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티켓값은 올리고 혜택은 줄이고…'반토막' 난 연극·뮤지컬 관람 의향률[Ce:포커스]
- 입력 2026. 05.31. 06:00:00
- [셀럽미디어 정원희 기자] 최근 국내 공연 시장은 어느 때보다 활발하다. 매체 배우와 아이돌 출신 스타들의 무대 진출이 이어지고, SNS와 숏폼 콘텐츠를 통해 공연은 과거보다 훨씬 익숙한 문화가 됐다. 그러나 정작 공연장을 찾겠다는 관객들의 마음은 예전 같지 않다.
지난 10일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국민문화예술활동조사 결과에 따르면, 사람들의 연극 및 뮤지컬 관람 의향률이 눈에 띄게 하락했다. 연극 관람 의향률은 2016년 20.1%에서 지난해 10.1%로 정확히 반토막이 났으며, 뮤지컬 역시 같은 기간 대비 19.7%에서 15.4%로 축소됐다. 대중음악·연예 분야가 유일하게 상승세를 보인 것과 대조적이다.
이처럼 공연의 대중화 이면에서 관람 의향률은 오히려 하락하고, 공연계를 지탱하던 ‘회전문 관객’들 사이에서도 피로감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를 단순한 경기 침체나 OTT 확산에 따른 여파로 해석하지만 현장 관객들의 의견은 다르다.
최근 극장을 주기적으로 찾는 연극·뮤지컬 관객 15명을 대상으로 현장의 목소리를 청취한 결과 실제 관객들이 체감하는 위기감은 훨씬 더 구체적이었다. 조사에 응한 관객들은 높은 티켓 가격과 반복되는 소비 구조 속에서 관객들의 피로감이 함께 높아졌고, 재관람 관객들 사이에서도 "더는 예전처럼 공연장을 찾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온다고 입을 모았다.
◆ “코로나 때 올린 티켓값은 그대로인데…” 낮은 할인율, 높아지는 관객 피로감
관객들이 공통적으로 지목하는 가장 큰 원인은 단연 높은 티켓 가격이다. 2025년 공연예술조사 결과보고서(2024년 기준)에 따르면 전년 대비 뮤지컬 평균티켓가격은 4.1%, 연극은 약 11.3% 상승했다.
이에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이후 인상됐던 티켓 가격이 내려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며 이로 인해 관람 장벽이 올라갔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극장을 자주 찾는 직장인 A씨는 "티켓 정가는 계속 오르는데, 예전엔 당연했던 재관람 할인율이 10~25% 수준으로 줄어들었다"며 "OST와 같은 재관람 증정 혜택을 받기 위해 채워야 하는 관람 횟수도 터무니없이 늘어나 경제적 부담이 심각하다"고 토로했다.
물론 높은 티켓값의 대책으로 흔히 말하는 타임세일이 언급되고는 한다. 하지만 이와 같은 타임세일 마케팅은 충성 관객들의 배신감을 키운다는 의견도 적잖다.
연극·뮤지컬 시장의 매출을 지탱하는 이른바 '회전러(다회차 관람객)'들은 통상 좋은 자리를 선점하기 위해 한두 달 전 티켓 오픈 시기에 낮은 할인율로 예매를 진행한다. 그러나 당일 표가 많이 팔리지 않는다는 이유로 제작사가 기습적으로 높은 할인율의 당일 할인을 띄우면서, 일찍 예매한 관객들이 오히려 더 비싼 값을 치르는 역전 현상이 비일비재하게 발생하고 있다. 관객 B씨는 "인기 회차가 아닐 시에는 타임세일을 기다린다. 좋은 자리가 아니면 비싼 값을 주고 싶지 않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애초에 거품을 뺀 합리적인 티켓 가격을 책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짧아지는 재연 주기·캐스팅 돌려막기…무대 퀄리티는 누가 책임지나
작품 자체의 신선도와 퀄리티 저하도 관람 의향을 꺾는 큰 이유가 된다. 최근 중소극장 공연을 중심으로 같은 공연이 너무 짧은 주기로 무대에 오르면서 관객들은 작품이 가진 신선함이 급격히 떨어졌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에는 다수의 작품이 2년 주기로, 심지어 1년도 채 되지 않아 다시 무대에 오르는 경우도 다수 볼 수 있다.
또한 검증된 팬덤을 가진 특정 배우들을 여러 작품에 동시에, 혹은 연달아 출연시키는 캐스팅 돌려막기에 대한 피로도도 높다. 신인 배우를 적극적으로 발굴하기보다 팬덤 경제에만 안주하려는 제작사들의 태도가 관객들의 발길을 돌리게 만든다는 분석이다.
가장 큰 문제는 이로 인한 공연의 퀄리티 저하다. 배우가 차기작 연습을 동시에 병행하면서 정작 현재 진행 중인 무대의 퍼포먼스가 흔들리는 경우가 발생한다는 것. 관객 C씨는 "높은 가격을 지불하고 공연을 보는데도 무대 퀄리티가 기복을 타는 것을 보며 깊은 회의감이 들었다"고 말했다.
◆ 제작사도 딜레마…할인권·인프라 지원 등 근본적 대안 시급
사실 출연료, 인건비, 대관료 등 제작비 부담을 고스란히 안은 제작사 입장에서도 어려움은 적지않다. 공연 관계자 D씨는 “현재처럼 작품이 쏟아지는 상황에서는 관객의 선택을 먼저 받아내는 게 제작사에게 가장 중요하다”며 “할인 정책이나 홍보성 콘텐츠 등으로 선점 효과를 가져오는 게 사실상 최선인 구조”라고 털어놨다. 매달 수십 개의 작품이 쏟아지는 과포화 시장에서 제작사들이 당장의 객석을 채우기 위해서는 특가 마케팅에 매달릴 수 밖에 없는 셈이다.
그렇다면 공연장으로부터 등을 돌리는 관객들을 다시 이끌어낼 방법은 무엇일까. 공연 관계자들이 입을 모아 말한 문제점은 제작비의 상승이었다. D씨는 "IP 개발 지원이나 제작비 지원 등 다양한 지원사업을 통해 제작사의 부담을 덜어낼 수 있으면 작품 퀄리티에서도, 가격 측면에서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중소극장이 자생력을 갖추고 정가를 낮출 수 있도록 임대료 및 운영비를 지원하거나, 지역 문화재단 및 시·구 단위의 공공 공연장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인프라 구축이 시급하다는 뜻이다.
궁극적으로는 폭등한 티켓값의 장벽을 낮추는 근본적인 할인 및 티켓 정책의 개편이 동반되어야 한다. 실제로 관객들은 최근 문화체육관광부가 배포하는 '공연 관람비 만원 할인권'에 대해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는 곧 일시적인 이벤트일지라도 관객들은 가격 장벽이 낮아지면 언제든 지갑을 열 의향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청소년, 대학생, 혹은 생애 최초 관람객 등 새로운 관객층을 타깃으로 하는 티켓 제도도 대안으로 꼽힌다.
문체부의 통계가 가리키는 관람 의향률 하락은 결국 공연계를 향한 관객들의 마지막 경고에 가깝다. 이는 곧 정부와 지자체의 적극적인 홍보·대관 인프라 지원, 그리고 제작사의 거품 뺀 가격 정책이 시급히 맞물려야 하는 이유다. 제작사와 관객이 무대 위 본질을 통해 신뢰를 회복할 때, 비로소 모두가 체감하는 진짜 공연계의 봄날이 찾아올 것으로 보인다.
[셀럽미디어 정원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셀럽미디어DB, 라이브, 아이엠컬처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