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옥주현 "개나 소나 노래"-오토 튠과 AI
- 입력 2026. 07.10. 19:57:46
- [유진모 칼럼] 한때 S.E.S.와 걸 그룹 지분을 양분하고 절대적인 인기를 누리던 핑클의 네 멤버들의 현주소는 사뭇 다르다. 이진이 가장 조용하다면 가장 자주 거론되는 인물은 단연 이효리이다. 그런데 그녀의 이슈나 주제는 대부분 활동과 연관된 평범하거나 긍정적인 이야기이고 때로는 훈훈한 미담도 들려온다.
옥주현
성유리와 옥주현은 반대편이다. 성유리는 남편 안성현 문제 때문에 한동안 속앓이를 했는데 이제는 언제 그랬냐는 듯 활동을 속개한 가운데 SNS를 통해서도 활발하게 소통 중이다. 옥주현은 어떠한 이슈가 터지면 찬반양론을 몰고 오지만 분위기는 반대쪽으로 살짝 기우는 분위기이다. 이번 '옥장판' 재조명과 '개나 소나'가 그렇다.
그녀는 최근 팬 소통 플랫폼 버블을 통해 음정 보정 기술 오토 튠을 활용하는 일부 가수들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그녀는 "요즘은 노래를 아무리 못해도 오토 튠으로 후작업을 살벌하게 해서 라이브파들은 기분이 안 좋다. 녹화 때 '저거 도저히 방송 못 나가겠는데?'라고 하는 것들이 죄다 오토 튠으로 평준화를 만든다. 솔직히 열받는다. 같이 겸상하기 싫다."라며 불쾌한 감정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이어 "굉장히 싹수 없는 발언이라 느낄 수 있겠지만 사실이다. 요즘 오토 튠으로 후작업하는 거 보고 정말 개나 소나 다 나와서 노래하는구나 싶은 요지경이다. 노래를 못 해도 노래하는 직업을 가질 수 있구나 이런 이상한 꿈나무들을 성장하게 만들면 안 돼서 그렇다. 싹을 잘라야 한다."라며 대중가요계의 미래를 우려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얼핏 보면 백번 지당한 말이다. 어떻게 보면 교조에 가까운 진리인 듯하다. 가수란? 노래를 발 불러야 한다. 배우? 연기를 잘해야 한다. 이것은 기본인데 사실 가수나 배우 등의 대중 예술가가 생긴 이래 현재에 이르기까지 그 정의와 실질적인 내용과 팬들의 반응은 많이 변한 게 사실이다. 인간의 삶은 대부분 시대적 변화를 겪기 마련이다.
옥주현의 출신 성분부터 따져 보자. 그는 핑클 멤버로 데뷔했다. 핑클은 걸 그룹이다. 1980년대 초반부터 시작된 일본 팝계의 아이돌 그룹 돌풍은 대한민국에도 영향을 끼쳐 누가 봐도 쇼넨다이에서 영감을 얻은 소방차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여기에 구토 시주카를 연상케 하는 강수지부터 하수빈까지.
물론 국내 아이돌 그룹을 무조건 일본의 아류라고 할 수 없다. 뉴 키즈 온 더 블록, 스파이스 걸스도 있다. 어쨌든 대한민국 가요계는 그런 흐름을 종합해 오늘날의 전 세계를 열광케 하는 K-팝을 만들었고 S.E.S.와 핑클이 그 밑거름이 된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그런데 냉정하게 분석해 보자. 두 걸 그룹이 가창력이 약하다는 게 아니다.
두 팀이 진격의 무기로 내세운 게 가창력인가? 그렇지 않다. 멤버들의 각자의 역할 분담과 팀의 콘셉트, 그리고 뛰어난 외모와 소속사의 기획력으로 먼저 어필한 게 거짓인가? 물론 당시 소속사 대성기획 이호연 사장은 데뷔 준비 때부터 옥주현을 리드 보컬리스트로 정해 놓고 있었다. 그만큼 그녀의 가창력이 뛰어났다는 이야기이다.
만약 성유리나 이효리가 그녀만큼의 가창력을 지니고 있었다면 이야기는 달라졌을 것이다. 이렇듯 현대 대중음악계 특히 K-팝은 매우 세분화된다. 이는 1970년대 중반 영국에서 보이 그룹 베이 시티 롤러스가 등장해 아주 잠깐, 그러나 그 누구보다 강렬하게 활동하며 어필한 뒤 언제 그랬냐는 듯 사라진 현상이 잘 증명해 준다.
자, 지금이 어떤 시대인가? 챗GPT와 제미나이가 작품 기획서, 사업 계획서, 대본, 기사, 평론, 판결문 등을 더욱 전문적으로, 아주 매끄럽게, 정말 그럴듯하게 재구성해 주는 시대이다. AI가 인간의 모든 생활을 스마트하게 만들어 주고 있다. AI가 만든 배우가 사람을 대체하는 시대가 되었다. 'K팝 데몬 헌터스'를 인간이 연기했다면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
이 케이스는 옥주현의 주장을 바탕으로 재구성한다면 정반대의 사례가 될 수 있다. 애니메이션이 연기를 했고 그들에게 없는 음악성을 인간이 제공해 주었으며 그들의 열악한 가창력을 인간이 대신해 주었다. 동물에게는 인간만큼의 감정, 갈등, 욕심, 과시욕, 출세욕 등이 없다. 그들은 그저 생존하고 번식하는 게 목적일 따름이다.
물론 인간이기에 가질 수 있는 돈과 명예에 대한 어느 정도의 욕구가 발전을 이끄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 기준이 사람에 따라 다르다는 게 문제이다. 옥주현은 가수 겸 뮤지컬 배우이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화나 드라마 출연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녀는 연예인이다. 연예인이란 무엇인가?
대다수의 연예인은 타고난, 혹은 성장하면서 갖추게 된 창작 능력, 가창력, 연기력, 연주 능력, 춤 실력 등으로 인해 운명적으로, 혹은 선택적으로 대중 예술의 길을 걷게 된 사람이다. 그런데 그들이 오직 대중을 위해 자신의 능력을 펼치는 것인가? 아주 드물게 있을 수도 있겠지만 대부분 돈, 명예, 성취욕, 그리고 해당 분야에 대한 애정이다.
이 순서가 역순이 되기는 매우 힘들다. 오히려 스태프라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도 있겠지만. 옥주현이 신민아처럼 수시로 거액의 기부를 한 적이 있나? 이효리처럼 유기견을 돌보았나? 아이유처럼 아역 배우들을 챙겨 주었나? 심지어 미국인 지누도 연탄을 나른다. 그녀가 독보적인 가창력을 지닌 것은 자랑할 만하고 축복받을 만하다.
아니 이미 충분히 축복받았고, 존경받았다. 그만큼 돈과 명예도 얻었다. 그런데 그녀는 세월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아직도 1990년대에 머물러 있다. 핑클 데뷔 때에도 이미 미디 악기와 컴퓨터 기술이 대중음악계 깊숙하게 들어와 있었다. 그걸 판단하는 건 가수나 창작자가 아니라 대중이다. AI 가수가 나오는 판에 오토 튠쯤이야!
가창력은 자랑은 되지만 자만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옥주현이 가창력으로 승부를 거는 가수라면 그녀보다 가창력이 뒤떨어지는 가수가 그것을 빨리 포기하고 외모나 퍼포먼스에 집중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론이다. 대중은 최소한 30~40년 전에 SF 영화를 통해 미래를 보았고, 매번 그 미래 예언이 적중하는 것을 확인해 왔다.
인류는 오래전부터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다.'라는 교만을 보여 왔다. 인간이 다른 동물에 비해 뛰어난 점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인간이 지구나 지구상의 동물의 주인은 아니다. 게다가 똑같은 가창력일 때 감성이 깃든 인간의 노래와 그렇지 않은 AI의 노래 중 좋은 것을 선택하는 것은 소비자의 몫이다.
인본주의 옳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물활론도 인간이 만들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공자는 이미 2500년 하고도 수십 년을 더한 과거에 온고지신이라고 조용히 가르쳤다.
[유진모 칼럼 / 사진=셀럽미디어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