기간 강한 화제성을 끌어낼 수 있는 팝업이 활발해졌고, 매번 새로운 콘셉트로 컴백하는 아이돌에게 이러한 오프라인 마케팅 방식이 자연스레 들어왔다"고 말했다.



◆ "희소성에는 열광, 상업성에는 피로감"…팬들의 만족도는?

팬들이 팝업스토어를 찾는 가장 큰 이유는 당연 굿즈에 있다. 팬들은 모두 입을 모아 "캐릭터 인형, 특전 포토카드 등 MD"를 주요 방문 목적으로 꼽았다. 특히 오프라인 팝업에서만 가장 강력한 차별점은 희소성에 있었다. 아이돌 팬 C씨는 "팝업에서만 판매하는 굿즈를 구매하기 위해 방문했다"고 말했고, 팬 D씨 역시 특전 포토카드를 방문 사유로 말했다.

이와 더불어 굿즈의 형태도 계속해서 다양화되고 있다. D씨는 굿즈 중 "아이돌을 캐릭터화한 인형"에 높은 만족감을 드러냈고, C씨는 굿즈를 고를 때 "예쁜 디자인뿐만 아니라 실용성이 있는지"도 중요한 척도로 삼는다고 답했다. 이는 과거 단순 사진 위주의 MD에서 벗어나 팬들의 일상에 스며들 수 있는 라이프스타일 굿즈로서의 변화를 보여준다.

다만 팝업 문화가 대중화되면서 피로감을 호소하는 팬들도 적지 않았다. 팬들은 공통적으로 과도한 상업성을 지적했다.

C씨는 "모든 걸 랜덤화해서 이익을 추구하는 방식이 싫다"며 "가격에 비해 품질이 떨어지는 경우도 많고, 상품 가격 자체가 너무 높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며 판매 방식을 꼬집었다. 또한 팬 E씨는 "오픈 회차가 아니면 현장에 방문해도 원하는 굿즈를 구매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한정된 수량에 문제를 제기했다. D씨는 "최근 팝업은 MD 구성이나 내부 연출이 서로 비슷하게 느껴질 때가 많다"며 "굿즈 구매 외에도 즐길 수 있는 요소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 '반짝 흥행' 넘어 지속 가능한 팬덤 공간 되려면

K팝 팝업스토어는 이제 단순한 홍보 수단을 넘어 하나의 문화 콘텐츠로 자리잡았다. 팬들 역시 아티스트의 세계관을 오프라인에서 경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흐름을 즐기고 있다.

하지만 팝업 문화가 확산된 만큼 질적인 성장을 고민해야 할 시점도 찾아왔다. 팬들은 공통적으로 콘텐츠의 부재를 아쉬움으로 꼽았다. 이는 팬들이 기꺼이 지갑을 열 준비가 되어 있지만, 그것이 소속사의 수익 극대화를 위한 수단만으로 느껴지는 순간 멈춘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K팝 팝업스토어가 팬덤의 성지로 장기 집권하기 위해서는 소비 중심의 운영 방식에서 탈피해야 한다. 단기적인 판매 성과에 급급하기보다, 팬들이 공간 자체에서 아티스트와 정서적으로 교감할 수 있는 참여형 프로그램의 다양화가 필요하다.

실제로 일부 팝업에서는 다양한 체험 콘텐츠가 등장하기도 했다. 공간 내 미션을 수행하면 굿즈를 증정하거나, 팬이 직접 아티스트에게 메시지를 남길 수 있는 코너를 마련하는 식이다. 미공개 콘텐츠를 현장에서만 감상할 수 있도록 구성한 사례도 등장했다. 단순 구매를 넘어 '경험'을 설계하려는 시도로, 팬들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팝업의 조명이 꺼진 뒤에도 팬들에게 남는 것이 단순히 랜덤 포카뿐이라면 이 열기는 금방 식어버릴 수밖에 없다. 팬들을 존중하는 세심한 기획이 뒷받침될 때, 팝업스토어는 비로소 K팝의 지속 가능한 오프라인 플랫폼으로 거듭날 전망이다.

[셀럽미디어 정원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빅히트 뮤직, EDAM엔터테인먼트, SM엔터테인먼트, 블래스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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