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모양처'·'종갓집 맏며느릿감'…'나솔사계' 시대착오적 자막 논란[셀럽이슈]
- 입력 2026. 06.19. 15:23:22
- [셀럽미디어 박수정 기자] SBS Plus·ENA '나는 SOLO, 그 후 사랑은 계속된다'(이하 '나솔사계')가 여성 출연자의 가사노동을 '현모양처' 이미지로 포장하는 연출을 선보이며 시대착오적이라는 비판에 휩싸였다.
나솔사계
18일 방송된 '나솔사계'에서는 여자 3호가 술자리가 끝난 뒤 홀로 남아 음식물 쓰레기를 정리하고 설거지를 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대부분의 출연진이 자리를 떠난 상황에서도 여자 3호는 묵묵히 뒷정리를 이어갔다.
반면 8기 영수는 옆에 누워 휴식을 취했다. 그는 인터뷰에서 여자 3호의 모습을 두고 "엄마처럼"이라며 "포근함이 느껴졌다"고 호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정작 뒷정리에는 나서지 않았다. 오히려 "불 좀 꺼주면 안 돼?"라고 부탁했고, 여자 3호는 집 안 곳곳의 불까지 끄며 정리를 이어갔다.
8기 영수는 "자고 내일 해야겠다. 힘들어"라며 먼저 자리를 떠났다. 결국 음식물 쓰레기 처리와 설거지 등 남은 뒷정리는 여자 3호가 홀로 마무리했다.
여자 3호의 가사노동에 '엄마 같다', '포근하다'는 의미를 부여하면서도 정작 함께 노동을 분담하지 않는 모습은 일부 시청자들에게 불편함을 안겼다.
더 큰 문제는 방송의 연출 방식이다. 제작진은 여자 3호의 행동에 '현모양처', '날개 없는 천사', '종갓집 맏며느릿감' 등의 자막을 붙였다. MC들 역시 "현모양처 아내와 철없는 남편 스타일"이라는 취지의 반응을 보이며 해당 장면을 긍정적으로 소비했다.
이는 여성의 돌봄 노동과 가사노동을 성별 역할에 따라 자연스럽게 수행해야 할 덕목으로 재생산하는 전형적인 서사라는 지적이 나온다. 단순히 공동생활 공간을 정리한 행동 자체가 아니라, 그 행동을 '좋은 아내', '좋은 며느리'의 자질과 연결 짓는 방송 문법이 문제라는 것이다.
특히 '종갓집 맏며느릿감'이라는 표현은 여성에게 가사와 돌봄의 책임을 우선적으로 부여했던 가부장적 가족제도를 연상시킨다. 여성의 성실함과 배려를 칭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과적으로는 여성이 집안일을 전담하는 모습을 '이상적인 여성상'으로 제시하는 셈이 된다.
논란의 핵심은 여자 3호가 새벽까지 뒷정리를 했다는 사실 자체가 아니다. 제작진이 그 행동을 어떻게 해석했는지에 있다. 여자 3호의 성실함과 배려를 조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를 '현모양처', '종갓집 맏며느릿감' 같은 표현으로 포장하면서 특정 성 역할의 이상형으로 소비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실제로 온라인에서는 "왜 혼자 치우는 사람이 현모양처가 되는 거냐", "배려심 있는 사람이라고 하면 될 일을 왜 며느릿감으로 연결하느냐", "2026년에 보기 민망한 자막" 등의 반응이 이어졌다.
최근 예능 프로그램들은 성 역할 고정관념에서 벗어나기 위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남성 출연자의 육아와 가사 참여를 자연스럽게 보여주거나 특정 성별에게 집안일을 기대하는 연출을 지양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그런 흐름 속에서 '현모양처', '종갓집 맏며느릿감' 같은 표현은 여성의 가사노동을 미덕으로 소비하던 과거의 방송 문법을 답습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여성의 배려와 성실함을 칭찬하는 것과 이를 특정 성 역할의 이상형으로 포장하는 것은 분명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셀럽미디어 박수정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나솔사계'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