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 논쟁→초연 돌풍…공연계를 움직인 화제작 모음[2026 상반기 결산②]
입력 2026. 07.10. 06:00:00

'라이프 오브 파이'-'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셀럽미디어 정원희 기자] 2026년 상반기 공연계에서는 작품 자체를 둘러싼 화제도 적지 않았다. '라이프 오브 파이'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공연 장르의 경계를 둘러싼 논쟁을 불러왔고, 초연작 '렘피카'와 '라져'는 각기 다른 매력으로 관객들의 주목을 받았다. 이에 2026년 상반기 공연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작품과 트렌드를 돌아봤다.

◆ '라이프 오브 파이'·'센과 치히로', 공연 장르 논쟁의 중심에 서다

상반기 공연계에서는 작품 자체만큼이나 장르를 둘러싼 논쟁도 뜨거웠다. 그 중심에는 연극 '라이프 오브 파이'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 있었다.

'라이프 오브 파이'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모두 작품 소개에서 스스로를 '연극'이나 '뮤지컬'로 규정하지 않고 '스테이지'로 소개했다.

그러나 국내 티켓 예매 사이트에서는 두 작품 모두 '뮤지컬'로 분류돼 판매됐다. 다만 일반적인 뮤지컬처럼 배우들이 노래로 서사를 이끌어가는 형식은 아니었고, 실제 해외에서도 연극으로 분류된다. 이에 관객들 사이에서는 "뮤지컬인 줄 알고 예매했는데 연극에 가까웠다", "이쯤에서 노래가 나올 줄 알았는데 예상과 달랐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공연계 안에서는 두 작품을 일반적인 연극으로 규정하기도 어렵다는 의견도 나왔다. '라이프 오브 파이'는 정교한 퍼펫과 영상 기술을 활용해 바다와 동물들을 무대 위에 구현했고,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역시 대규모 오케스트라와 무대 장치, 퍼펫을 적극 활용하며 기존 연극과는 다른 스케일의 무대를 선보였다. 전통적인 뮤지컬도, 우리가 익숙하게 생각하는 연극도 아닌 새로운 형태의 공연이라는 평가가 나온 이유다.

논쟁은 자연스럽게 국내 공연 시장의 장르 분류 체계로 이어졌다. 현재 주요 예매 사이트에서는 제작사나 극장이 직접 작품의 장르를 선택해 등록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노출도와 티켓 가격 등 현실적인 이유로 '뮤지컬' 카테고리가 선택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분석도 나왔다. 또한 뮤지컬과 연극의 평균 티켓 가격 차이가 존재하는 만큼, 제작비 규모가 큰 작품일수록 뮤지컬로 분류되는 경향이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결국 논쟁의 핵심은 작품의 완성도가 아닌 '어떤 장르로 불러야 하는가'에 맞춰졌다. 일각에서는 국내 공연 시장의 유통 구조상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의견이 나왔고, 반대로 관객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실제 일부 관객들은 "장르 표기가 실제 공연의 성격과 다를 경우 혼란을 줄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장르의 경계를 넘나드는 공연이 늘어나는 가운데, '라이프 오브 파이'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공연계의 기존 장르 구분이 여전히 유효한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 작품으로 남았다. 이는 단순히 뮤지컬과 연극을 구분하는 문제를 넘어, 변화하는 공연 환경을 반영할 수 있는 새로운 분류 기준이 필요하다는 점을 보여준 사례가 됐다.

'렘피카'-'라져'



◆ 상반기 화제의 초연작…'렘피카'·'라져'가 남긴 존재감

상반기 공연계에서는 초연작들의 활약도 두드러졌다. 대극장에서는 여성 서사를 전면에 내세운 '렘피카'가, 중소극장에서는 창작 뮤지컬 '라져'가 관객들의 호평과 입소문 속에 존재감을 드러내며 상반기를 대표하는 화제작으로 자리매김했다.

먼저 '렘피카'는 20세기 초 유럽을 무대로 활동한 화가 타마라 드 렘피카의 삶을 다룬 작품이다. 러시아 혁명과 세계대전이라는 격동의 시대를 배경으로 한 여성 예술가의 생존과 사랑, 욕망을 그려내며 관객들의 주목을 받았다.

해당 작품은 2024년 제77회 토니어워즈 3개 부문 후보에 오르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국내 초연에는 김선영, 박혜나, 정선아를 비롯해 차지연, 린아, 손승연, 김호영, 조형균, 김우형 등 정상급 배우들이 대거 참여하며 개막 전부터 기대작으로 꼽혔다.

'렘피카'는 최근 국내 대극장 뮤지컬에서 쉽게 보기 어려웠던 여성 예술가 중심의 서사를 전면에 내세웠다는 점에서 의미를 남겼다. 난민과 망명 생활, 예술가로서의 성공과 좌절, 그리고 사랑까지 한 인물의 삶을 입체적으로 조명하며 기존 라이선스 뮤지컬과는 또 다른 결의 서사를 선보였다.

또한 감각적인 무대 디자인과 클래식과 현대적 팝 록 사운드가 어우러진 음악, 강렬한 비주얼로 관객들의 호평을 받으며 상반기 대극장 시장을 대표하는 초연작 가운데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중소극장 창작뮤지컬 가운데서는 '라져(ROGER)'의 존재감이 두드러졌다. '라져'는 2025 공연예술창작산실 올해의 신작 선정작으로, 공항 관제사 스카일러와 작은 항구 마을의 청년 디디가 무전을 통해 서로의 삶에 스며드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작품명인 'Roger(라져)'는 관제 통신에서 사용하는 응답 용어로,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로 활용됐다.

관제라는 독특한 소재를 전면에 내세운 '라져'는 상실과 책임, 선택이라는 보편적인 주제를 섬세하게 풀어내며 관객들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특히 목소리만으로 관계를 쌓아가는 두 인물의 서사는 신선한 설정으로 평가받았다.

또한 객석까지 확장된 조명과 영상 활용, 항공 관제 시스템을 연상시키는 연출 등 감각적인 무대 언어를 통해 작품의 몰입도를 높였다. 주민진, 고상호, 기세중, 정휘, 이한솔, 박주혁 등 출연 배우들 역시 각기 다른 매력으로 캐릭터를 구현하며 호평을 얻었다.

'라져'는 라이선스, 재연 작품들이 강세를 보이는 공연 시장 속에서 창작뮤지컬만의 경쟁력을 입증한 작품으로 평가받았다. 공연 기간 관객들의 꾸준한 입소문이 이어지며 올해 상반기 중소극장 창작뮤지컬을 대표하는 화제작으로 자리 잡았다.

[셀럽미디어 정원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에스앤코, CJ ENM, 놀유니버스, 창작하는공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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