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약한영웅'부터 '모범택시3'까지…드라마가 주목한 청소년 도박[Ce:포커스]
- 입력 2026. 06.15. 07:00:00
- [셀럽미디어 정원희 기자] 이제 드라마 속 청소년들은 더 이상 학교폭력과 입시 경쟁만으로 고통받지 않는다. 스마트폰을 통해 불법 사채의 늪에 빠지고, 범죄 조직의 말단으로 이용당하는 서사를 쉽게 마주할 수 있다. 이는 곧 우리 사회의 청소년 문제가 '눈에 보이는 폭력'에서 '보이지 않는 디지털 범죄'로 이동하고 있다는 신호다.
'약한영웅 Class 1'-'참교육'
최근 드라마들을 살펴보면 청소년 도박은 서사를 관통하는 핵심 소재로 자리 잡았다. 가출팸 청소년들이 도박과 사채업에 이용되는 과정을 다룬 '약한영웅 Class 1', 도박 빚으로 인해 불법 대부업체의 먹잇감이 된 아이들을 조명한 '모범택시 3', 그리고 최근 넷플릭스 '참교육'까지. 장르와 색깔은 다르지만, 이들은 모두 스마트폰을 통해 손쉽게 범죄에 노출되는 청소년의 실태를 적나라하게 비춘다.
세 작품은 단순히 자극적인 장면을 연출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는 또 다른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호기심으로 시작한 베팅이 빚으로 이어지고, 그 빚을 갚기 위해 또 다른 범죄에 가담하게 되는 구조적 함정을 세밀하게 묘사한다.
'모범택시3'
◆ 12.5세에 첫 도박…드라마보다 더 무서운 현실
드라마가 이토록 반복적으로 도박 문제를 다루는 이유는 현실의 무게가 그만큼 무겁기 때문이다.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의 '2025 청소년 도박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국 초·중·고교생의 4%가 도박 경험이 있으며, 이 중 약 5명 중 1명(19.4%)은 최근 6개월 동안 지속적으로 도박에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 눈여겨봐야 할 것은 진입 연령이다. 같은 조사에서 도박을 처음 경험한 평균 연령은 만 12.5세로, 중학교 입학 직후부터 노출이 시작되는 셈이다. 유입 경로도 달라졌다. 과거 성인들의 도박이 오프라인 공간에서 이뤄졌다면, 청소년 도박의 경우 온라인 도박 경험 비중이 81.6%, 오프라인 도박 경험 비중은 41.5%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지금의 드라마들이 과거와 달리 현실의 문제를 더 시의성 있게 반영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한 드라마 관계자는 "단순히 자극을 위한 범죄 묘사가 아니라, 현시대가 해결해야 하는 문제를 작품 안에 담아내고 있는 것"이라며 "여러 작품에서 이 소재를 반복해서 다루는 것은, 그만큼 도박 문제가 우리 사회가 더는 외면할 수 없는 치명적인 위기라는 방증"이라고 설명했다.
'약한영웅 Class 1'-'참교육'
◆ 재미와 책임 사이, 드라마 속 도박 묘사 어디까지?
제작 환경의 변화도 무시할 수 없다. 최근 드라마는 일명 '사이다 전개'를 내세우며 카타르시스를 선사하지만, 그 안에서 사회적 메시지를 던지는 방식 또한 진화하고 있다. 또 다른 드라마 제작 관계자는 "최근 사이다 전개 드라마들이 인기를 끌면서 그만큼 사회 문제를 시의성 있게 담아내는 것도 제작자들의 새로운 과제가 됐다"며 "청소년 도박은 또래 집단 사이에서 전파력이 커 2차 범죄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 그래서 청소년 도박은 다양한 범죄 문제를 한 번에 다룰 수 있는 소재로 여겨지고, 드라마는 이를 통해 경각심을 환기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학교폭력, 가출, 왕따를 넘어 이제는 도박, 마약 등 드라마가 다루는 청소년 문제의 스펙트럼은 점점 더 넓고 날카로워지고 있다. 이 가운데 콘텐츠들이 반복적으로 도박을 호출하는 이유는 단순히 소재의 유행 때문이 아니다. 우리 사회가 지금 당장 직시해야 할 현실이 스마트폰 너머에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우려의 시선도 존재한다. 도박 장면이 지나치게 생생하게 묘사될수록, 경각심보다 모방 욕구를 자극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미디어 연구자는 이와 관련해 "드라마가 사회 문제를 공론화하는 순기능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청소년이 주 시청층인 경우 묘사 방식에 대한 더 세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실을 적극 반영하는 콘텐츠들이 늘어나면서 앞으로도 청소년 도박 소재는 꾸준히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화제성만을 쫓아 가볍게 다뤄지지 않도록, 제작자들의 더욱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다.
[셀럽미디어 정원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넷플릭스, SBS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