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만성' 유승목의 전성기…"꿈을 이룬 지금부터가 진짜 시작"[인터뷰]
입력 2026. 05.28. 06:00:00
[셀럽미디어 박수정 기자] 배우 유승목이 데뷔 이래 가장 뜨겁고 찬란한 전성기를 맞이했다. 제62회 백상예술대상에서 JTBC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이하 '김 부장 이야기')로 생애 첫 남자 조연상 트로피를 품에 안은 데 이어,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이하 '유퀴즈')에 출연해 안방극장에 깊은 여운을 남겼다. 여기에 최고 시청률로 종영한 ENA 월화드라마 '허수아비' 속 냉철한 권력자 차무진까지 완벽하게 소화하며 '믿고 보는 명품 배우'의 저력을 증명했다.

27일 서울 마포구 SM C&C 사옥에서 만난 유승목은 쏟아지는 축하와 관심에 "그저 너무 고맙고 감사할 뿐"이라며 소탈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지난 26일 종영한 ENA 월화드라마 '허수아비'는 연쇄살인 사건의 진범을 쫓던 형사가 자신이 혐오하던 인물과 뜻밖의 공조를 펼치게 되는 과정을 그린 한국형 범죄 스릴러다. 유승목은 극 중 예비역 장군 출신 정치인이자 검사 차시영(이희준)의 아버지 '차무진' 역을 맡아 단단하고 압도적인 카리스마를 발산하며 작품의 웰메이드 흥행을 이끌었다.

유승목은 작품의 큰 성공에 대해 "많은 분이 봐주시고 좋아해 주셔서 정말 감사하다"며 "사실 이 정도까지는 예상하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방송 시작 전 가졌던 1~2부 시사회 당시를 떠올린 그는 현장에서 완성본을 보는 순간 박준우 감독에게 '너무 잘 만들었다, 대중분들이 많이 봐주실 것 같다'고 말하긴 했지만, 기대 이상으로 쏟아진 뜨거운 사랑에 거듭 감사한 마음을 표현했다.

그는 흥행 비결로 "단순히 범인을 잡는 자극적인 재미만을 쫓은 게 아니라, 당시의 힘들고 아팠던 피해자들과 남아있는 사람들의 정서를 글과 연출로 잘 녹여낸 덕분"이라고 짚었다.

극 중 부자 관계로 호흡을 맞춘 후배 이희준을 향해서는 엄지를 치켜세웠다. 유승목은 "작품 속 차시영은 어머니와 아버지, 특히 아버지에게 인정을 받아야 한다는 극심한 압박감과 피해의식을 가진 인물이다. 그래서 '아버지로서 시영이와 마주했을 때 어떻게 하면 그런 압박감과 감정들을 더 자극해 줄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내가 극 중에서 차갑고 강하게 감정을 분출하면, 시영이를 연기하는 이희준 역시 이를 자연스럽게 받아치며 시너지가 날 것이라 생각했다. 역시나 너무 잘하는 친구다. 정말 잘한다. 그동안 이희준이 선보인 수많은 연기 중에서 누군가의 눈치를 보고 주눅 든 채 내 앞에서 연기하는 모습은 처음 보는 것 같았는데, 정말 훌륭했다"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동료 배우들을 향한 끈끈한 애정도 전했다. 그는 "마지막 방송을 보기 전에 박해수와 이희준, 그리고 감독님에게 문자를 보냈다. '정말 잘 만든 것 같고, 너희 어떻게 그렇게 연기를 잘하냐'고 보냈더니 다들 답장이 왔더라"며 미소를 지었다. 이어 "사실 곽선영 배우에게도 문자를 하려고 했는데 타이밍을 놓쳐 방송이 시작해 버렸다. 인터뷰 자리를 빌려 '정말 너무 수고했고 잘했다고 고맙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다"며 미안함과 고마움을 표현했다. 또한 모든 출연진이 혼신을 다해 책임감 있게 연기해 주었다며 공을 돌렸다.



이번 작품으로 박준우 감독과 벌써 5번째 호흡을 맞추게 된 유승목은 "감독님은 현장에서 모든 스태프와 배우들을 굉장히 편안하게 해주시고 참 인간적이시다. 그 자체가 정의로운 분이라 계속 작품을 같이 하게 되는 것 같다"고 두터운 신뢰를 드러냈다. 이어 "'모범택시' 같은 경우에는 악당을 깨부수는 사이다 같은 작품이라 감독님이 그동안 쌓였던 감정들을 가차 없이 뿜어내셨다면, '허수아비'는 그 아픔들을 분출하기보다 시청자들과 같이 공감할 수 있게 초점을 맞추신 것 같다"고 차별점을 설명했다.

현장 비하인드를 전할 때는 유쾌한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유승목은 "감독님이 특별히 주문을 하시기보다 현장에서 '아 형~ 바람둥이'라며 장난을 치셨다"며 "태어나서 처음으로 차 안에서 키스신을 찍었는데, 상대인 오연아 배우와 친해서 편안하게 촬영을 마쳤다. 그런데 모니터 쪽으로 가니 감독님이 '그렇게 열심히 안 하셔도 된다, 왜 이렇게 열심히 하냐'고 계속 놀리시더라. 진짜 방송을 보니 뒤에서만 카메라가 걸려서 얼굴이 잘 나오지도 않았다"며 호탕하게 웃어 보였다.

과거 봉준호 감독의 영화 '살인의 추억'과 이번 드라마 '허수아비'는 모두 '화성 연쇄살인 사건'을 모티브로 삼은 작품이다. 유승목은 두 작품에 모두 출연한 유일한 배우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유승목은 "소재는 같은데 '살인의 추억'과는 확실히 다른 이야기다. 단지 범인만을 찾기 위함이 아니라, 이미 범인은 잡힌 상태에서 당시의 힘듦이나 아픔을 잘 표현한 드라마"라고 피력했다. 이어 진범이 잡혔을 때를 회상하며 "당시 사건은 반짝하는 이슈나 기삿거리가 아니라, 많은 분이 늘 마음속으로 생각하고 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 잊히지 않고 마음 한구석에 계속 남아있었기에 이번 작품이 저에게도 또 다른 느낌으로, 더 큰 의미로 다가왔다"고 깊은 감회를 전했다.

백상예술대상 수상 직후 '유퀴즈' 녹화까지 마친 유승목은 "그저 너무 고맙고 감사할 뿐이다. 모든 시상식을 통틀어 후보에 오른 것 자체가 내 인생에서 처음이었다. 그렇게 귀한 상을 주셔서 벅찼다"며 "이 상이 앞으로 계속 연기를 잘해 나가라는 용기를 준 아주 큰 사건처럼 다가왔다. 그동안 묵묵히 걸어온 시간에 대해 세상이 박수를 쳐주는 것 같았다"고 고백했다.

가족들의 유쾌한 반응도 전했다. 유승목은 "백상예술대상 후보에 올랐다는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딸들이 아주 격하게 반응하며 '이런 미친!'이라고 소리를 질렀다. 후보에 오른 것만으로도 상을 받은 거나 다름없다며 같이 기뻐해 줬다"며 "이후 '유퀴즈'에서 섭외 연락이 왔다고 하니 또 한 번 '미친!'이라며 놀라워하더라"고 전해 웃음을 자아냈다. 대중들의 반응에 대해서는 "그전에도 길에서 알아봐 주시는 분들이 계셨지만 요즘은 만나는 분들마다 환하게 웃으시며 '정말 축하드린다'는 인사를 가장 많이 해주신다. 그 축하의 말들이 마음 깊이 따뜻하게 와닿는다"고 말했다.

백상 조연상을 안겨준 '김 부장 이야기'의 백정태 상무는 그에게 평생 잊지 못할 인생 캐릭터다. 유승목은 "수상 소감에서도 말했지만 단순한 빌런으로 보이고 싶지 않아 조현탁 감독님과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며 "극 중 김부장(류승룡)과 백상무는 25년 동안 동고동락하며 청춘을 함께 보낸 끈끈한 사이다. 과거 회상 신에서 둘이 영업을 뛰러 나갔다가 성과를 내고 복도에서 신나게 '배치기'를 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연기하면서도 정말 울컥했다. 현실의 벽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친구를 내쳐야 하는 인간적인 고뇌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함께 호흡을 맞춘 배우 류승룡과의 뜨거운 동료애도 공개했다. 유승목은 "류승룡 배우의 도움이 정말 컸다. 대사 분량이 많으면 승룡이가 먼저 연락해서 '형, 연습 좀 하자'고 이끌어줬다. 주차장 신을 촬영할 때는 스태프들도 없는 아파트 주차장에서 둘이 30분 동안 왔다 갔다 하면서 대사를 맞추고 수정하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촬영이 다 끝나고 승룡이가 톡을 하나 보내왔는데, 알고 보니 저와 함께 출연한 작품이 6개나 되더라. 인터넷을 다 뒤져서 그동안 우리가 같이 나온 캐릭터 사진과 본인 사진을 매칭해 정리한 뒤, '형이랑 저랑 30대, 40대, 50대를 함께 보냈네요. 60대, 70대까지 멋있게 같이 가요'라는 문자를 보냈는데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고 전했다. 최근에도 류승룡이 '허수아비 잘 보고 있다'며 격려 전화를 해준 사실을 덧붙였다.



앞으로 더 도전해보고 싶은 캐릭터에 대해서는 "저는 늘 선뜻 대답을 잘 못 한다. 그저 저에게 주어지는 배역을 가장 완벽하게 표현해내는 것이 배우의 본분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라며 "다만 조금의 욕심을 더 보태자면, 향후 시청자나 관객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건드리고 감동을 줄 수 있는 깊은 감성 연기를 조금 더 보여드리고 싶다. 사실 지금 촬영 중인 로맨틱 코미디 작품에서는 아주 선한 아빠로 나오니 기대해 주셔도 좋다"고 귀띔했다.

수많은 감독과 작품들이 끊임없이 그를 찾는 비결로는 백상 수상 소감에서 밝힌 대로 "건방 안 떨어서 아닐까"라며 수줍게 웃었다. 유승목은 "한 번 작업했던 감독님들이 다음 작품에서 잊지 않고 또 불러주실 때마다 정말 감사하다. 예전에는 '내가 그렇게 없어 보이고 불쌍해 보여서 자꾸 불러주시나' 하는 생각도 했었지만, 늘 현장에서 성실하게, 모나지 않게 주변을 배려하며 작업하려고 노력해 온 태도를 좋게 봐주신 것 같다"고 겸손하게 답했다.

마지막으로 유승목은 "연기를 시작한 이래 요즘 처음으로 나에 대한 인터넷 댓글들을 찾아보게 됐다. 많은 분이 '연기 정말 잘하는 배우'라는 칭찬을 남겨주셨더라. 사실 연기를 처음 시작할 때부터 내 유일한 목표이자 꿈이 '연기 잘한다는 말을 듣는 배우가 되자'는 것이었고, 아침저녁으로 그렇게 되게 해달라고 기도했었다. 대중분들의 따뜻한 반응을 보며 '아, 내가 틀리지 않았구나, 나 드디어 꿈을 이뤘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벅찼다"고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한편으로는 '앞으로도 계속 연기 잘한다는 말을 들으려면 대체 어떻게 해야 하지?'라는 기분 좋은 고민과 책임감이 더 커졌다. 쏟아지는 관심도 시간이 지나면 다시 조용해질 것이라는 걸 잘 안다. 늘 그래왔듯 지금처럼 착실하고 성실하게 한 걸음씩 걸어가겠다. 끝까지 '연기 잘하는 배우'로 남을 수 있도록 매 순간 최선을 다하겠다"며 단단한 다짐을 남겼다.

[셀럽미디어 박수정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SM C&C, KT 스튜디오지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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