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만원 티켓을 5만원에…뮤지컬 가격 장벽 허무는 '로터리' 열풍[Ce:포커스]
- 입력 2026. 07.27. 10:30:00
- [셀럽미디어 임예빈 기자] 최근 온라인상에는 5만원을 주고 17만원 상당의 VIP석에서 뮤지컬을 관람했다는 후기가 쇄도하고 있다. 정가의 3분의 1도 안 되는 가격에 원하는 좌석을 얻을 수 있는 '로터리 티켓(Lottery Ticket)' 이야기다. 특별가로 관객들을 모아 공연 당일 무작위 추첨을 통해 좌석을 배정하는 이 제도가 국내 뮤지컬 시장에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빌리 엘리어트
로터리 티켓은 단어의 의미처럼 추첨을 통해 저렴한 가격으로 티켓을 구매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로터리 티켓은 브로드웨이에서 시작된 개념으로, 공연 당일까지 판매되지 않은 좋은 좌석을 추첨을 통해 편당 40~49달러 수준에 판매하는 형식이다. 1990년대 뮤지컬 '렌트'가 오케스트라 맨 앞 좌석을 선착순으로 판매한 데서 시작된 것으로 여겨진다.
국내에는 티켓 예매 플랫폼 NOL티켓을 통해 2023년 처음 도입됐다. NOL티켓에 따르면 2024년 6회에 그쳤던 로터리 진행 건수는 2025년 14회로 두 배 넘게 증가했고, 2026년에는 상반기 만에 23회를 기록하며 3년 만에 4배 가까운 성장세를 보였다. 특히 최근에는 '데스노트' '물랑루즈', '렘피카' '서편제' '빌리 엘리어트' 등 화제성 높은 대형 라인업 공연들이 잇따라 로터리를 진행하면서 관객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빠르게 퍼졌다.
브로드웨이에 비하면 국내 로터리 티켓은 아직 초기 단계이지만, 3년 만에 진행 횟수가 4배 가까이 늘어난 성장 속도만큼은 눈에 띈다.
로터리 티켓이 늘어나는 배경에는 가격 장벽을 낮추려는 판매처와 제작사의 이해관계가 맞물려 있다. NOL티켓 관계자는 로터리 티켓 도입 배경에 대해 "브로드웨이 등 글로벌 공연 시장에서 입증된 로터리 티켓 모델을 벤치마킹해 관객과 제작사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건강한 공연 생태계 구축을 목표로 기획했다"며 "관객에게는 인기 공연을 합리적인 특별가로 누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동시에, 무작위 추첨과 당일 좌석 배정이라는 요소를 더해 예매 과정 자체를 즐거운 경험으로 만들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티켓 가격 상승으로 관객들의 문화 향유 비용 부담이 늘어난 상황에서 로터리 티켓은 합리적인 가격으로 문턱을 낮추는 실질적인 대안으로 호응을 얻고 있다"며 "제작사 입장에서도 단순 가격 할인과 달리 브랜드 가치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자발적인 바이럴과 마케팅 주목도를 유도할 수 있어 매력적인 방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덧붙였다.
로터리 참여 누적 관객 수 역시 작품 장르나 타깃층에 따른 편차는 있지만 전반적으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고 NOL티켓 측은 전했다.
제작사 입장에서 로터리 티켓은 판매율이 정체되는 공연 중반기를 넘기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된다. 제작사 신시컴퍼니 관계자는 "요즘은 관객들의 티켓 구매 형태가 다양화되고 있다"며 "공연 중반기를 지나면서 판매율이 정체되는 현상이 발생하곤 하는데, 이때 단순한 할인보다는 조금 색다른 방법으로 관객들에게 이벤트 성격의 세일즈를 독려하고자 로터리 티켓을 진행하게 됐다"고 밝혔다.
로터리 진행이 이후 재관람으로 이어지는지에 대해서는 "로터리만으로 이후 티켓 판매율 변화를 확인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면서도 "로터리를 통해 새로운 관객 유입과 동시에 재관람 관객들의 다회차 관람 장벽을 낮춰주는 마중물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실제 관객들의 반응도 대체로 긍정적이다. 로터리 티켓으로 뮤지컬 '물랑루즈'와 '빌리 엘리어트'를 관람했다는 관객 A씨는 "관심 있던 극을 저렴한 가격에 볼 수 있는 기회라 참여했다"라며 "자리가 랜덤이라 조금 먼 좌석에 당첨된 건 아쉬웠지만, 적당한 가격에 새로운 극을 시도해 볼 수 있어 좋았다"라고 이야기했다.
로터리 티켓으로 관람한 작품을 재관람할 의사가 있는지 묻자 "그렇다"고 답하며, 실제로 '빌리 엘리어트'를 재관람했다고 전했다. A씨는 "가벼운 관심으로 시작한 관람이 추후 재구매로 이어질 수 있는 부분이 좋은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뮤지컬 '데스노트'와 '렘피카' 로터리 티켓에 당첨됐다는 관객 B씨는 "티켓 가격이 비싸 주로 가장 싼 자리에서 보곤 하는데, 로터리는 그 이상 등급을 받을 수도 있어 이득이라고 생각했다"라고 참여 이유를 밝혔다. B씨 역시 재관람 의사가 있다고 밝히면서도 "투자 가치가 있는 공연에만 참여할 것 같다"고 말했다. 운영 방식에 대한 아쉬움도 있었다. 그는 "로터리 당첨 결과가 관람 당일에 나온 적이 있다"며 "최소한 전날에는 결과가 나오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최근 대극장 뮤지컬 티켓 가격이 잇따라 오르면서 관객들의 가격 부담이 커지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로터리 티켓은 저렴한 가격에 공연 티켓을 얻을 수 있는 것과 동시에 자신의 운을 시험하는 재미까지 느낄 수 있는 매력적인 선택지다. 여기에 판매율 정체기에 접어든 제작사에는 새로운 마케팅 수단이 되면서, 국내 업계에도 자리를 잡고 있는 모양새다.
[셀럽미디어 임예빈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신시컴퍼니, 쇼노트, LIVE, 셀럽미디어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