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센느 역주행'이 증명한 가능성…콘텐츠가 바꾼 K팝 흥행 공식[Ce:포커스]
- 입력 2026. 07.19. 06:00:00
- [셀럽미디어 신아람 기자] 단순한 '우연'도 '기적'도 아니다. 그룹 리센느의 음원 역주행은 꾸준한 활동과 차별화된 콘텐츠가 만든 결과다. 여기에 변화한 K팝 소비 방식이 더해지면서 발매 2년이 지난 곡이 다시 주목받는 이례적인 흐름으로 이어졌다. 그동안 대형 기획사의 막강한 팬덤과 자본력이 흥행을 좌우했다면, 이제는 음악과 콘텐츠 자체가 대중의 선택을 받으며 중소 기획사 아이돌에게도 새로운 기회가 열리고 있음을 보여준 사례다.
리센느
최근 리센느는 2024년 8월 발매한 미니 1집 'SCENEDROME'의 타이틀곡 'LOVE ATTACK'으로 발매 약 2년 만에 멜론 TOP100 1위에 오르며 역주행 신화를 완성했다. 발매 당시 큰 반향을 일으키지는 못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숏폼 플랫폼과 SNS를 중심으로 입소문이 확산됐고 자연스럽게 음원 소비로 이어졌다.
FLO, 지니뮤직, 벅스 등 주요 음원 플랫폼에서도 최상위권을 기록했고, 리메이크 싱글 'Pretty Girl' 역시 멜론 HOT100 1위와 TOP100 상위권에 안착하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지난 15일에는 SBS Life '더 쇼'에서 데뷔 후 첫 음악방송 1위 트로피까지 품으며 역주행이 일시적인 화제에 그치지 않았음을 입증했다.
리센느의 성공이 더욱 주목받는 이유는 역주행의 출발점이 음악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음원 역주행은 방송 출연이나 챌린지 등을 계기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지만, 리센느는 멤버들의 유튜브 콘텐츠가 먼저 대중의 관심을 끌었다.
멤버 원이의 개인 유튜브 채널 '안녕하세요원이입니다잘부탁드립니다'에서 공개한 일상 콘텐츠는 SNS와 숏폼 플랫폼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됐다. 일본인 멤버 미나미의 '갸루' 캐릭터와 '거제 야호' 등 멤버들의 자연스러운 모습이 밈으로 소비되며 팀 자체에 대한 관심이 커졌고, 이는 자연스럽게 기존 음원으로 이어졌다.
특히 리센느는 무대 위 모습뿐 아니라 꾸밈없는 일상과 멤버들의 개성을 콘텐츠에 담아내며 대중과의 접점을 넓혔다. 콘텐츠를 통해 멤버들을 먼저 알게 된 대중은 'LOVE ATTACK'을 비롯한 기존 음원을 다시 찾아 들었고, 이는 역주행 흐름으로 이어졌다. 특정 영상 하나만 화제가 된 것이 아니라 그룹 자체의 인지도와 호감도가 함께 상승했다는 점에서 기존 사례와 차별점을 보인다.
이는 K팝 시장의 소비 방식이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과거에는 컴백 첫 주 성적과 초동 판매량, 대규모 프로모션이 흥행을 좌우했다면 최근에는 발매 이후 수개월, 길게는 수년이 지난 곡도 콘텐츠와 입소문을 통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실제로 리센느뿐 아니라 브브걸, 하이키, 키스오브라이프 등도 중소 기획사 출신 그룹이라는 한계를 뛰어넘으며 존재감을 키웠다. 초기 화제성보다 음악과 콘텐츠의 경쟁력이 시간이 지나며 재평가받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는 점도 이러한 변화를 뒷받침한다.
리센느의 성장 과정은 중소 기획사의 현실도 함께 보여준다. 데뷔 초만 해도 컴백 이후 음악방송 출연 기회를 확보하는 것조차 쉽지 않았고, 팀을 알리기 위해 지역 행사와 학교 축제, 운동장 무대 등 크고 작은 무대를 가리지 않았다. 무대의 규모보다 한 번이라도 더 대중 앞에 서는 것이 중요했던 만큼, 꾸준한 현장 활동을 이어가며 팀의 이름을 알리는 데 집중했다.
결국 화려한 마케팅이나 대규모 프로모션보다 한 번의 공연과 하나의 콘텐츠를 꾸준히 쌓아온 시간이 지금의 역주행으로 이어졌다. 리센느의 성공은 단기간의 바이럴만으로 만들어진 결과라기보다, 지속적인 활동과 콘텐츠 경쟁력이 뒤늦게 대중의 선택을 받은 사례에 가깝다.
음악뿐 아니라 유튜브와 숏폼 콘텐츠, SNS를 또 하나의 무대로 활용하는 전략이 중소 기획사의 새로운 생존 방식으로 자리 잡고 있는 분위기다. 물론 모든 그룹이 역주행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숏폼 플랫폼의 확산은 기회를 넓혔지만 그만큼 경쟁도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결국 알고리즘이 기회를 만들 수는 있어도 대중을 붙잡는 것은 음악의 완성도와 콘텐츠 경쟁력이다. 자본력의 격차는 여전히 존재하지만, 이를 뛰어넘을 수 있는 접점이 다양해졌다는 점은 분명한 변화다.
한 업계 관계자는 "리센느의 역주행은 특정 팀의 성공을 넘어 콘텐츠를 중심으로 K팝 소비 방식이 달라지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라며 "대형 기획사 중심 시장에서도 차별화된 콘텐츠와 음악 경쟁력을 갖춘 팀이라면 충분히 성장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확인시켜줬다"고 말했다.
이처럼 리센느의 성공 서사는 치열한 경쟁 속에서 활동을 이어가는 수많은 중소 기획사 아이돌에게 새로운 희망을 던지고 있다.
[셀럽미디어 신아람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티브이데일리, 유튜브 '안녕하세요원이입니다잘부탁드립니다'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