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웹툰은 이제 원작이 아니다…IP 시대, 끝없이 증식하는 콘텐츠 [Ce:포커스]
- 입력 2026. 05.31. 08:00:00
-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웹툰이 더 이상 드라마와 영화의 ‘원작’에만 머물지 않고 있다. 웹소설에서 출발한 이야기가 웹툰으로, 다시 영상과 게임, 애니메이션, 굿즈, 공연 등으로 확장되며 하나의 지식재산권(IP)이 장기 수익을 창출하는 콘텐츠 자산으로 진화하고 있다.
'사냥개들2', '나 혼자만 레벨업', '재혼황후', '지금 우리 학교는', '유미의 세포들'
과거 콘텐츠 산업이 작품 하나의 흥행 여부에 기대는 구조였다면 최근에는 하나의 IP를 여러 장르와 플랫폼으로 확장해 수익을 반복적으로 만들어내는 방식에 중심축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른바 ‘원소스 멀티유즈(OSMU)’ 전략이 콘텐츠 기업들의 핵심 성장 공식으로 자리 잡는 모습이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2025 콘텐츠 IP 거래 현황조사’에 따르면 2024년 국내 콘텐츠 산업 매출은 162조 8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콘텐츠를 활용한 IP 산업 매출은 47조 7000억원으로 전체의 29.3%를 차지했다. IP 비즈니스 매출 구성에서는 타사 IP를 활용한 2차 콘텐츠 제작 비중이 49.9%로 가장 높았고, 단순 라이선스 거래는 35.9%, 자체 IP 확장은 14.2% 수준이었다. IP 확장이 본격화 되고 있지만 아직은 상품·서비스·공간 등으로 넓어지기보다 영상·애니메이션 등 콘텐츠 장르 내부 재생산에 무게가 실린 셈이다.
이 흐름의 중심에는 웹툰과 웹소설이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5 웹툰산업 실태 조사’에 따르면 2024년 국내 웹툰산업 규모는 2조 2856억원으로 전년 대비 4.4% 성장했다. 수출 비중은 일본이 49.5%로 가장 높았고, 북미 21.0%, 중화권 13.0%, 동남아시아 9.5%, 유럽 6.2% 순으로 나타났다. 웹툰이 국내 소비에 그치지 않고 글로벌 시장에서 영상·게임·애니메이션으로 확장될 수 있는 원천 콘텐츠로 평가받는 이유다.
제작사와 플랫폼이 웹툰·웹소설 원작 확보에 사활을 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미 독자 반응과 팬덤이 검증된 IP는 오리지널 콘텐츠 대비 초기 흥행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원작 독자층을 기반으로 공개 전 화제성을 확보할 수 있고, 영상화 이후에는 다시 원작 소비가 늘어나는 선순환도 기대할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네이버웹툰 원작 ‘사냥개들’이다. 넷플릭스 시리즈 ‘사냥개들 시즌2’ 공개 이후 원작 웹툰 조회 수는 크게 뛰었다. 네이버웹툰에 따르면 ‘사냥개들 시즌2’ 공개 후 2주간 원작 웹툰의 글로벌 조회 수는 티저 영상 공개 전 2주 대비 약 22배 증가했다. 한국 서비스 조회 수는 약 38배, 중국어 번체 서비스는 123배 늘었다. 영상화가 종료된 원작의 생명력을 다시 연장한 사례다.
‘나 혼자만 레벨업’ 역시 IP 확장의 상징적인 사례로 꼽힌다. 웹소설로 시작해 웹툰, 애니메이션, 게임으로 확장된 이 작품은 지난해 크런치롤 애니메이션 어워즈에서 ‘올해의 애니메이션’을 포함해 9관왕을 차지했다. 넷플릭스는 지난해 7월 ‘나 혼자만 레벨업’ 실사 시리즈 제작을 공식 발표하고, 배우 변우석을 주인공 성진우 역으로 캐스팅했다고 밝힌 바. 하나의 웹소설 IP가 웹툰과 애니메이션, 게임을 거쳐 다시 글로벌 실사 시리즈로 확장되는 구조다.
기업 실적에서도 IP 확장의 효과는 확인된다. ‘나 혼자만 레벨업’을 보유한 디앤씨미디어는 2025년 연결 기준 매출 856억 6955만원, 영업이익 173억 3366만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68.63% 증가했다. 회사 측은 자사 IP를 활용한 OSMU 매출 증가가 영업이익 확대에 영향을 줬다고 설명했다.
플랫폼 기업들이 단순 IP를 중개하는데 그치지 않고 직접 제작에 뛰어드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네이버웹툰은 자회사 스튜디오N을 통해 웹툰 원작 영상화를 추진해 왔고,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스토리·뮤직·미디어 사업 역량을 결합해 IP 크로스오버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단순히 판권을 판매하는 방식보다 직접 기획·제작에 참여할 때 IP 가치 상승분을 더 크게 회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IP 확장 산업이 장밋빛 전망만 가지는 것은 아니다. 콘텐츠 IP 산업 매출에서 자체 IP 확장 비중이 아직 14.2%에 그친다는 점은 국내 IP 비즈니스가 본격적인 다각화 단계로 넘어가는 과정에 있음을 보여준다. 웹툰산업 실태조사에서도 사업체들은 투자 유치 지원과 불법복제 사이트 규제 강화를 주요 과제로 꼽았다. 글로벌 유통이 쉬워질수록 불법 복제와 무단 번역 문제도 함께 커지고, 대형 IP 중심의 쏠림 현상 속에서 중소 제작사와 창작자의 협상력 문제도 남아있다.
결국 웹툰 IP의 경쟁력은 이제 ‘얼마나 많이 영상화되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오래, 다양한 방식으로 살아남느냐’에 달려 있다. 웹툰은 더 이상 드라마와 영화의 출발점에만 머물지 않는다. 하나의 이야기가 플랫폼과 장르를 넘나들며 반복 수익을 만드는 시대, 웹툰은 K콘텐츠 산업의 핵심 자산으로 다시 정의되고 있다.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넷플릭스('사냥개들2', '지금 우리 학교는'), 디앤씨미디어('나 혼자만 레벨업'),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재혼황후'), 샘컴퍼니·스튜디오N('유미의 세포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