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우용여, 불륜 출산 장려? 나잇값이란?
- 입력 2026. 05.22. 10:17:50
- [유진모 칼럼] '삼국지'를 보면 유비, 관우, 장비가 도원결의를 하며 의형제를 맺는데 나이 순으로 서열을 정하다가 관우가 나이가 더 많지만 유비가 황족이라 리더이므로 형님으로 모시겠다고 하는 대목이 나온다. 우리나라도 나이와 신분의 서열 문화가 잔존해 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지만 대체로 나이가 많은 사람을 우대해 주려는 정서가 강하다.
선우용녀
이는 경험론에 근거한다고 볼 수 있다. 석기 시대 때 인간은 천변만화하는 날씨, 맹수들의 공격, 경쟁 부족의 기습 등에 항상 불안할 수밖에 없었다. 농사와 사냥 등으로 걱정도 많이 했다. 이때 중요한 것은 가장 나이가 많은 사람의 풍부한 경험이었다. 그 경험을 토대로 언제 씨를 뿌리고, 언제 수확을 할지, 언제, 어느 방향으로 사냥을 나갈지 선택하는 게 대체로 바람직했다.
이토록 연장자의 경험은 생존에 큰 도움이 되었고, 그래서 자연스럽게 '웃어른을 공경하라.'라는 문화가 정착된 것이었다. 나이라는 게 그런 장점을 지닌 만큼 나잇값을 못 하는 연장자는 대우를 받을 자격이 없다고 할 수 있다. 오는 8월 15일이면 81살이 되는 배우 선우용여의 발언은 과연 풍부한 경험에서 우러난 현명한 조언일까, 망언일까?
선우용여는 지난 20일 유튜브 채널에서 13년 전 매입한 양수리 땅으로 가는 여정을 공개했는데 여기에서 두물머리라는 단어가 나오면서 논란으로 이어졌다. 제작진이 두물머리를 언급하자 선우용여는 “두물머리? 나 안 먹어 봤는데 그게 뭐냐?”라고 물었다. 제작진이 양수리라는 지역 이름이라고 알려 주자 “아 깜짝이야. 웬 소머리가 여기 있나 했다.”라고 답했다.
제작진이 “여기에 불륜 커플이 많이 온다.”라고 말하자 선우용여는 “불륜이 많아? 아휴, 불륜이든 뭐든 애들 팍팍 낳으라고 해. 애들이 많아야 해. 우리나라가 지금(저출산이 문제야).”이라고 발언했다. 선우용여는 지난 1월에도 "지금은 자기네끼리 잘 사니까 행복하다고 하는데 나 같이 80살이 넘으면 의지할 곳은 애들이다."라며 출산을 강요한 적이 있다.
선우용여는 경남 진주에서 태어났지만 어릴 때부터 서울에서 살았다. 즉 거의 서울 사람이다. 게다가 대학까지 졸업했다. 그런데 두물머리를 모른다? 일부러 웃기려고 농담을 한 것이라고 보기에는 그 뒤의 불륜 출산 장려 발언에 비추어 볼 때 무리가 있다. 불륜일지라도 아이를 팍팍 낳으라고 종용한 게 무엇이 문제인지 짚어 보자.
물론 80살이 넘은 할머니의 시각에서 볼 때 대한민국의 저출산이 커다란 문제인 것은 맞는다. 그러나 문제의 해결은 본질적으로, 긍정적으로, 후유증 없이 되어야 마땅한 것이지 무조건적이어서는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할 수밖에 없다. 그녀는 이 점을 간과한 것이다. 먼저 본질적으로 보자. 대한민국 청년들이 왜 결혼도, 출산도 안 하는가?
그것은 안 하는 게 아니라 못 하는 것이라고 보아야 문제의 본질에 접근하기 쉽다. 지구상에 단세포 생명체가 탄생한 게 약 40억 년 전이다. 이때 단세포는 자기 분열을 통해 번식하다가 다세포로 진화한 뒤 분신이 아닌, 교미로 번식 행위를 바꾸었다. 그리고 계속 진화하면서 DNA는 멸종을 막기 위해 성욕을, 그리고 인간에게는 특별하게 사랑까지 심었다.
인간은 여기에 더해 확실한 번식을 위해 결혼이라는 제도를 만들었다. 이제 인간에게는 멸종할 조건가 사라졌다. 그러나 아니었다. 지나친 과학과 문화의 발달은 환경 파괴와 인간 정서의 양극화 현상을 가져왔다. 자연이 무너지면서 여러 동물이 속속 멸종하는 가운데 인간의 생각과 이념이 극과 극으로 치달았다. 철학이 깊어지면서 회의주의도 만연되었다.
현재 대한민국의 청년들이 그렇다. 자본주의는 빈부의 격차를 더욱 크게 벌렸고 이 사회의 각종 구조는 소수의 부자에게만 매우 유리하게 구성되어 갔다. 부자들의 만족감이 커질수록 다수의 평범한 시민들의 불만과 불안과 절망은 더욱 커져 갔다. 결혼이라는 것은 일종의 계획이고 희망이며 미래의 설계이다. 거기에는 돈이 필수적이다.
그런데 다수의 서민 젊은이들은 그런 미래를 꿈꿀 만큼의 비전이 없다. 발전의 기미가 안 보이는데 무턱대고 아이부터 낳을 수는 없는 것이다. 노인들이 그럴 때 전가의 보도처럼 꺼내는 말이 있다. '누구나 제 먹을 건 가지고 태어난다.'라는 말이다. 그런 무식하고 구시대적인 발상이 바로 '틀딱충'이라는 신조어를 만든 것이다.
물론 어떻게든 살아갈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가 아니다. 한 끼를 먹더라도 제대로 된 식사를 하고 싶고, 기왕 사는 인생 멋지게 살고 싶다. 현재 서울 소재 4년제 대학교를 졸업한 뒤 대기업에 취업해 10년 가까이 근무한 30대 중후반 젊은이라면 5000만 원 이상의 연봉을 받을 것이다.
그러나 김치찌개 1인분에 1만 원인 이 고물가 시대에 그 수입으로 결혼하고 아이를 낳은 뒤 아내에게 직장을 그만두게 하고서 혼자 벌어 최소한 세 명은 되는 식구가 떵떵거리며 살 수 있게 돈을 지원할 수 있을까? 그건 무책임하게 자식에게 자신의 가난을 대물림하는 행위밖에 안 된다. 기왕 자식을 태어나게 할 것이라면 잘 먹고 잘살게 해 주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또 다른 측면에서는 자신의 행복도 최대치로 추구해야 하는데 전술한 그림이 과연 주인공에게 매우 행복한 삶일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그 돈을 자기 혼자 펑펑 써도 만족스럽지 못할 판에 아내와 자식들에게 투자한다? 물론 아내와 자식에 대한 사랑을 기준으로 할 때 그게 행복일지도 모르겠지만 나중에, 60살, 70살이 되었을 때 과연 자신의 인생을 가장 보람되게, 가장 현명하게 살았다고 만족할 수 있을까?
선우용여는 서민이 아니다. 자신의 기준으로 남에게 이래라, 저래라 함부로 조언하는 것은 곤란하다. 두 번째, 불륜일지라도 좋으니 아이를 낳기만 하면 된다? 일단 누가 키울 것인가? 불륜인데 두 사람이 서로 키우겠다고 나설까? 가장 중요한 문제는 아이이다. 불륜의 결과인 그 아이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불행이 시작된다. 신생아의 의지와 상관없이 불륜의 두 사람에게는 아이의 탄생 자체가 축복이 아닌, 짐이다.
또 80살이 넘으면 의지할 데가 애들이라고도 말했다. 아이는 자신의 노후 대책을 목적으로 낳는 게 아니다. 모든 동, 식물이 번식을 하는 것은 자신이 얼마 못 살 것을 잘 알고 있기에 자신의 DNA를 남기려는 대리 생존 욕구에 근거한다. 그런데 시대가 변할수록 그런 의식에도 변화가 생겨 '그냥 나만 잘 살고, 잘살자.'라는 이념으로 변하고 있다.
100보, 1000보 양보해 자식들이 부모를 모시겠다고 한다? 고맙지만 그건 부모의 도리와 거리가 있다. 부모의 가장 큰 행복은 자식이 행복한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자식이 늙은 부모를 봉양하는 게 행복이라고 한다면 그 부모는 정말 세상을 잘 산 것이다. 그런데 선우용여는 자신의 자식들에게도 불륜일지라도 자식을 많이 낳으라고 가르쳤을까?
[유진모 칼럼 / 사진=유튜브,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