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성보다 몰입, 관람보다 체험…공연계 새 트렌드 된 '필코노미'[Ce:포커스]
입력 2026. 07.19. 05:00:00
[셀럽미디어 박수정 기자] 2026년 공연계의 화두는 '필코노미(Feel+Economy)'다. '필코노미'는 물건이나 서비스를 구매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과정에서 얻는 감정적 만족과 특별한 경험에 소비 가치를 두는 트렌드를 뜻한다. 공연 시장 역시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 섰다. 단순히 유명 아티스트의 무대를 관람하는 것을 넘어 공연 콘셉트와 공간, 관객 참여 방식까지 하나의 콘텐츠로 소비하는 문화가 확산되면서, 이제 공연은 '무엇을 보느냐'보다 '어떻게 경험하느냐'가 흥행을 좌우하는 시대를 맞았다.

대표적인 사례는 밴드 소란의 이색 콘셉트 공연 '고슴도치콘'이다. 고영배가 개인 유튜브 콘텐츠에서 출발해 기획한 이번 공연은 빠르고 강한 자극에 익숙해진 현대인들의 '도파민 중독'을 주제로, 기존 콘서트의 문법을 과감히 뒤집었다.

관객들은 공연장 입장과 동시에 휴대전화를 제출해야 했고, 공연 중에는 함성과 박수, 떼창도 제한됐다. 대신 조용히 음악에 몰입하고 공연을 감상하며 직접 감상문을 작성하는 방식으로 색다른 공연 문화를 제안했다.

공연장 연출도 콘셉트에 맞춰 차별화를 꾀했다. 검도복 차림의 진행 요원이 공연의 세계관을 이끌었고, 대형 스크린에는 개량한복을 입은 고영배의 영상이 상영됐다. 공연장에는 은은한 인센스 향과 아로마 가습기가 더해져 명상 공간을 연상케 했으며, 관객들이 직접 체험하는 지압판 포토월과 공연 종료 후 'No DOPAMINE' 포토월에서 진행된 고영배와의 1대1 기념 촬영까지 마련됐다. 공연장 전체를 하나의 체험형 콘텐츠로 구성한 셈이다.

공연을 관람한 팬들은 SNS를 통해 "휴대전화가 없으니 오히려 공연에 더 집중할 수 있었다", "소란만 할 수 있는 공연이었다" 등의 후기를 남겼다. 공연을 본 것이 아니라 공연의 콘셉트와 공간, 관람 방식까지 모두 경험했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고슴도치콘'은 공연 자체보다 특별한 체험에 가치를 두는 '필코노미'를 가장 직관적으로 보여준 사례로 꼽힌다.



이 같은 변화는 소란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최근 공연계에서는 객석에 앉아 감상하는 전통적인 형식을 벗어나 관객 참여를 극대화한 몰입형 공연과 테마형 공연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공연은 더 이상 무대 위 아티스트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공간 연출과 향, 참여 프로그램 등 공연 전후의 모든 경험이 하나의 콘텐츠가 되고 있다.

이러한 경험 중심의 변화는 공연장 안에만 머물지 않는다. 공연을 둘러싼 공간과 전시, 리스닝 이벤트 등 무대 밖까지 경험을 확장하려는 시도도 활발해지고 있다. 지난 3월 그룹 데이식스(DAY6) 멤버 원필은 솔로 앨범 발매를 앞두고 앨범의 감성을 공간으로 구현한 리스닝 팝업 'WONPIL : UNFILTERED LAYERS'를 선보였다. 단순히 신곡을 먼저 공개하는 자리가 아니라 전시와 공간 연출을 통해 관람객들이 음악을 오감으로 체험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공연장 안팎에서 음악을 하나의 경험으로 소비하도록 한 사례로 평가된다.

아이돌 시장에서도 '경험을 파는' 콘텐츠가 활발히 선보이고 있다. 크래비티는 지난 4월 미니 8집 'ReDeFINE' 발매를 기념해 신보 콘셉트를 공간으로 구현한 팝업 스페이스를 운영하고, 프리 리스닝 이벤트와 GV를 연달아 마련했다. 팬들이 앨범을 먼저 듣고, 전시와 체험존을 둘러보며, 아티스트와 소통하는 과정을 하나의 콘텐츠로 구성한 것이다. 앨범을 구매하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발매 전후의 모든 과정을 경험으로 확장했다는 점에서 '필코노미'를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이 같은 변화는 공연 소비 방식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과거에는 공연 티켓 구매가 소비의 끝이었다면, 이제는 공연 콘셉트에 맞는 드레스코드를 준비하거나 한정 굿즈를 구매하고, 공연 전후의 공간과 분위기까지 함께 즐기는 소비가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공연을 하나의 '경험 패키지'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해진 것이다.



업계는 이러한 흐름을 '필코노미'의 확산으로 해석한다. 가격보다 감정적 만족과 특별한 추억을 중시하는 소비 성향이 공연 시장에도 본격적으로 자리 잡았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기존 공연의 문법을 뒤집거나 관객 참여를 극대화한 이색 공연들이 잇따라 기획되며 차별화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결국 2026년 공연계는 '많이 보고 크게 즐기는 공연'에서 '나만의 방식으로 깊게 경험하는 공연'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다. 함성을 줄이는 공연이 오히려 화제를 모으고, 공연장 밖에서도 이어지는 체험이 새로운 가치로 떠오르면서 '필코노미'는 공연 산업의 새로운 흥행 공식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가요계 한 관계자는 "예전에는 공연의 핵심이 '누가 무대에 오르느냐'였다면, 이제는 '관객에게 어떤 경험을 제공하느냐'가 경쟁력이 되고 있다"며 "관객들은 단순히 공연을 보는 것이 아니라 그 공연에서만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경험과 추억에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공연의 콘셉트와 공간 연출, 관객 참여 요소를 강화한 체험형 공연은 더욱 늘어날 것"이라며 "공연 산업 역시 경험 소비를 중심으로 한 변화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셀럽미디어 박수정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엠피엠지뮤직, JYP엔터테인먼트, 스타쉽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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