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이면 충분해…짧아지는 K팝 음악 시장[Ce:포커스]
입력 2026. 06.11. 10:00:00

아일릿-코르티스-엔믹스

[셀럽미디어 정원희 기자] 아일릿 'It's Me', 코르티스 'REDRED', 엔믹스 'Heavy Serenade'. 최근 음원 차트 최상위권을 점령한 이 곡들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곡의 러닝타임이 3분을 채 넘기지 않는다는 점이다.

과거 4분 안팎의 곡이 주류를 이뤘던 것과 달리 최근 음원 차트 상위권 곡들을 살펴보면 2~3분대 러닝타임의 노래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제 가요계에서 '짧고 굵은' 노래는 선택이 아닌 생존 전략이 되고 있다.

최근 발매 곡들은 전주를 최소화하고 빠르게 후렴구로 진입하는 경우가 많다. 과거에는 곡의 분위기를 차근차근 쌓아올리며 청자의 몰입을 유도했다면, 이제는 곡이 시작되자마자 청자의 귀를 사로잡는 것이 우선순위가 됐다.

이처럼 음악 소비 환경이 변화하면서 곡의 길이와 구성 방식도 함께 달라지고 있다. 쉽게 말해 1분 1초가 아쉬운 숏폼 콘텐츠의 문법이 작곡 단계부터 반영되고 있는 것이다.

에스파-키키



이 같은 변화의 배경에는 숏폼 콘텐츠의 확산이 자리하고 있다. 틱톡, 유튜브 쇼츠, 인스타그램 릴스 등 짧은 영상 플랫폼이 대중문화 소비의 중심으로 떠오르면서 이용자들은 짧고 강렬한 콘텐츠에 익숙해졌다.

콘텐츠 소비 시간이 짧아진 만큼 음악 역시 비슷한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음악업계 종사자 A씨는 "최근에는 음악뿐 아니라 영상 콘텐츠 역시 짧은 러닝타임이 선호되는 추세"라며 "음악도 이러한 흐름에 맞춰 전체적인 길이가 점차 짧아졌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단순하고 편안하게 들을 수 있는 이지리스닝 음악이 인기를 끄는 현상 역시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스트리밍 중심으로 재편된 음악 시장 구조도 영향을 미쳤다. 최근에는 많은 이용자가 음원 플랫폼을 통해 음악을 감상하면서 재생 횟수 역시 중요한 지표로 자리 잡았다. A씨는 "스트리밍 환경에서는 노래 길이가 짧을수록 같은 시간 동안 더 많은 재생이 가능하다"며 "음원 성적 경쟁 측면에서는 상대적으로 짧은 곡이 유리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투어스-라이즈-보이넥스트도어



반면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짧고 간결한 '이지리스닝' 음악이 차트를 지배하면서, 곡에 담기는 음악적 서사와 깊이가 옅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여전히 서사를 중시하는 장르나 긴 호흡의 곡을 선호하는 청취자들도 존재하기 때문에 이와 같은 현상에 대한 우려의 시선도 적지 않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음악의 길이가 짧아진 현상을 음악성의 약화로 보기보다는, 변화한 소비 환경에 대응하는 하나의 산업적·문화적 흐름으로 해석했다. A씨는 "곡의 길이가 짧아지는 것이 반드시 음악성의 후퇴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변화한 소비 환경에 대응하는 최적화 과정"이라면서도 "숏폼을 위한 '킬링 파트' 제조에만 급급해지면 음악의 퀄리티를 저하할 위험은 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음악은 이제 단순히 듣는 콘텐츠를 넘어 영상, 챌린지, SNS 등 다양한 플랫폼과 결합된 종합 콘텐츠로 진화했다. 3분의 미학이 사라진 자리에는 30초의 강렬한 임팩트가 들어섰고, 이는 그만큼 음악을 향유하는 방식이 진화했음을 의미한다. 이 새로운 흐름이 K팝의 음악적 지평을 어디까지 넓힐지, 앞으로 써 내려갈 다음 챕터를 주목할 시점이다.

[셀럽미디어 정원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셀럽미디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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