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동연, 강렬한 '동궁' 뒤 찾아온 쉼표[인터뷰]
입력 2026. 07.28. 17:28:17

곽동연

[셀럽미디어 정원희 기자] 배우 곽동연은 늘 새로운 얼굴을 고민하는 사람이다. 넷플릭스 시리즈 '동궁'에서 특별출연만으로도 강렬한 인상을 남긴 그는 이제 국방의 의무를 위해 또 다른 시간을 맞이하게 됐다. 잠시 연기를 멈추게 됐지만, 그의 고민은 공백이 아니었다. 곽동연은 언제나 새로운 캐릭터와 더 나은 배우로 성장하는 다음 순간을 그리고 있었다.

넷플릭스 시리즈 '동궁'은 귀(⻤)의 세계를 넘나드는 능력을 가진 구천(남주혁)과 비밀을 간직한 궁녀 생강(노윤서)이 왕(조승우)의 부름을 받고 동궁에 깃든 저주를 파헤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곽동연은 왕실의 비극 한가운데 놓인 세자 역을 맡았다.

이번 작품에서 곽동연은 특별출연이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강렬한 존재감을 남기며 화제를 모았다. 그는 작품에 합류하게 된 배경에 대해 "'눈물의 여왕'이 끝날 때쯤 당시 이사님이셨던 제작사 대표님께서 나중에 도움을 요청할 수도 있다며 그때 잘 부탁드린다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동궁' 대본을 받았는데, 사실 처음에는 못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때는 제 머릿속에서 작품이 어떻게 구현될지 잘 그려지지 않았다. 그런데 제작사에 제가 좋아하는 감독님들이 모두 계셔서 그분들에 대한 신뢰로 참여하게 됐다"고 밝혔다.

'동궁'은 한국형 오컬트와 사극, 미스터리, 다크 판타지, 액션을 결합한 독창적인 세계관으로 주목받고 있다. 수많은 장르와 캐릭터를 경험해온 곽동연 역시 이러한 작품의 독창성에 큰 매력을 느꼈다고 했다.

"독창적인 세계관을 지닌 작품에 관심이 컸다. 이제 2020년대에 이르러서는 대중들이 다양한 작품을 봐버렸지 않나. 그래서 완전히 새로운 작품이 있을 수 있을까 싶어 이제는 아이디어 싸움이라고 생각한 지 몇 년 정도 됐다. 그래서 독창적인 아이디어, 독창적인 화법과 기법이 작품을 특별하게 만드는 요소인 것 같아서 관심을 갖고 있었다."



곽동연이 맡은 세자는 궁궐을 뒤흔든 사건의 시작점에 선 핵심 인물이다.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세자는 단순한 피해자가 아닌 왕실의 오래된 비밀과 맞닿은 존재로 드러나며, 깊은 원한을 품은 악귀의 모습으로 다시 등장해 극의 긴장감을 끌어올린다. 이에 곽동연은 세자를 단순한 악인으로 바라보기보다, 그의 욕망과 결핍, 그리고 운명을 함께 들여다보려 했다고 설명했다.

"세자는 권력욕에 대한 욕망을 가진 사람이었다고 생각했다. 이 사람은 귀신의 소리를 듣는 능력을 선천적으로 갖고 태어났고, 자신만 이 능력을 가진 것을 알고 선택받은 인간인 양 살았을 거다. 그런데 막상 후계 순위에선 밀려있는 아이러니가 있다. 그게 이 사람을 집요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했다. 거기서부터 시작돼 수년간 쌓여온 답답함, 울분이 있었을 거고, 거기서 행해버린 죄악이 생긴 거다. 그 죄악에 대한 인지는 분명히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부모부터 이어지면서 선택받은 이가 감당해야 하는 운명이라고 생각했을 건데, 그걸 부정당했을 때의 역설이 그를 극한까지 몰아붙인 거라고 생각했다."

말없이 분위기와 감정으로 서사를 끌고 가야 하는 인물이었던 만큼 연기적으로도 고민이 적지 않았다. 특별출연이었지만 작품의 중요한 축을 맡은 데 대한 부담은 없었을까.

"제가 대사가 거의 없어서 시각적으로 이 인물이 나아가는 상황을 보여주는 장면이 많았다. 그래서 그런 과정을 제가 어떻게 혼자 말도 없이 연기로 해내야 하나 고민했다. 다행히 현장을 가면 세트, 분장, 촬영 등이 다 그 과정을 수월하게 도와주더라. 이를 경험한 뒤로는 편한 마음으로 현장에 가기 시작했던 것 같다."

특히 세자가 악귀로 변모하는 과정에서는 특수분장과 크로마 촬영 등 새로운 작업도 적지 않았다. 이는 곽동연에게도 처음 경험하는 영역이었다.

"너무 좋은 경험이었다. 기술이 발전하다 보니 우리나라 작품들도 다양성도 확보되고, 앞으로는 필수로 동반되는 기술 작업이 있을 건데 배우도 이에 익숙해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 것에 대해서 본격적으로 같이 참여해보고 한 컷 한 컷 만들어가는 과정을 겪으면서 이게 필요하고 저게 필요하구나 몸으로 체감하는 작업이었다. 함께 움직임을 만들어주시는 분들도 전문가인 만큼 열심히 만들고 짜와서 수행하는 걸 보고 더 힘을 많이 얻었다."

실제로 완성된 '동궁'을 본 뒤 그는 배우뿐 아니라 작품을 만드는 모든 스태프의 역할을 다시금 실감했다고 털어놨다.

"기술파트 스태프들이 정말 존경스러웠다. 전반적인 큰 아이디어는 감독, 작가님이 제시하겠지만 작은 질감을 완성하는 건 촬영, 조명, 미술팀 등 각 파트의 몫이다. 발의하고 구현시킨 아이디어와 그것들이 유기적으로 만나서 완성된 결과값이 정말 감탄스러웠다. 처음 대본 봤을 때는 상상 못한 그림들이 펼쳐져 있었다. 그걸 보면서 작품을 만드는 크루, 창작진의 몫, 영향력을 많이 생각하게 됐다."



최근 곽동연은 입대 소식을 전한 바 있다. 곽동연은 오는 8월 25일 현역 입대하여 국방의 의무를 성실히 이행할 예정이다. 입대를 앞둔 그는 담담한 심경을 전하며 국방의 의무를 성실히 다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제 인생에 언젠가는 다가올 거라 생각하며 늘 마음속에 갖고 있던 순간이었다. 그래서 하루가 다르게 익숙해지려고 노력하고 있다. 사실 당연한 일이고,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이다. 지금 생각해도 완벽한 타이밍은 없었던 것 같다. 마음 한켠에 언젠가는 가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지만, 그게 언제일지에 대해서는 또렷한 판단이 없었다. 어느덧 10년이 흘러 드디어 가는구나 하는 심정이고, 더 늦기 전에는 이 책무를 다해야 한다는 생각이 가장 크다."

입대를 앞둔 만큼 군 생활에 대한 계획도 조금씩 세워가고 있었다. 그는 "휴대폰을 쓸 수 있다고 하지만 최대한 덜 써보고 싶다는 마음"이라며 군 복무 기간 동안 가장 해보고 싶은 것으로 '디지털 디톡스'를 꼽았다.

평소 트렌드에 빠른 이미지와 달리 의외의 답변이었다. 하지만 곽동연은 "저는 한 번도 트렌드 세터였다고 생각한 순간이 없다. 제 갈 길을 가다가 얻어걸린 것일 뿐이다. 얼마 전에도 팬분들을 통해 처음으로 '영크크'라는 말을 배워서 머리 아파했다. 너무 시대의 흐름이 빠르다"라며 웃었다.

빠르게 변하는 신조어 이야기와 함께 군 생활에서도 세대 차이를 실감하지 않겠냐고 묻자 곽동연은 "언어의 가치를 알리고 오겠다"고 답했다. 그는 "제가 국립한글박물관을 정말 좋아한다. 제가 가봤던 박물관 중 제일 좋았다. 지금은 리뉴얼 기간이라 휴관 중이라 아쉽다. 가면 한글의 원리 같은 기획이 굉장히 잘 돼 있다. 재미있는 기록들도 많고 자료도 잘 나와 있다. 제가 선임이 되고 후임들이 그런 말을 쓰면 휴가 때 다 같이 데리고 국립한글박물관에 가겠다"면서 재치 있는 답변으로 웃음을 자아냈다.



유쾌한 분위기 속에서도 군 복무를 앞둔 배우로서의 솔직한 고민도 털어놨다. 곽동연은 "다른 것보다도 저는 연기를 스포츠 다루듯이 해왔다. 작품 공개의 텀이 생긴 적은 있지만 제가 작업한 시기를 생각해보면 3개월 이상 쉬어본 적이 없다. 1년 반 동안 연기와 관련된 작업을 안 하고 지낸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있다. 녹슬면 어떡하나 싶은 마음"이라고 얘기했다.

연기에 대한 갈증만큼이나 배우로서의 욕심도 컸다. 곽동연은 앞으로도 새로운 캐릭터를 통해 대중을 놀라게 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저는 새로운 것에 대한 집착이 조금 있다. 항상 새로운 모습으로 놀라게 하고 싶다는 마음이다. 지금 하고 싶은 것들을 떠올려보면, '동궁'으로 조금 강렬하고 극성이 강한 모습을 보여드렸다. 그래서 다음에는 조금 더 땅에 발붙인 생활감 있는 캐릭터, 주변에 진짜 있을 법한 사람의 이야기를 연기하면 재미있겠다고 생각했다."

2012년 드라마 '넝쿨째 굴러온 당신'으로 데뷔한 곽동연은 어느덧 데뷔 14년 차 배우가 됐다. 쉼 없이 달려온 시간을 돌아본 그는 세월이 흐르며 자신에게 조금 더 너그러워졌다고 말했다.

"제 자신에게 너그러워졌다. 옛날에는 정말 하나하나 뜯어서 이게 아쉽고 저게 아쉽다 따져가며 제 연기를 채찍질하듯이 다뤘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고서 보면 그때 그 시절 최선의 결과값이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우리는 빠르게 흘러가는 흐름 속에서 엄청난 문화적 특혜를 누리고 있지 않나. OTT도 생기고, 수많은 자료와 콘텐츠를 누릴 수 있는 시기가 왔다. 그래서 그것에 대한 아웃풋을 보여줘야 한다는 책임감도 든다."

그러면서 군 복무 이후 맞이할 새로운 30대에 대한 생각도 털어놨다. 곽동연은 "20대를 통으로 쓰고 30대가 됐는데 돌아보면 기억이 조각나있더라. 어떤 시기는 또렷한데, 어떤 시기는 텅 비어있다. 그만큼 그 당시에 열심히 한 거겠지만 조금 서글펐다. 뭘 하고 지냈는지, 어떤 느낌이었는지 아예 기억이 없는 거잖냐. 그래서 다녀와서는 조금 더 일상과 삶에 여러 챕터들을 음미하면서 살아야겠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배우로서의 다음 챕터를 그려보던 그는 마지막으로 긴 시간 동안 기다려줄 팬들에게도 진심 어린 인사를 전했다. 곽동연은 "나라를 든든하게 지켜드릴 테니 마음 편히 지내셔도 된다. 첫째도 건강, 둘째도 건강이라고 생각한다. 셋째는 행복이다. 건강해야 행복하다고 생각한다. 각자의 나날들을 잘 보내시다가 제가 돌아왔을 때 따뜻하게 반겨주시면 감사할 것 같다"고 말했다.

[셀럽미디어 정원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더블랙레이블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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