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방한' 이후 8개월…한한령 해제, 어디까지 왔나[Ce:포커스]
입력 2026. 06.30. 06:30:00

박진영-이재명-시진핑

[셀럽미디어 임예빈 기자] 지난해 말 시진핑 주석의 방한으로 한한령 해제에 대한 기대가 고개를 든 지 약 8개월이 지났다. 계속되는 시그널 속에서도 완전한 해제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 한국 엔터테인먼트 업계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중국은 2016년 사드(THAAD) 배치를 빌미로 한국 콘텐츠와 문화 산업에 빗장을 걸어 잠갔다. 당시 동아시아를 중심무대로 하던 K-컬처 산업에 급제동이 걸렸다. 한국 드라마의 정식 수입이 전면 중단됐고, 중국 본토에서 한국 가수의 활동과 공연이 금지됐다. 유커(중국 단체 관광객)의 발길이 끊기면서 명동 등 주요 관광 상권과 면세점 업계는 심각한 실적 부진을 겪었으며, 이는 K-뷰티 산업의 쇠퇴로까지 이어졌다.

지난 10년간 한한령 해제에 대한 기대와 좌절이 계속됐고, 지난해 2월 동계아시안게임에 참석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당시 국회의장이었던 우원식이 한한령 해제에 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급물살을 탔다.

실제로 한한령이 완화된 분위기다. 2023년 오프라인 팬미팅, 2024년 팝업스토어가 재개됐다. 특히 올해 그룹 트와이스, 아이브, NCT, 엑소 등 K팝 가수들과 배우 하지원, 정일우, 이준호, 이성경 등 한류스타들의 중국 내 팬미팅 개최가 활발히 이뤄졌다.

이재명-시진핑


이재명 정부는 중국과의 문화적 교류의 물꼬를 트기 위해 부단히 노력을 기울였다. 지난해 11월 시진핑 주석의 방한으로 성사된 정상회담 만찬에서 JYP엔터테인먼트 대표 박진영이 시진핑 주석에게 베이징 대규모 K팝 공연을 제안했고, 시진핑은 즉석에서 왕이 외교부 장관을 불러 지시를 내렸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기대감은 급증했다.

이어 올해 1월 이재명 대통령의 국빈 방중을 계기로 양국은 제조업뿐만 아니라 식품, 패션, 관광, 엔터, 게임 등 소비재·서비스 분야 전반에서 협력을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귀국 후 기자간담회에서 "시진핑 주석이 '석 자 얼음은 한 번에 녹지 않고 과일은 익으면 저절로 떨어진다'고 말했다"라고 전하며, "한한령은 질서 있게 건강하게 잘 해결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양측 모두 수용 가능한 분야부터 점진적·단계적으로 문화·콘텐츠 교류를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며, 당장의 완전 개방보다는 양국 간 신뢰 회복을 우선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러한 제한적 회복의 단계에서 변화의 움직임은 계속되고 있다. 최근 열린 제20회 부산콘텐츠마켓(BCM 2026)에서 한한령 이후 최초로 중국 국무원신문판공실과 국가광전총국(NRTA) 주최의 중국(국가)공동관이 공식 운영됐다. 민간 기업의 개별 참가가 아닌, 중국 정부 주관 행사가 한국 콘텐츠마켓에 참가한 것은 한한령 이후 처음이다.

이어 지난 25일 중국 베이징에서 개최된 제7차 한중 FTA 공동위원회에서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이 리청강 중국 상무부 국제무역 협상대표와 한국 콘텐츠 지식재산권 침해 단속 방안을 협의했으며, 중국 내 합법적인 한국 문화콘텐츠 유통 경로 확대 필요성을 제안한 것으로 확인됐다. 양측은 별도 회담을 통해 주요 쟁점 협의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트와이스-투모로우바이투게더-엑스러브


그렇다면 중국 내부의 분위기는 어떨까. K팝은 한한령 10년 동안에도 중국에서 꾸준히 사랑받아 왔다. BTS·블랙핑크 등은 물론, 투모로우바이투게더·엔하이픈·엑스러브 등 4세대 그룹까지 저변이 확대되고 있다.

중국 엔터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중국 당국은 여전히 한국 가수의 공연에 허가를 내주지 않고 있다. 음악홀과 공연장 사용 허가가 내려오지 않다 보니, 한류 아티스트 행사는 팬미팅 수준에 그치고 있다. 단순히 팬서비스만 오가는 행사의 반복에 팬들의 체감 만족도는 이전처럼 극적이지 않다는 지적이다. 노래와 춤을 직접 보고 싶은 수요가 큰데, 팬미팅으로는 성이 차지 않는다는 반응이 현지에서도 공공연하다.

그러나 동시에 중국 팬들 사이에는 "굳이 한국 아이돌이 중국에 들어올 필요 없다, 우리가 밖으로 보러 가면 된다"는 인식이 상당히 퍼져 있다는 전언이다. 그 이면에는 자국 문화 산업을 키워야 한다는 보호론적 정서가 깔려 있다. 한한령 기간 동안 성장한 중국 콘텐츠 산업에 대한 자부심이 이 정서를 뒷받침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지난 3월부터 과거 한국을 방문한 경험이 있는 중국인에게 복수비자를 발급하기 시작하면서 시작된 "짧게 자주 한국여행" 트렌드로 인해 이러한 인식은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한국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의 중국 내 법인 설립이 늘고 있고, 현지화 전략을 앞세운 진출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 한한령 해제에 대한 기대감이 어느 때보다 높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하지원-이준호-정일우-이성경


다만 한한령 해제는 결국 외교 문제에 크게 달려 있다. 외부적 요인에 기댈 수밖에 없는 구조인 만큼 불확실성도 크다. 또한 한한령 기간 중국 콘텐츠 산업의 역량 역시 크게 향상됐다. 한한령이 해제된다 해도 중국 시장에서 한국 콘텐츠의 절대적 우위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달라진 중국 시장의 지형, 미중 갈등과 중일 갈등이 교차하는 동아시아의 외교 기류, 중국 내부에서 K-콘텐츠를 바라보는 시선의 변화까지. 다양한 변수가 복잡하게 얽혀있는 상황 속, 한국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중국 시장 내에서 지속가능한 입지를 다지기 위해서는 그 어느 때보다 유연한 자세가 필요해 보인다.

[셀럽미디어 임예빈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박진영 인스타그램, 뉴시스, 셀럽미디어DB, 해와달엔터테테인먼트(하지원), O3 Collective(이준호), 제이원 인터내셔널 컴퍼니(정일우), 판타지오(이성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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