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유·BTS 진·성시경까지…연예인들이 '광고' 대신 직접 술 만드는 이유[Ce:포커스]
- 입력 2026. 07.31. 05:00:00
- [셀럽미디어 박수정 기자]'얼굴만 빌려주는 광고 모델' 시대는 지나가고 있다. 최근 주류 시장에서는 연예인들이 직접 브랜드를 설립하거나 투자자로 참여하고, 제품 기획과 개발, 마케팅까지 주도하는 사례가 빠르게 늘고 있다. 단순한 협업을 넘어 하나의 사업가로 변신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는 BTS 진과 더본코리아 백종원 대표가 공동 투자해 설립한 농업회사법인 지니스램프다. 지니스램프는 증류주 '아이긴(IGIN)'을 시작으로 RTD와 논알코올 제품까지 라인업을 확대하고 있으며, 올해 안에 새로운 전통주 출시도 준비하고 있다. 아이긴은 누적 판매량의 약 60%가 해외에서 발생할 정도로 일본과 중국을 중심으로 빠르게 시장을 넓히고 있다.
가수 성시경 역시 자신의 주류 브랜드 '경(璄)'을 통해 프리미엄 증류식 소주와 탁주를 선보이고 있다. 최근 신제품 '경소주 51도'는 세계적인 주류 품평회 IWSC 2026에서 은상을 수상하며 화제성을 넘어 품질 경쟁력까지 인정받았다. 성시경은 제품 개발뿐 아니라 전통주 문화를 알리는 콘텐츠를 직접 제작하며 브랜드 스토리 구축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가수 소유도 직접 기획한 하이볼 브랜드 '쏘하이볼'을 통해 차별화를 시도했다. 최근 '애사비 하이볼'은 2026 대한민국 주류대상 스피릿·리큐르 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평소 애플 사이다 비니거를 즐겨 마시는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을 제품에 반영하고, 레시피 개발 과정에도 직접 참여하며 건강 트렌드를 접목한 것이 특징이다.
이 밖에도 김재중의 '압구정막걸리', 최자의 프리미엄 복분자주 '분자', 안소희의 와인 브랜드 '쉬머'처럼 직접 브랜드를 만든 사례가 있는가 하면, 지드래곤의 '피스마이너스원 하이볼', 김희선이 참여한 와인 '벨레 그로스 발라드'처럼 협업 형태로 출시된 제품도 잇따라 시장에 등장하고 있다.
시장에서도 연예인 주류에 대한 관심은 커지고 있다. 엠브레인 딥데이터에 따르면 2025년 7월 기준 최근 1년간 대형마트와 편의점 등에서 판매된 연예인 주류 구매 추정액은 약 138억 원으로 전년(43억 원) 대비 222% 증가했다. 기존에는 2030세대 중심이던 소비층도 최근에는 4050세대까지 확대되며 전 연령대로 수요가 넓어지고 있다.
이처럼 연예인들이 단순한 광고 모델을 넘어 직접 주류 사업에 뛰어드는 배경에는 개인의 취향과 관심사가 자연스럽게 브랜드로 확장되는 흐름이 자리하고 있다. 과거처럼 단순히 광고 계약이나 협업에 머무는 방식이 아니라, 자신이 실제로 즐기고 애정을 가져온 분야를 직접 제품으로 구현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이다. 성시경이 전통주에 대한 관심을 ‘경’으로 발전시키고, 최자가 미식 콘텐츠 경험을 ‘분자’로 연결한 것처럼 연예인의 라이프스타일 자체가 브랜드 스토리가 되는 흐름도 뚜렷하다.
여기에 사업적인 측면에서도 매력이 크다. 광고 모델은 계약이 끝나면 수익도 종료되지만, 브랜드를 직접 보유하거나 지분을 갖게 되면 장기적으로 가치 상승에 따른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실제로 해외에서는 조지 클루니의 ‘카사미고스’나 라이언 레이놀즈의 ‘에비에이션 진’처럼 대형 성공 사례가 나오면서 이러한 구조가 하나의 유력한 사업 모델로 자리 잡았다.
또한 이미 형성된 팬덤을 기반으로 초기 시장을 빠르게 확보할 수 있다는 점도 큰 장점이다. 연예인은 SNS, 유튜브, 방송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자연스럽게 제품을 노출할 수 있고, 팬들은 ‘좋아하는 스타가 만든 제품’이라는 이유만으로도 구매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 초기 마케팅 효율이 매우 높다.
실제 지드래곤의 '피스마이너스원 하이볼'은 출시 3일 만에 초도 물량 88만 캔이 완판됐으며, 김재중의 '압구정막걸리' 역시 방송과 유튜브 콘텐츠 노출 이후 주문이 폭증하며 긴급 생산에 들어갔다.
최근 소비 트렌드 변화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MZ세대를 중심으로 제품 자체보다 브랜드의 스토리와 경험을 소비하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연예인이 직접 만든 술'이라는 서사가 하나의 경쟁력이 되고 있다. 여기에 좋아하는 스타의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을 따라 소비하는 '디토(Ditto) 소비'가 확산되면서 출시 초기 화제성을 확보하기에도 유리한 구조가 형성됐다.
연예인에게 주류는 퍼스널 브랜딩을 강화하는 수단이기도 하다. 술은 단순한 식음료가 아니라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을 상징하는 상품이다. 제품 하나가 곧 연예인의 세계관과 감성을 보여주는 콘텐츠가 되는 셈이다. BTS 진은 글로벌 팬덤을 기반으로 K-전통주의 해외 확장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고, 성시경은 전통주 문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며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다. 소유는 건강 관리 이미지를 반영한 저칼로리 하이볼을 개발하는 등 각자의 정체성을 제품에 녹여내고 있다.
국내에서는 전통주 제도도 사업 확대에 유리하게 작용한다. 전통주로 인정받으면 주류 가운데 유일하게 온라인 판매가 가능해 자체 온라인몰이나 SNS를 통한 직접 판매(D2C)가 가능하다. 팬덤을 기반으로 한 브랜드일수록 이러한 유통 구조의 장점을 적극 활용할 수 있다는 평가다. 지니스램프가 전통주 신제품을 준비하는 것도 이러한 제도적 장점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비즈니스적인 관점에서도 주류 시장은 연예인들에게 상당히 매력적인 카테고리"라며 "팬덤 기반의 초기 수요를 확보하기 쉽고, 프리미엄 포지셔닝이 가능하며, 연예인 개인의 브랜드 이미지와 제품이 자연스럽게 연결돼 초기 사업 안정화에도 도움이 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만 연예인들의 주류 사업 확대를 바라보는 시선이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특히 청소년 팬층이 두터운 K팝 스타나 유명 연예인이 자신의 이름을 내건 술을 출시하거나 음주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노출할 경우 음주를 하나의 '힙한 문화'나 동경의 대상으로 인식하게 만들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현행법상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주류 광고는 엄격히 제한돼 있지만, 연예인이 자신의 SNS나 유튜브 채널 등을 통해 브랜드를 자연스럽게 소개하거나 일상 콘텐츠에서 제품을 노출하는 사례가 늘면서 영향력에 대한 사회적 논의도 커지고 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연예인이 직접 만든 술이라는 점이 브랜드 차별화 요소인 것은 분명하지만, 팬층에 미성년자가 포함된 경우에는 사회적 책임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며 "브랜드 홍보 과정에서도 성인 소비자를 대상으로 책임 있는 음주 문화와 절제된 음주 메시지를 함께 전달하는 노력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연예인 주류 브랜드 역시 장기적인 성공의 핵심은 제품 경쟁력이라는 분석이다. 박재범의 '원소주'처럼 출시 초기 폭발적인 화제를 모은 이후 판매가 둔화된 사례도 있었던 만큼, 단순한 유명세만으로는 지속적인 성장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제 소비자들은 '누가 만들었는지'뿐 아니라 '얼마나 맛있는지'까지 함께 평가한다"며 "연예인의 브랜드 파워는 초기 시장 진입에는 도움이 되지만 장기적으로 살아남는 브랜드는 결국 품질 경쟁력과 책임 있는 마케팅을 함께 갖춘 브랜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셀럽미디어 박수정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셀럽미디어DB, 박재범 SNS, 쉬머, 압구정 막걸리 제공]