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눈동자’, 정통 스릴러의 미덕을 되살리다 [씨네리뷰]
- 입력 2026. 06.24. 10:12:32
-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스릴러 장르가 관객에게 요구하는 것은 의외로 단순하다. 범인을 의심하게 만들고, 끝까지 긴장을 놓지 못하게 하며 마지막에 납득할 만한 반전을 선사하는 것. 영화 ‘눈동자’(감독 염지호)는 이 기본기에 충실한 작품이다.
'눈동자'
유전병으로 인해 시력을 잃어가고 있는 사진작가 서진(신민아)은 어느 날 쌍둥이 동생 서인의 죽음을 마주한다. 경찰은 자살로 결론을 내리지만 서진은 동생이 스스로 생을 마감할 이유가 없다고 확신한다. 작업실에 남겨진 수상한 흔적과 설명되지 않는 정황들은 그의 의심을 더욱 키운다.
아무도 자신의 말을 믿어주지 않자, 서진은 직접 진실을 추적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범인에 가까워질수록 시야는 더욱 흐려지고, 누군가는 끊임없이 그의 뒤를 쫓는다. 담당 형사 도혁(김남희)의 도움 속에 사건을 파헤치는 서진은 예상치 못한 진실과 마주하게 되고, 영화는 관객을 의심과 공포가 교차하는 미로 같은 심리전 속으로 끌어들인다.
‘눈동자’는 유전병으로 시력을 점차 잃어가고 있는 서진이 쌍둥이 동생의 죽음을 둘러싼 의혹을 파헤치다 그 실체와 마주하게 되는 서스펜스 스릴러 영화다. 시야가 점점 흐려지는 상황 속에서도 사건을 파헤쳐야 하는 주인공의 설정은 영화의 긴장감을 끌고 가는 핵심 장치다.
영화는 초반부터 관객의 시선을 특정 인물에게 집중시킨다. 서진을 집요하게 따라다니는 스토커 현민(이승룡)이 대표적이다. 불안한 눈빛과 집착적인 행동은 자연스럽게 그를 가장 유력한 용의자로 보이게 만든다. 영화 역시 이러한 방향으로 관객을 이끌며 의심을 키워간다.
그러나 ‘눈동자’의 진짜 승부수는 후반부에 있다. 가장 인상적인 인물은 의외로 김남희다. 극 초반 그는 서진을 돕는 형사 도혁으로 등장한다. 냉정하면서도 인간적인 면모를 지닌 인물로 사건을 추적하며 서진의 곁을 지킨다. 하지만 이야기가 후반부로 향할수록 김남희가 담당한 캐릭터의 실체가 드러나고, 영화는 완전히 다른 결로 흘러간다.
스포일러를 최대한 배제하더라도 김남희의 연기가 작품의 핵심 축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특히 후반부에서 보여주는 기괴하면서도 섬뜩한 비주얼, 감정의 균열을 표현하는 방식은 영화 전체의 분위기를 뒤흔든다. 신민아가 극의 중심을 안정적으로 지탱한다면 김남희는 영화가 준비한 가장 강력한 반전 장치다.
신민아의 1인 2역 역시 무난하게 제 몫을 해낸다. 시력을 잃어가는 서진의 불안과 이미 세상을 다르게 살아온 서인의 곁을 구분해 표현하며 이야기의 설득력을 높인다. 감정을 과하게 밀어붙이기보다 차분하게 쌓아 올리는 방식도 인상적이다.
연출적인 재미도 곳곳에 숨어있다. 영화를 보다 보면 기시감을 느끼는 장면들이 적지 않다. 염지호 감독은 여러 고전 스릴러 공포영화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는다.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샤이닝’을 연상시키는 장면부터 거장 감독들의 연출 문법을 떠올리게 하는 순간들이 곳곳에 배치돼 있다. 장르 영화를 즐겨 본 관객이라면 “어디서 본 것 같은데?”라는 반가운 순간을 몇 차례 경험할 수 있다.
물론, 모든 반전이 충격적으로 다가오는 작품은 아니다. 일부 설정은 장르 팬들에게 익숙하게 느껴질 수 있고, 후반부 전개 역시 호불호가 갈릴 여지가 있다. 그럼에도 영화는 끝까지 긴장감을 유지하며 스릴러가 갖춰야 할 오락적 기능을 충실히 수행한다.
결국 ‘눈동자’는 새로운 장르 문법을 제시하는 작품이라기보다, 정통 스릴러의 재미를 충실하게 구현한 영화에 가깝다. 범인을 추적하는 과정, 제한된 시야가 주는 공포, 그리고 마지막 반전까지 기본기가 탄탄하다.
총평하자면 신민아의 안정적인 중심축 위에 김남희의 의외성이 더해진 작품이다. 올 여름 극장에서 가볍게 즐길 수 있는 미스터리 스릴러를 찾는 관객이라면 충분히 만족할 만하다. 오늘(24일) 극장 개봉. 러닝타임은 105분. 15세이상관람가.
[셀럽미디어 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바이포엠스튜디오, 이화배컴퍼니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