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데이트되는 좀비의 탄생”…‘군체’, 연상호가 다시 뒤집은 K좀비 [종합]
입력 2026. 05.20. 17:56:01

'군체'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칸의 밤을 뒤흔든 K-좀비가 베일을 벗었다. ‘부산행’과 ‘반도’를 거쳐 돌아온 신작 ‘군체’는 단순히 물어뜯는 감염체가 아닌, 집단지성을 통해 스스로 진화하고 업데이트되는 새로운 형태의 좀비를 내세운다. 제79회 칸 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초청으로 먼저 전 세계 관객과 만난 ‘군체’는 전지현의 11년 만 스크린 복귀작이라는 화제성 위에, 인간의 개별성과 집단성에 대한 묵직한 질문까지 던지며 올여름 가장 낯선 좀비 영화의 탄생을 알렸다.

20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는 영화 ‘군체’(감독 연상호) 언론배급시사회 및 기자간담회가 개최됐다. 이날 기자간담회에는 연상호 감독, 전지현, 구교환, 지창욱, 신현빈, 김신록 등이 참석했다.

앞서 ‘군체’는 제79회 칸 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돼 지난 15일(현지시간)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월드 프리미어로 전 세계 관객들을 만난 바. 전지현은 “저희 영화를 소개하고, 에너지를 오히려 받고 온 기분이었다. 저희 영화를 소개하러 가고 감사한 자리인데 ‘군체’를 소개하는 자리에서 배우로서 큰 힘과 용기를 얻었다”라고 말했다.

김신록은 “칸에서 영화를 사랑하는 전 세계 사람들의 열렬한 영화에 대한 경의, 존중, 환대를 목격해 꿈같은 시간을 보냈다. 격려가 됐던 것 같다. 우리 영화에 대한 찬사이기도 하지만 영화 자체에 대한 찬사인 것 같아 한국 와서도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과 빨리 만나고 싶었다”라고 전했다.

신현빈은 “영화를 처음 공개할 땐 긴장, 설렘이 있다. 큰 곳에서 떨림과 긴장이 있었는데 따스히 환대해주는 느낌을 받았다. 즐겁게 소화하고 왔다”라고 했으며 지창욱은 “매일매일이 감격스러웠다. 설렘, 긴장, 행복함, 즐거운 마음으로 영화제에 잘 있다가 왔다”라고 덧붙였다.

구교환은 “프리미어 상영이 끝나고 새벽 3시쯤 걸어서 숙소로 가고 있었다. 길거리에서 한 분이 서영철이냐고 묻더라. 그 기억이 아직도 난다”라고 당시를 회상했으며 연상호 감독은 “칸 영화제 길거리에서 엄청나게 사람이 많다. 축제다. 오늘 아이맥스에서 같이 봤는데 더 좋더라. 더 좋은 상태다”라고 웃음 지었다.



영화 ‘부산행’을 통해 한국 좀비 장르의 탄생을 알렸던 연상호 감독이 ‘반도’ 이후 6년 만에 좀비 장르 자체를 리부트하는 ‘군체’로 돌아온다. 정체불명이 감염사태로 봉쇄된 건물 안, 고립된 생존자들이 예측할 수 없는 형태로 진화하는 감염자들에 맞서는 영화다.

좀비를 통해 시대의 불안과 결핍을 들여다보는 장르를 한국화 했던 연상호 감독은 ‘군체’를 통해 좀비 그 자체의 새로운 개념에 보다 더 집중한다. 연상호 감독은 “작품들 해오면서 관심 있는 부분 중 하나가 휴머니즘이었다. 휴머니즘이라고 하면 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 계속 작업하며 생각했다. 첫 시작점은 AI가 구동되는 원리가 재밌어서 파다가 AI가 보편적 사고의 총합 같더라. 보편적 사고의 총합 힘이 세지다 보니까 인간의 개별성이 무력해지더라. 역으로 생각했을 때 집단지성이 모든 걸 지배하는 세상에 가장 인간다움은 개별성이 아닐까 전체적인 의견을 구성했다. 소수 의견을 내는 권세정을 내세워 엔딩에 가서 공설희와 연대를 시작하는. 집단지성과 집단성이 연대하는 건 차이가 있다고 생각해 영화에서 보여주고자 했다”라고 설명했다.

‘부산행’과 ‘반도’ 속 인물들이 좀비 바이러스의 발원지를 알 수 없는 상황 속에 던져졌다면 ‘군체’의 감염 사태는 인류를 다음 단계로 도약시키려는 생물학자, 서영철의 비틀린 신념으로 인해 시작된다. ‘군체’의 감염자들은 물어뜯는 본능만 남은 좀비가 아닌, 업데이트 하는 좀비의 진화, 정보 교류에 익숙한 사회상을 떠올리게 한다.

연상호 감독은 “애초에 기획할 때 좀비 영화를 만들고자 구상한 건 아니다. 사회의 문제가 무엇인가 고민했다. 초고속 정보에 의해 생기는 집단, 거기에서 오는 개별성의 무력화였다. 최규석 작가와 그런 주제에 관해 이야기를 하다가 좀비물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집단으로 교류하고, 업데이트를 해 나가는 좀비를 생각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전에 나온 좀비와 다르게 몸 브레이킹 댄서나 스턴트맨과 작업했다. 그들의 기괴한 움직임이 필요했는데 이번 작품에선 집단으로 군집해 집단지성을 가지고 추상적으로 움직여야 했다. 더 아방가르드한 무용을 하는 현대무용 3팀을 섭외해 제가 원하는 느낌을 이야길 했다. 추상적인 개념을 가지고 몸으로 표현하는 게 굉장히 익숙하시더라. 만들어내고 표현하는데 거침없었다. 상상하던 저만의 좀비를 만들어갔다”라고 덧붙였다.



집단지성을 가진 좀비에 대해 연상호 감독은 “맨 처음 등장한 좀비는 아주 원시적인 상태의 좀비로 시작해 급격하게 진화를 하는 과정을 보여주고 싶었다. 반대 인간 쪽은 집단지성을 사용하려 하는데 문명적인 것에서 야만으로 가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라며 “그 과정을 통해 인간이 퇴화하고 퇴화해 문명이 없어졌을 때 남는 건 무엇일까 생각하면서 두 집단의 그림을 그려냈다”라고 말했다.

기존의 심플한 장르 문법과 달리, ‘군체’의 생존자들은 진화하는 감염자들의 행동과 공격의 패턴을 예상할 수 없다. 그들은 단계별로 난이도가 올라가는 게임처럼 진화하는 감염자들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공포와 위험에 맞선다.

전작들의 좀비와 차별점으로 연상호 감독은 “‘반도’는 빠른 액션, 카체이싱이 있어 액션 영화에 가까운 편이었다. ‘군체’는 서스펜스가 강조되어 있는 서스펜스 스릴러에 가깝다. 좀비 영화를 꽤 만들었지만 ‘서울역’, ‘부산행’, ‘반도’는 클래식한 좀비의 공간이 컸다. 기차 안, 서울역, 고립된 한반도에 있어 이야기가 달라졌다. ‘군체’는 좀비 자체에 집중한 영화다. 제가 만든 영화 중 처음으로 좀비가 주인공인 영화”라고 짚었다.

‘군체’는 11년 만에 스크린에 컴백하는 전지현이 선택한 신작이라는 점으로 화제를 모으기도. 생존자들의 리더인 권세정을 연기한 전지현은 “권세정은 특별한 인물로 보이길 바라는 것보다 관객들이 권세정인 것처럼 자연스럽게 영화에 빠져들어 같이 고민하고, 따라올 수 있는 게 포인트라 그것에 중점을 두고 연기했다”라고 이야기했다.

액션 연기에 대해 그는 “권세정은 생명공학 박사이기에 교수님이 액션을 잘해도 되나 생각하며 절제했다. 권세정은 어떤 상황에서도 위기를 모면해가는 인물이다. 적정선을 지키면서 액션을 했다”라고 설명했다.

연상호 감독은 전지현이 맡은 권세정에 대해 “제가 이 작품을 하면서 걱정한 건 끊임없이 무언가의 룰이 변화가 되고, 관객들이 따라가야 되는 영화였다. 어느 순간 관객이 룰을 놓치면 그 영화를 즐길 수 없는 상태가 된다. 룰을 찾아내고, 깨닫는 얼굴, 어떻게 보면 권세정의 얼굴이다. 명확한 문장의 마침표, 쉼표처럼 영화 내에서 반복해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라고 전했다.



구교환은 알 수 없는 표정 속 의도를 감춘 입체적 빌런 서영철을 연기한다. 그는 “서영철과 아이들은 동선적, 행위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함께 만들어가는 게 든든한 경험이었다. 아이들의 연기를 보고, 제가 영감을 받아 연기한 적도 있다. 함께 연기를 만들어 가는 게 든든하고 특별한 경험이었다”라고 했다.

또 그는 “서영철은 처음 시도한 연구에서 처음 겪은 교류다. 얼굴 근육을 거칠게 사용하려 했다. 통신이 완만해지면 잠깐의 깜빡임을 표현했다. 세정과 마지막 결투에서는 통제가 안 되는 상황에서 손짓, 발짓, 근육을 다 써봤다. 이 모든 건 연상호 감독님의 지도 하에 이루어진 것”이라며 “저는 연상호의 거울이었다”라고 덧붙였다. 이를 들은 연상호 감독은 “저는 마그네슘 부족 액션이라고 했다”라고 해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지창욱은 감정과 액션, 캐릭터의 모든 방면에서 가장 큰 변화를 겪는 최현석 역을 연기한다. 그는 “주변에서 봤을 법한 인간성이 재밌었다. 현석이는 개인적으로 공감이 됐다. 위험이 있을 때 가족에 대한 생각, 관계의 취약성 등이 공감됐다. 현희와의 관계에 집중했다”라고 밝혔다.

연상호 감독과 여러 차례 호흡을 맞춘 공설희 역 신현빈은 “외부에서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동시에 사적으로 가족이 위기에 처해있다. 어떻게 캐릭터와 영화를 설득할까 고민했다. 전문가적인 모습과 감정적으로 이 사람이 어떤 마음을 가지고 있을까 잊지 않을까 표현에 신경 썼다”라고 전했다.

김신록은 인간에 대한 신뢰를 지닌 최현희 역을 통해 새로운 얼굴을 보여준다. 그는 “ 생존자들, 인간 군상의 갈등과 선택이 재밌었다. 여기 등장한 모든 생존자는 고유성과 조건을 가지고 있다. 생존에 취약한 부분을 가지고 있다. 성격적, 직업적, 관계성 등을 통해 어떻게 생존하는지 재밌더라. 현희는 누나이기도 하고, IT업계 종사자이기도 하고, 장애인이기도 하다. 현희가 중요한 건 동생 현석과 정서적 연결성이었다. 구체적인 전사가 언급되지 않았을 때 연결고리가 어떻게 드러날까 고민했다”라고 말했다.

‘군체’는 ‘새로운 종’의 탄생을 통해 좀비 장르의 진화를 이끈 작품으로 입체적인 재미를 안길 예정이다. 연상호 감독은 “엔딩 장면 경우, 여러 고민이 있었다. 극장에서 나가는 관객들이 텐션을 높게 가지고 갔으면 했다. 담긴 의미는 ‘군체’라고 하는 집단을 여러 생명체들에 대한 리서치를 하다 보니 재밌는 게 있더라”면서 “군집류의 생물들은 항상 변이를 만들어낸다. 하나의 성질로 되어 있어 약점이 발견되면 죽어버린다. 항상 돌연변이를 만들어 남기기 위한 노력을 한다더라. 생명체에 대한 특성이 사회가 하나의 의견으로 되어 있을 때도 소수의 의견을 보호해야하는 주제와 맞닿아 있다”라며 단순한 좀비 영화를 넘어선 ‘군체’만의 메시지를 강조했다.

‘군체’는 오는 21일 극장 개봉 예정이다.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티브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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