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 깔고 노래 듣고 빵 주문하고”…화면 밖으로 나온 세계관 [Ce:포커스]
입력 2026. 05.23. 11:00:00

'기리고', '와일드 씽', '봉주르빵집' 포스터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콘텐츠를 본 시청자들이 앱 스토어를 열고, 극중 그룹의 음원을 플레이리스트에 담고, 방송 속 디저트를 새벽배송으로 주문한다. 콘텐츠 소비 방식이 달라지고 있는 것. 이제 콘텐츠는 단순히 ‘보는 것’을 넘어 현실 속에서 직접 경험하고, 참여하는 방향으로 진화 중이다.

최근 OTT와 영화, 예능 업계는 작품 속 세계관을 현실로 끌어오는 ‘체험형 IP 전략’에 힘을 싣고 있다. 앱, 음원, SNS, 커머스 등 일상적인 플랫폼과 연결해 시청자를 단순 관객이 아닌 세계관의 일부로 끌어들이는 방식이다. 콘텐츠가 끝난 뒤에도 화제성과 팬덤을 유지하기 위한 새로운 생존 전략으로 떠오르는 분위기다.

먼저 첫 사례로 최근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기리고’다. 작품은 소원을 이뤄주는 대신 저주를 내리는 의문의 앱 ‘기리고’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영 어덜트 호러물이다. 흥미로운 건 극중 등장하는 앱을 실제 앱 스토어에 구현했다는 점이다.



시청자들은 드라마를 본 뒤 실제로 ‘기리고 앱’을 다운로드하며 작품 속 공포를 현실에서 체험하고 있다. 검은 배경 위 합장한 손이 돌아가는 UI와 스산한 배경음악, 소원을 녹화하는 기능까지 극중 설정을 그대로 구현해 몰입을 높였다. 개발자명 역시 극중 인물 이름인 ‘Kwonsiwon(권시원)’으로 표기돼 디테일을 더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공개 약 2주 만에 100만 다운로드를 돌파했고,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애플 앱 스토어 엔터테인먼트 부문 인기 1위에도 올랐다. 리뷰 창에는 “앱이 안 지워진다”, “타이머가 멈추지 않는다” 등 작품 설정에 과몰입한 이용자들의 반응이 이어지며 하나의 놀이 문화처럼 번지고 있다.

영화계 역시 현실 확장형 세계관 구축에 적극적이다. 오는 6월 3일 개봉하는 영화 ‘와일드 씽’(감독 손재곤)은 극중 혼성 댄스 그룹 ‘트라이앵글’을 실제 아이돌처럼 소비하게 만드는 전략으로 주목받고 있다.

제작진은 티저 공개 전부터 트라이앵글 공식 SNS와 나무위키 페이지를 개설해 캐릭터와 활동 서사를 먼저 공개했다. 이어 데뷔곡 ‘Love is’를 비롯해 신곡 ‘Shout It Out’ 음원과 뮤직비디오까지 실제 음원 플랫폼에 발매하며 가상의 그룹을 현실로 소환했다.



강동원, 엄태구, 박지현이 연기한 트라이앵글은 세기말 감성을 담은 콘셉트와 음악으로 온라인상에서 “진짜 2000년대 혼성그룹 같다”는 반응을 이끌어냈고, 팬들을 스스로를 ‘빨초파 부대’라 부르며 과몰입형 팬덤 놀이를 이어가고 있다. 영화 개봉 전부터 이미 세계관 안에서 소비가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예능도 예외는 아니다. 쿠팡플레이 ‘봉주르빵집’은 콘텐츠와 커머스를 결합하며 새로운 소비 흐름을 만들어냈다. 김희애, 차승원, 김선호 등이 출연하는 해당 예능은 시골 마을에서 디저트 카페를 운영하는 과정을 담은 힐링 프로그램이다. 방송 직후 쿠팡은 프로그램 속 디저트 레시피를 실제 상품으로 출시했고, 시청자들은 로켓프레시를 통해 이를 바로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방송에 등장한 ‘청보리밭 타르트’는 높은 가격대에도 판매 상위권에 오르며 화제를 모았다. 출연진이 사용한 믹싱볼과 조리도구 등 주방용품까지 함께 판매되며 단순 굿즈를 넘어 라이프스타일까지 소비하는 형태로 확장됐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흐름의 배경으로 콘텐츠 과잉 시대를 꼽는다. OTT 플랫폼과 숏폼 코넨츠가 범람하면서 작품의 생존 기간이 짧아졌고, 단순 공개만으로는 화제성을 유지하기 어려워졌다는 분석이다. 결국 시청자들을 현실로 끌어내 직접 참여시키는 전략이 중요해졌다는 것이다.



한 관계자는 “예전에는 콘텐츠를 본 뒤 팬덤이 형성됐다면 이제는 세계관을 직접 체험하면서 팬덤이 만들어지는 구조”라며 “앱 다운로드나 음원 소비, SNS 놀이 문화 자체가 콘텐츠 경험의 일부가 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젊은 세대일수록 단순 시청보다 ‘내가 이 세계관 안에 들어와 있다’는 감각을 중요하게 여긴다”라며 “현실과 연결된 체험형 IP 전략은 앞으로 더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라고 내다봤다.

결국 콘텐츠 산업은 이제 스크린 안에만 머물지 않는다. 스마트폰 속 앱 하나, 플레이리스트에 추가된 노래 한 곡, 새벽배송으로 도착한 디저트까지. 허구의 세계는 점점 더 현실 가까이 스며들고 있다.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넷플릭스('기리고'), 롯데엔터테인먼트('와일드 씽'), 쿠팡플레이('봉주르빵집')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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