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와일드 씽' 강동원 "걸음걸이부터 다시 배웠다"…가장 낯설었던 도전[인터뷰]
- 입력 2026. 05.19. 17:54:18
- [셀럽미디어 박수정 기자]"처음에는 춤이 아니라 걸음걸이부터 배웠어요."
강동원은 19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영화 와일드 씽 인터뷰에서 작품 준비 과정을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와일드 씽'(감독 손재곤)은 한때 가요계를 휩쓸었지만 예상치 못한 사건으로 하루아침에 해체된 혼성 댄스 그룹 '트라이앵글'이 20년 만에 재기의 기회를 잡기 위해 다시 뭉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코미디 영화다.
강동원은 극 중 '트라이앵글'의 리더이자 댄스머신 '현우' 역을 맡았다. 비보이 출신으로 음악방송 1위까지 차지했지만, 지금은 낮아진 인지도 속에 생계형 방송인으로 살아가는 인물이다.
강동원은 이번 작품을 통해 지금까지와는 또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화려한 헤드스핀과 세기말 감성의 스타일링, 과장된 무대 제스처까지 소화해야 했고, 무엇보다 몸에 없던 리듬을 새롭게 익혀야 했다.
"태권도 같은 건 익숙한데 힙합은 정말 다르더라고요. 처음에는 안무를 따라가는 것도 힘들었어요. 그래서 안 되겠다 싶어서 걸음걸이부터 다시 시작했죠."
연습은 기본 리듬을 몸에 익히는 과정부터 시작됐다. 업다운 리듬에 맞춰 30분씩 계속 걷고 또 걸었다. 몸에 땀이 배기 시작하면 그제야 브레이킹과 안무 연습에 들어갔다고 했다.
"브레이킹 하기 전에 계속 몸을 풀어요. 업, 다운, 업업 다운다운. 그렇게 걷다가 기술 연습 들어가고."
그는 원래 힙합 음악을 거의 듣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장르 자체가 낯설었다. 하지만 작품 준비를 위해 힙합의 역사부터 다시 공부했다. 관련 다큐멘터리를 찾아보고, 당시 문화와 패션, 제스처까지 하나씩 익혀나갔다.
"힙합이 저보다 나이가 어리더라고요.(웃음) 저는 되게 오래된 문화인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역사가 짧았어요. 그런데 특유의 스웩이나 제스처 같은 게 있잖아요. 처음에는 '이게 뭐지?' 싶었죠."
심지어 평소 입지 않던 스타일의 옷도 일부러 사 입었다. 그는 "메소드 연기를 믿는 스타일은 아니"라면서도 "그 문화를 이해하려면 실제로 그렇게 입고 다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왜 그렇게 걷고 왜 그런 태도가 나오는지 이해가 안 됐거든요. 그런데 직접 입고 생활하다 보니까 조금씩 알겠더라고요."
극 중 무대 장면은 강동원에게도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처음에는 춤과 노래, 카메라 동선, 관객 호응까지 동시에 신경 써야 해서 정신이 없었다고 한다.
"처음에는 안무 안 놓치는 게 목표였어요. 그런데 점점 익숙해지니까 춤선이나 디테일이 보이기 시작하더라고요."
그는 특히 마지막 공연 장면을 가장 만족스럽게 꼽았다.
"마지막 무대쯤 되니까 무대 경험이 쌓이더라고요.(웃음) 춤만 보이는 게 아니라 다른 것들도 보이기 시작했어요."
촬영이 끝난 뒤에도 변화는 남았다. 예전에는 귀에 잘 들어오지 않던 힙합 음악이 이제는 자연스럽게 들린다고 했다.
"계속 그런 음악만 틀어놓고 연습하니까 어느 순간 귀에 들어오더라고요. 좋다는 생각도 들고."
작품은 90년대 말~2000년대 초반 아이돌 문화와 대중가요 감성을 전면에 내세운다. 하지만 강동원은 단순히 그 시절을 희화화하고 싶지는 않았다고 강조했다.
"지금 보면 과해 보일 수도 있는데 당시에는 진짜 멋있었잖아요. 웃기게만 표현하고 싶지는 않았어요."
오히려 "너무 잘해서 웃긴 느낌"을 목표로 했다고 했다. 실제 당시 활동했던 가수들이 봤을 때 "나도 저랬지"라는 감정이 들 정도로 진지하게 접근하고 싶었다는 것이다.
"춤선도 제대로 살리고 싶었어요. 그 시대 댄스 그룹들이 봤을 때 창피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2집 스타일링은 일부러 더 과감하게 밀어붙였다. 단발머리 역시 본인의 제안이었다.
"그 당시에는 그런 스타일이 진짜 멋있었어요. 저도 학창 시절에 비슷한 머리를 했었거든요."
최근 트라이앵글의 뮤직비디오가 공개된 후 온라인에서는 "강동원도 저렇게 열심히 사는데"라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그는 담담하게 웃었다.
"원래 늘 그렇게 준비해왔어요."
실제로 그는 과거 작품에서도 수개월 동안 칼 훈련을 반복하고, 하루 천 번 이상 검을 휘두르며 몸을 만들었다고 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걸음걸이부터 다시 배우고, 댄서들을 만나며 몸을 익혀나갔다.
"이번 작품은 그 노력이 유독 잘 보이는 캐릭터였던 것 같아요."
함께 호흡을 맞춘 박지현에 대해서는 "타고난 무대 체질"이라고 표현했다. 반면 자신은 "완전히 노력형"이라고 했다.
"박지현 씨는 처음부터 카메라를 너무 잘 보더라고요. 저는 처음에 진짜 어려웠어요."
인터뷰 내내 가장 인상적인 순간은 의외로 담담한 고백이었다. 강동원은 데뷔 초부터 스스로를 "언젠가는 잊혀질 사람"이라고 생각해왔다고 말했다.
"영화 '늑대의 유혹' 잘됐을 때부터 그런 생각을 했어요. 언젠가는 '그런 사람 있었지?' 정도로 남겠지 하고."
그러면서도 "생각보다 오래가고 있는 것 같다"며 웃었다.
최근 미국 체류 시간이 길어진 이유에 대해서는 "해외 프로젝트 가능성을 열어두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특별한 거처 없이 친구 집을 오가며 감독, 작가, 배우들과 계속 미팅을 하고 있다고 했다.
"계속 새로운 걸 해보고 싶은 거죠."
작품 속 현우는 계속해서 헤드스핀을 연습하는 인물이다. 강동원은 이를 두고 "(실제로 제가) 세계 최고의 배우가 되고 싶은 마음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거창한 표현은 없었다. 다만 그는 이번에도 익숙한 것을 반복하기보다, 가장 낯선 것부터 다시 배우는 쪽을 택했다. 걸음걸이부터 시작해서, 몸에 없던 리듬까지 하나씩 익혀가면서.
[셀럽미디어 박수정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